사찰음식연구원장 선재스님

 

간질환 치료 위해 사찰음식 연구 시작
사찰음식은 소식·채식·자연식이 원리
음식재료 다듬기와 상차림엔 정성 다해야

날이 갈수록 사찰음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수강생도 나날이 늘어난다. 사찰음식 관련 행사 또한 해마다 늘어나 성황이다.
이 사찰음식의 붐을 이끄는 선도자는 선재스님이다. 선재스님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수강대기자가 약 2,000여명이다. 사찰음식에 담긴 심오한 정신과 음식철학을 이행하기 위한 실기연수교육을 해야 하기에 스님만나기가 무척 힘들었다. 청강(聽講)의 특전을 얻어 가까스로 기사를 엮었다.

스님이 특별히 사찰음식연구에 정진하게 된 동기는 본인이 간질환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저는 간이 나쁜 집안내력을 갖고 있었어요. 아버지와 오빠가 간질환으로 세상을 떠나셨어요. 조미료가 조금이라도 든 음식을 먹으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어요.”
20여년 전 대학졸업논문을 준비하면서 식사때를 놓쳐 빵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이때 10분을 걸으면 3~4차례 쉬어야 할 만치 몸이 망가져 있었다.
“간경화였어요. 담당의사는 1년을 장담하기가 힘들다고 했어요. 사형선고였지요.”
번뇌가 큰 만큼 깨달음도 컸기에 사찰음식으로 식습관을 바꿔갔다. 간이 까맣게 망가졌던 상태에서 1년만에 1,000명 중 한명도 못 만든다는 항체(抗體)를 만들었다. 의사가 기적이라고 했다.
“의사는 사찰음식의 비결을 많은 사람에게 전해야 한다며 저보다 더 기뻐했어요.”
그러던중 스님은 불교TV에서 출연제의가 있어 주위 스님과 은사의 격려를 받으며 방송출연과 사찰음식연구 정진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선재스님은 사찰음식에 담긴 정신과 철학을 이렇게 풀이했다.
“사찰음식은 최소한의 음식을 섭취하는 소식(小食), 신선한 채소로 이루어지는 채식(菜食), 가공되지 않은 천연재료를 이용하는 자연식, 그리고 오신채(파·마늘·달래·부추·홍거)를 쓰지않고 원재료의 특성을 살리는 것이지요. 소식을 통해 욕망을 절제하고 채식과 자연식을 통해 생명존중의 사상을 체득하는 것이 사찰음식의 깨달음이지요.”
계속해서 스님은 사찰음식에 대해 이런 말씀을 해 줬다.
“사찰음식은 맛으로 먹는 게 아니지요. 온 우주의 자연과 생명의 불성을 먹는 것입니다. 생명존중의 사상이 담겨있는 사찰음식을 대하면 마음이 순해지고 부드러워지지요.”
스님은 이어서 이런 일화도 들려줬다.
“내가 아는 분 댁에 초대를 받아 음식대접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화학조미료가 범벅이라 도저히 음식을 먹을 수 없었어요. 얼마 후 이댁 할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급히 가족들에게 병원검사를 받아보라고 했어요. 역시나 가족 중 여럿이 암증세가 발견되었어요. 할머니가 화학조미료가 듬뿍 든 음식을 자식에게 먹였기 때문에 그것이 몸에 쌓여 암이 된 것이지요. 이댁처럼 음식으로 병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안에 환자가 생기면 식단을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스님은 화학조미료에는 무력감, 두통, 발열, 구토증 등 1차증상 뿐만이 아니라 뇌손상, 천식, 암, 심지어는 시력저하의 폐해가 있다고 경고했다.
스님은 몇년 전 불교의 비구니스님, 가톨릭과 성공회의 수녀님, 원불교 교무님과 해외성지순례를 간 적이 있다.
일행은 장시간 야간열차여행 중 야식으로 컵라면과 커피를 먹었다. 순례일자가 더해지면서 수녀님을 위시 일행은 감기에 걸리고 여독으로 큰 고생을 했다. 그러나 스님은 감기도 걸리지 않고 몸의 변고가 없었다. 그 이유를 스님은 된장, 간장, 고추장에 버무린 제피잎과 찹쌀누룽지를 먹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님은 “지금 유럽에서는 제피와 산초가 만병통치약처럼 인식되는데 우리는 잘 모릅니다.”라고 했다.
스님은 음식을 골고루 균형있게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편식을 하면 호르몬에 문제가 생긴다는 얘기를 의사에게 들었다며 균형식을 권장했다.
균형식의 대표음식은 김치라고 했다. 우리 김치에는 좋은 것이 다 들어 있다고 했다. 땅속에서 나는 무, 땅위에서 나는 배추와 갓, 1년산물(産物)인 고추와 찹쌀죽, 다년생의 과일, 바다에서 나는 청각, 다시마, 소금을 합해서 만드는 김치에는 단맛·쓴맛 등 6미(六味)가 다 들어 있어서 제철 김치만 잘 먹어도 영양균형을 얻는다고 했다.
편식은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스님은 사찰음식에서 오신채를 기피하는 이유를 이렇게 풀이했다.
“암을 이기기 위해서는 마늘이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마늘은 암과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절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신채의 성질과 기능은 바깥으로 치닫는 힘이요, 들뜨게 하는 에너지이지요. 오신채를 먹으면 기를 바깥으로 내쫓아 오히려 기력을 소모하게 됩니다. 내면의 정신집중을 해야 하는 수행자에게 오신채는 적당한 음식이 아니지요.”
스님은 음식재료를 정성스레 다루어야 한다고 했다. 채소를 마구 흔들어 씻으면 스트레스를 받아 풋내가 나 못먹는다고 했다. 채소를 낫으로 벨 때는 독을 덜 품는데, 기계로 베면 풀독이 더 심하다고 한다. 채소를 씻고 다듬을 때는 고마운 마음으로 부드럽게 씻어야 한다고 일렀다.
상을 차릴 때는 정성스런 공덕을 들여 차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 중앙에는 간장과 김치를 놓아야 한다. 밥은 반드시 발효음식인 김치와 된장, 간장, 고추장과 함께 먹기를 권장했다.
김치를 썰 때도 엇갈려서 줄기와 잎을 먹을 수 있도록 썰어야 한다고 일렀다. 생각없이 썰어 놓으면 줄거리를 먹는 사람은 줄거리만을, 이파리를 먹는 사람은 잎만 먹게 되어 영양균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스님은 사찰음식에 대한 끝없는 애착을 피력했다. 찾아드는 손님맞기에 분주해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듣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저는 사찰음식으로 병고에서 벗어나 기적적으로 살아났습니다. 오늘 이 순간도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 생각하며 그저 고맙게 살고 있지요. 저는 의사가 아니라 치료를 해줄 수 없지만 사찰음식을 통해 음식을 잘못 먹어 건강치 못한 분들의 몸속에 든 병고의 독소를 배출해 주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제가 사찰음식보급에 인생을 거는 것은 여러분에게 생명존중의 불교사상 전파와 행복과 건강을 돌려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선재 스님은...
1956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1980년 8월 8일 경기도 화성 신흥사 청소년 수련원의 성일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94년 중앙승가대학 사회복지과를 졸업, 졸업 논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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