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자(父子)보호시설 ‘아담채’

<아담채 전경.>

<박은성 시설장.>

 

父子가정보호시설 전국에 1곳뿐, 모자시설에 비해 턱없이 부족 
“술 마시면 과격해져”… 복지시설·종교재단 운영 어려움 호소

“월세 방 하나 얻을 돈도 없으면서 아들을 키우겠다고 한 것이 잘 한 일인가 싶기도 하고…, 엄마한테 버림받았는데 나한테까지 버림받게 되면 얼마나 가슴에 상처가 생기겠나 싶어 아들을 포기할 수 없었죠. 다행히 오갈 곳 없는 저희 부자가 지낼 수 있는 보호시설이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싱글대디 김일호(43·가명)씨는 아들과 국내 유일의 부자보호시설인 ‘아담채’(인천 남동구)에 살고 있다. 시설입소 전 그는 1993년 이혼하고 당시 세 살이던 아들을 홀로 키우며, 가게를 운영했다. 그러나 2005년 가게가 망하면서 빚쟁이들에게 쫓기며 월세를 못내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주던 반지하 방에서도 쫓겨났다. 오갈 곳 없던 부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역 복지시설을 찾아갔고, ‘아담채’를 소개해줘 올해 입소했다.
김일호씨와 같은 처지의 국내 싱글대디 가족은 지난 1995년 이후 지난 10년간 66.8% 증가했다. 같은 기간 37.5% 증가한 싱글맘 가정보다 두 배 가까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120여 곳을 웃도는 모자보호시설에 비해 부자보호시설은 국내에 단 한곳 ‘아담채’뿐이다. 올해로 ‘2기 입소생’을 맞은 ‘아담채’를 지난 9일 방문, 박은성 시설장에게 운영 실태와 운영상의 어려움 등을 들어보았다.

  

<‘아담채’는 주거환경 제공은 물론 싱글대디들이 직장에 있는 동안 그들의 자녀들을 보살피며, 방과 후 학습과 생활을 관리해주고 있다.>

 
모정을 대신한 홀아버지들의 보금자리
비영리법인인 ‘아담채(원장 박은성)’는 국내 처음으로 생긴 부자(父子)보호시설이다. 2007년 10월 문을 열었고, 당시 아담채에는 아버지 20명과 그들의 자녀 35명 등 55명이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퇴소하고 없다. 이곳에서는 3년만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담채는 이혼하거나 사별한 홀아버지들로 18세 미만 자녀들을 키우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나 무주택 저소득 부자가정이 대상입니다. 빚에 쪼들려 가정이 파탄 나서 가정 유지능력이 떨어지고, 거처도 없는 싱글대디들이 입소할 수 있습니다.” 박은성 시설장은 올해 2기 입소생 20가정을 모집하는데 200여명이 넘는 싱글대디들이 입소를 신청했다고 했다. 그만큼 형편이 어려운 싱글대디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입소한 싱글대디들은 아담채에서 3년을 머무를 수 있다. 3년 동안은 주거와 식비 등 모든 것이 공짜다. 특히 돈이 없어 수도와 전기가 끊길 걱정도 없다. 제세공과금 등 필요한 비용은 인천시에서 부담한다. 이곳에 들어온 부자들은 방 두 개에 욕실과 싱크대가 딸린 27.7㎡(8.3평)에 독립공간이 무료로 제공된다. 세끼 식사와 간식비는 물론 교통비와 학비도 지원받는다.
이뿐만 아니다. 아버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자녀 돌보기도 지원된다. 퇴직교사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학교 등하교는 물론 방과후 학습과 생활을 관리해준다. 주말이면 각종 문화생활도 지원한다. 퇴소할 때는 인천시에서 자립정착금으로 300만원을 지급한다. 임대주택 분양 정보도 제공한다.
 
“도·광역시 단위 부자보호시설 마련돼야”
아담채에 입소한 싱글대디들은 모두 시설에 만족하고 있고 ‘아담채’와 같은 부자보호시설이 더 생기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아버지와 자녀들을 위한 이른바 ‘홀아버지’ 시설은 거의 없다. 홀로 자녀를 키우는 아버지들은 밤이면 술을 많이 마시고 싸움을 일삼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러니 자치단체나 종교단체들도 홀아버지들의 보호시설은 운영하지 않는다.
“실제 아담채에서는 일부 싱글대디가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는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주방에서 칼을 가지고 나와 난동을 피우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사고가 술과 연관이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마음을 다잡고 생활하다가도 술이 한 잔 들어가면 과격해지는 싱글대디들의 통제가 가장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남성들인지라 음주관련 사고가 일어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대형복지법인과 종교재단은 부자보호시설 개소를 꺼리고 있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향후 정부지원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 시설장은 “전국에 하나 밖에 없다 보니 벤치마킹을 한다며 여태 수십 개 복지법인과 종교재단이 오고 갔지만, 아직 다른 곳에 유사한 시설이 생겼단 얘기는 못 들어봤다.”고 했다.
2기를 맞은 아담채에는 현재 18명의 싱글대디와 31명의 자녀 등 49명이 생활하고 있다. 아버지들의 직업은 비정규직 생산직이거나 일당 노동자, 대리운전기사나 택시기사가 대부분이다. 18명 모두 이혼한 홀아버지들이다.
박 시설장은 “아담채 퇴소자들은 모두 열심히 일해 빚도 갚고 저축도 해서 父子들만의 안식처를 마련해 잘 살고 있다.”며, “드러나지 않은 싱글대디의 수는 생각보다 많기에 이들의 자립을 도와줄 보호시설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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