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 명예연구위원 남극연구가 장순근 박사

 

만년설이 시루떡처럼 겹겹이 쌓여 산봉우리처럼 엉킨 빙산(氷山). 그 한켠이 으스러 깨져 빙하에 내리 떨어지며 내는 굉음과 하늘을 치솟는 파도의 장관(壯觀). 그리고 앙증맞은 펭귄이 세차게 불어대는 눈보라에 처절하게 맞서는 풍경 등 남극은 온통 신비의 땅이다.
인류 최초 노르웨이인 아문젠이 남극땅을 처음 찾은 것은 1911년 12월14일. 올해로  남극탐험 100주년을 맞이한다.
이에 본지는 남극방문 스물세차례, 1년 임기인 한국의 극지연구 최전방 세종기지 대장을 네차례나 역임하는 등 총 7년여동안 남극생활을 해온 극지연구소의 장순근 박사를 만났다.

먼저 세종기지가 어떻게 설립되었는지를 물었다.
“한국이 남극연구에 눈을 돌린 것은 1978년이었지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남극을 알기 위해 크릴조업을 지시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그후 1985년 한국해양소년연맹단이 남극을 처음 찾았으며 다음해인 1986년에 한국은 세계에서 33번째로 남극조약에 가입했습니다. 1987년 전두환 대통령이 남극 연구기지 건설을 지시한 후 1988년에 세종기지가 준공되었습니다. 극지연구 상주(常住)국가는 세계 220개국 중 20개국에 불과하며 한국은 18번째 입주국가입니다. 세종기지는 서남극 남셔틀랜드제도(諸島)에서 가장 큰 킹조지섬에 있습니다.”
장 박사는 1985년 한국남극관측탐험대 지질학자로발탁되면서 남극연구와 인연을 맺었다.
“남극연구의 목적은 남극자연환경의 이해와 남극보호를 위한 기초자료를 얻는데 있습니다. 즉 대기·지질·해양·생명·빙설 등 관련 과학자들이 남극을 보호하기 위한 관찰과 미래개발자료를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요.”
세종기지에는 1년 상주연구요원 6명과 이들의 연구를 돕는 의사 ·통신·요리·발전·기계·해상안전과 총무 등 운영지원요원 12명으로 총 18명이 근무한다. 또한 11월부터 2월까지 하계근무요원 100여명이 교대 근무한다.
장 박사는 “세종기지의 운영은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데 따른 국민의 자긍심 고취와 청소년에게 미래개발의 꿈을 준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보아야지요. 새로운 국토영역 개발과 자원개발의 꿈을 갖는 것은 부차의 목적이라고 보아야 합니다.”라며 세종기지의 운영취지를 밝혔다.
남극진출은 남극조약의 가입으로 비롯된다. 남극조약가입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조약가입국가는 총 48개국. 북한도 가입했다. 그러나 남극조약협의 당사국이 되어야 남극연구의 지위와 발언권을 갖게 된다. 협의당사국은 한국을 비롯해 1년상주 연구진을 둔 20개국과 여름연구진을 둔 8개국을 포함해 28개국이 협의당사국의 지위를 갖는다.

<남극세종과학기지와 월동대원.>

<남극세종과학기지 최근 모습.>


장박사로부터 각국간 극지연구의 경쟁, 힘겨루기 실태를 들어봤다.
미국은 남위 90。 지구자전축의 중심인 지리 남극점선상(線上) 인 로스섬에 세계최대의 맥머도 연구기지를 두고 있다. 1년상주 360명, 여름연구인력 1200명을 두고 있다. 기지내에는 세탁소, 교회, 소방서 같은 시설이 있어 마치 시골마을과도 같다. 그리고 아문젠스코트기지를 두고 있다. 이 연구기지에는 1년상주 50명, 여름연구요원 360명을 두고 있다. 
러시아는 지자기(地磁氣) 남극점인 보스토크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최저기온 -89.2℃, 연평균 -55.4℃인 지구상 최저의 극한지에 두고 있다.
일본은 아문젠이 남극점을 정복한 다음해인 1912년 남극탐험을 했다. 소화기지를 두고 상주연구인력 30명을 주재시키고 있다.
한편 남극에서는 영유권(領有權) 확보경쟁도 치열하다. 영국을 비롯하여 7개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그 권리를 보강하는 방법을 펴나가고 있다. 보강사례로 아르헨티나는 남극 반도끝에 있는 에스페란사기지에 1977 ~1978년 사이 가족이 이주해서 살 수 있는 개인주택을 지었다. 한편 임신7개월의 임산부를 데려와 다음해 아이가 태어나기도 했다.
남극에는 많은 자원이 있다. 즉 주변 대륙붕에는 석유를 비롯하여 철, 구리, 니켈, 금, 은 등 많은 양의 광물자원이 매장되어 있다. 석유와 석탄을 대체할 신에너지자원인 메탄하이드레이트는 남빙양해저와 북극 영구동토 중에서 발견되는데 그 총량은 기존의 화석연료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IT산업의 핵심원료인 희유(稀有)금속광물은 남극권에 세계 최대규모로 매장되어 있다.
남극에 있는 크릴을 비롯한 엄청난 양의 수산생물자원은 전세계 수산생산량을 능가한다. 따라서 극지수산자원은 인류 미래의 안정적인 대체 식량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이 막대한 미래자원을 두고 28개 남극조약협의당사국은 자원개발논의를 2048년까지 자제하고 청정환경보전에만 치중하기로 약속했다. 앞으로 2048년 자원개발 논의가 어떻게 전개가 될지 주목된다.
이런 환경보전협약에 따라 연구기지를 가진 나라들은 연구소에서 배출되는 폐기쓰레기를 극지밖으로 철저히 반출하고 있다. 심지어 종이쓰레기와 담뱃재마저도 꽁꽁 싸서 내보낸다. 이어서 장박사는 환경보전과 관련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줬다.
“남극에 활화산과 온천 그리고 호수가 있어요. 특히 높이 3700m의 빙산밑에 호수가 있습니다. 이런 호수가 100여개가 있지요. 크기가 경기도의 1.5배가 넘는 큰 호수도 있어요. 이 호수는 전자파로 확인되었습니다.”
장박사는 이 빙원을 쉽게 뚫을 수 있지만 뚫지 않는 이유는 빙원을 뚫을 때 쓰는 기름이 호수를 오염시켜 망치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계인 중 연간 5만명이 남극관광을 하고 있다.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국가와 미국, 뉴질랜드, 독일 등 관광회사가 관광안내를 하고 있다. 관광은 주로 아르헨티나 우슈아이아와 칠레 푼타 아레나스쪽에서 시작해 남극으로 들어간다. 관광비용은 약 1만5천불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제공=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장순근(蔣舜槿)박사는…
서울대 지질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프랑스정부 장학금으로 보르도1대학교에서 미고생물학을 연구하여 또다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한국 남극관측탐험대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4차례 세종기지 연구대장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명예연구원으로 근무중이다. 세종기지건설과 남극 연구에 앞장선 공로로 1986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으며, <비글호 항해기>를 번역하여 한국출판문학상을 받았다. 한편 <쇄빙선 북극 척치 해를 가다>, <남극탐험의 꿈>, <남극은 왜?> 등 극지와 관련된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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