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열모 미국주재 대기자

동 열 모
미국주재 대기자

 

우리가 선진국 대접을
받고자 한다면 경제력보다
문화수준을 높여야 할 것이다.

한번 꼭 관람하려고 벼르던 국립중앙박물관을 고국방문길에 찾아갔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이 중앙박물관은 그 규모가 의외로 컸다. 정문을 들어서면서 박물관 앞의 넓은 광장과 웅장한 건물에 놀랐다. 박물관 건물은 본시 중후(重厚)하고 고풍(古風)스러운 느낌을 주기 마련인데 우리의 이 박물관은 투명하고 경쾌한 현대감각을 준다.
입구의 중앙 홀에 들어서니 3층까지의 내부 전체가 한눈에 보이는 로비가 시원스럽다. 그 로비의 안쪽 깊숙한 곳에 웅장하고도 정교한 경천사의 10층 석탑이 높이 솟아 가장 먼저 시야에 나타나 박물관 본연의 분위기를 물씬 느끼게 한다. 전시실 1층에는 역사관과 고고관(考古館)이 자리하고, 2층에는 미술관, 3층에는 미술관과 아시아관이 배치돼 있었는데 이 모든 전시물은 넉넉한 공간에 여유 있게 배치되었다.

높아진 시민의식
우리의 이 박물관은 워싱턴 DC에 있는 스미소니언 박물관이나 런던의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굴지의 규모라고 하니 더욱 자랑스럽다. 소장품은 약 10만 점이나 된다는데 이 많은 유물이 6.25전란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진실로 다행한 일이다. 많은 관람객이 줄을 잇고 있는데 그 중에는 외국 관람객도 적지 않다. 특히 인솔 선생님을 따라온 어린이들이 그룹을 지어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면서 노트에 메모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요소마다 제복을 단정하게 입은 안내원들이 배치되었는데 이들은 거의 자원 봉사자라고 하니 한국사회의 시민의식이 높아져 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는 이날 우리의 이 귀중한 문화유산을 관람하면서 이들 문화유산을 창조한 우리 조상들이 새삼 존경스럽게 여겨졌다.  우리 조상들은 길가의 잡초보다 더 끈질긴 생명력과 남다른 지혜를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 문화유산에서 실감했다.
무릇 인류의 문화란 어떤 인간집단이 오랜 세월을 살면서 터득한 생활의 지혜와 가치의식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하나의 역사적 소산물이라고 생각할 때, 여기에 진열된 유물 하나하나에 우리 조상들의 살아 숨 쉬는 넋이 담겨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우리 조상들은 5천년이라는 긴 세월에 혹독한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기도 하고, 관헌의 모진 횡포와 온갖 전란을 겪으면서도 이와 같은 문화를 창조한 것이다. 특히 그 모진 고난 속에서도 고유의 언어와 문자를 창조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보존했으니 진실로 놀라운 일이다. 더욱이 우리의 ‘한글’'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의 유일한 기록문화 유산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니 이들 전시물을 다시 한 번 더 살펴보게 된다.

우리 문화의 힘 ‘한류’
나는 여기서 근년에 지구촌에 확산되고 있는 ‘한류’의 열풍도 되새겨 봤다. 문화란 본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과도 같이 부강한 나라의 문화가 빈곤한 나라로 흘러들기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의 훌륭한 문화도 오랜 세월에 나라가 가난하다 보니 빛을 내지 못하다가 이제 부강해지더니 우리의 문화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동남아를 비롯해서 중국이나 일본은 물론 선진국으로 흘러들어가 한국의 위상을 크게 높이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앞으로 우리가 선진국 대접을 받고자 한다면 경제력보다 문화수준을 높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돈벌이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문화수준을 높이는 일에도 힘써야 하겠다. 우리 모두 독서를 통해서 교양을 쌓고 문화예술을 통해서 감성을 순화시키며, 공중도덕과 사회질서를 지키며 남을 배려하는 품위 있는 사회를 조성하는 일에 동참해야 하겠다.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크나큰 긍지를 느끼면서 나라의 밝은 미래도 점쳐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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