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수원예총 회장

 

김훈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숲을 이해하려면
숲에서 자라는
아주 작은 양지꽃의 의미와
숲이 만들어 내는
바람의 의미·물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자연을 알되 인간을 알지 못하면 사회에서 살아가기 힘들고, 인간을 알되 자연을 알지 못하면 진리의 세계에서 노닐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얼마 전 경북 문경의 대야산 자연휴양림에서 문인들과 함께 하루 밤을 지냈다. 해발 900 고지 울창하게 우거진 숲이 모처럼 심신의 평안을 안겨준 시간이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숲 속 길을 걸으며 자연의 신비와 역동적인 힘과 함께 촉촉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나무들이 호위하며 새로운 역사의 무대로 안내하는 듯했다. 냇물과 바람과 새들의 소리,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귀중한 존재들이 어우러져 있다. 숲이 주는 신선한 느낌이 내 속에 새로운 생명을 눈뜨게 해 좋았다.
숲을 이루는 중심에는 나무가 있다. 나무들은 각자의 특성에 따라 삶의 방식이 매우 다르다. 거대한 아름드리나무가 하늘 위로 솟아올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큰 나무 아래에서 삶의 끈을 놓지 않고 견뎌내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그들의 어깨에 기대어 잠시 휴식을 취하는 나무들도 있다. 풀 사이에 몸을 숨기고 미래를 꿈꾸는 어린 나무들도 있다. 숲은 어느 하나도 차별하지 않고 필요한 물과 땅을 공급해 준다.
숲 속에는 많은 친구들이 있다. 나무가 뿌리내리고 있는 흙이 있고, 도토리를 굴리는 바람이 있으며 송진을 만들어내게 하는 벌레들도 있다. 그들이 서로 도와 숲을 만든다. 숲은 자신이 품고 있는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 속에 살고 있는 숲 속 가족들의 활동을 통해 성장한다. 숲은 누구에게도 그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숲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숲이 산소를 만들고 물을 저장하며 홍수나 산사태와 같은 피해를 막아주기 때문에 숲을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정도다.
인간은 몇 킬로그램으로 태어나 몸무게를 몇 십 배 불린 것으로 세상을 하직한다. 나무는 불과 몇 그램으로 태어나 수천, 수만 배의 크기로 성장하는 기적 같은 자태를 보인다. 자연의 위대함이다. 숲에는 특별히 귀하거나 천한 생물이란 없다. 숲은 자신에게 속한 것들을 절대로 편애하지 않는다. 숲은 인간만을 위한 녹색 심장이 아니다. 모든 생명체의 움직임을 통해 만들어진 숲은 모든 생명체를 위한 것이다. 우리는 ‘숲의 일원’으로서 숲을 만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다양한 모습을 한 나무들은 숲의 제왕이다. 숲을 만들어 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에 그렇다. 나무가 숲을 움직인다. 겉으로 보잘것없이 보이는 나무라 할지라도 우리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나무를 보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숲의 생물들은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던 것처럼 때로는 의지하고 때로는 나무가 원하는 것을 제공해 준다. 숲이 담아내는 풍성함이다. 숲을 이해하려면 숲에서 자라는 아주 작은 양지꽃의 의미와 숲이 만들어 내는 바람의 의미를 알아야 하고, 숲이 흘려보내는 물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숲을 바라볼 때 우리가 만든 창을 통해서 숲을 바라보지 말고 숲으로 가서 직접 숲을 만나야 한다. 굳이 숲 해설사의 해설이 없어도 그래야 숲의 참모습을 제대로 이해하고 만끽할 수 있다. 우리는 숲을 매우 단편적이고 획일적인 관점으로 받아들이거나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환경이 점점 오염돼 인간이 살 수 없을 정도의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모든 생명의 근원이 되는 숲은 생명을 사라지게 하는 열쇠도 쥐고 있다. 숲은 변화무쌍하고 동적이다. 시작과 끝이 없이 영원히 순환한다. 이제부터라도 다양한 시각으로 숲을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가 숲을 제대로 알고 즐겨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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