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자 21세기 여성정치연합 부회장

오 경 자
21세기 여성정치연합 부회장

 

이앙기가 지나가며 순식간에 넓은 논에 어린 모를 가득 심고 있는 광경이 TV  화면을 채우고 있다. 이어서 풀밭에 둘러앉아 광주리에 날라 온 푸짐한 음식상이 펼쳐질 줄 알고 공연히 입에 침이 고이며 지켜보는데 이내 다른 장면으로 넘어가고 다른 뉴스가 계속된다. 순간 머쓱해지며 고개를 갸웃해본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은연중에 품고 있는 농촌의 모습이 이제 더는 우리 농촌의 모습이 아닌 것 중의 하나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함께 협동해 농사를 짓던 품앗이나 두레문화는 이미 우리 농촌의 현실이 아니라 옛날에 있었던 역사가 되었다. 그것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 좀 아쉽다는 생각을 하는 것 또한 어쩌면 도시인의 정서인지도 모른다.
 각기 자기 논에서 똑같이 모를 심기 시작해서 닷새에 끝내자면 하루에 조금씩 밖에 못 심어 나갈 것이고 그렇게 하다가는 지루하고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을 터이기에 사람들은 한데 힘을 모아 한 집 것에서부터 몰아 심어나가면 닷새 일을 나흘  쯤에 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아가며 품앗이라는 것이 생겼을 것이고 그에 따라 함께 돕고 사는 두레문화도 자연스레 생겼으리라. 그러나 현대는 농기구의 발달로 모내기도 벼 베기도 기계가 대신하니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김매기 또한 제초제 덕분에 옛 그림이 된지 오래다.

계승되어야 할 전통 중 하나
 단오제가 열리고 신명나는 굿판이 화면 가득 벌어지고 있다. 우리 것을 지키고 되살리는 일이 확산되고 자리잡아가는 것 같아 흐뭇하다. 그런 맥락에서 사라져 가는 것 중에서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생각되어지는 것이 농촌봉사활동이다.
 우리에게 떠오르는 농촌봉사활동은 어쩌면 상록수에 나오는 채영신의 농촌계몽운동일지도 모른다. 일제강점기 때 시작된 이런 형태의 계몽활동이 교육확대로 필요 없어졌다고 생각될 최근까지도 농촌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대학생들의 여름방학 중요 행사의 하나로 진행돼 왔다. 아마도 1980년대 중반까지는 농촌봉사활동으로 불리던 것이 그 후로는 급격히 변화된 농촌의 정서를 감안, 봉사라는 두 글자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각에서 그냥 농촌활동으로 명명되어져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다가 요즘은 그 활동이 거의 사라져가고 있는듯 하여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사회통합의 계기 마련
 한 때 세칭 운동권 학생들이 주로 많이 참여하는 것 같아서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던 시각도 없지는 않았으나 식어가는 대학생들의 농촌활동은 방학 중의 활동으로 다시 활기를 띠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농간의 격차를 얘기하고 국민간의 소통을 말하는데 그 중요성이야 다 아는 것이기에 생략하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농촌출신 학생들이 도시학교에 많이 다니게 되고 대학 진학률도 높아져서 자연스럽게 도농 출신들이 한데 어울려 지내다보니 서로 잘 알게 되어 새삼스레 농촌을 찾아가 알고 허물어야 할 벽이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상당 부분 아직 착각인 것 같아 농촌 활동이 다시 활기를 띠었으면 좋겠다는 첫번째 이유이다. 두번 째로는 아직 농촌이 격차해소와 소통의 대상이라는 현실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농촌의 인구는 여전히 줄고 있으며 도시로의 집중은 계속 늘고 있다. 농촌의 현실이 힘들기 때문 아니겠는가?
 도시에 집중된 문화 혜택을 농촌활동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농촌에 전달함과 동시에 함께 어울려 서로가 상대방에게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상부상조의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농촌 활동은 매우 유익한 개인적 충전의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서로가 이해를 넓히게 되어 국민간의 소통을 넓히는 지름길이 되어서 사회통합에도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농촌활동이 사라져가는 것이 아쉽고 그 활기의 부활을 바라는 것이다. 산으로 바다로 찾아다니며 호연지기를 발산하는 것도 좋으나 그 속에 농촌활동도 집어넣어 젊음의 향연을 펼치는 계획표를 수정하고, 그 지평을 넓히는 여름이 되었으면 좋을 것 같아 젊은이들에게 간곡히 권하고 싶다. 재미있고 유익한 농촌활동으로 여름을 알차게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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