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꽃·술 문화 책으로 집대성 한 이상희 전 건설부장관

 

필생의 역작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 1·2·3> <술·한국의 술문화 Ⅰ·Ⅱ> 펴내

대학에서는 법학을 전공하고 고시를 통해 관료의 길에 들어서서 평생을 국토환경을 가꾸고 도시를 건설하는 일에 매달려 왔던 팔순(八旬)의 이상희(李相熙) 전 건설부장관이 엉뚱하게도(?) 우리의 꽃문화와 술문화를 집대성 해 책으로 펴냈다.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 1·2·3>(전3권)과 <술·한국의 술문화 Ⅰ·Ⅱ>(전2권)란 책이 그것.
그저 자신의 전문분야와는 상관없이 여기(餘技)에서 비롯된 ‘외도(外道)’라고 보기에는 두 저서의 방대함에 우선 기가 질릴 정도다. 셀 수 없을 만큼 수차례 발품을 팔아가며 그 많은 자료를 모아 나름으로 섭렵해 갈래를 치고 차림을 했을 집필 작업은 필시 구도행(求道行)에 가까운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노익장(老益壯)’이란 말은 바로 그런 선생을 두고 이르는 맞춤말일 게다. 동서고금의 책을 널리 읽고 사물을 잘 기억하는 사람을 두고 이르는 ‘박람강기(博覽强記)’란 수사도 그래서 선생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민족의 미의식·자연관에 역점 둬
6월 초하룻날 낮 12시. 서울역사 4층의 그릴. 점심을 같이 하자고 했다. 연한 하늘색 정장차림의 단구(短軀)에 성성한 백발, 가느다란 눈매에 나직나직한 목소리, 검정서류가방을 든 모습이 영낙없는 대학 노교수의 풍모를 연상시켰다. 선생의 노작(勞作)인 꽃과 술이 주는 이미지, 말하자면 다분히 감성적인 여성스러움이라든지 한량(閑良), 혹은 풍류객의 호방함과는 거리가 먼 듯 보여 내심 그 관심사며 집필동기가 궁금했다.
“내가 난 곳이 경상도 성주에서도 괴산 쪽에 깊숙이 들어앉은 벽촌이었지. 어린 시절을 그 산골마을에서 산야에 지천으로 널린 나무며 풀을 대하고 보냈으니 어쩌면 그때 막연하게나마 식물생태의 기초를 몸으로 터득했는지도 몰라요. 나 같은 사람 산속에 맨 몸뚱아리로 던져놓아도 죽지는 않아. 무슨 풀이 독초이고, 약초인지를 가려낼 줄 아니까…”(웃음)
그렇게 어릴 적부터 몸에 스며든 자연관이 자료수집 기간만 꼬박 10년, 원고 집필기간 3년, 총 6500매에 이르는 원고에 1000여점의 사진자료를 수록한 필생의 역작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로 결실을 맺게 했던 것이다. 그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우리 꽃문화에 천착하게 된 동기를 이렇게 밝혀놓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무슨 꽃을 좋아했고, 일상생활에 어떻게 이용해 왔으며, 또 꽃에 있어 어떤 미의식과 자연관을 형성해 왔는지를 밝히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우리 꽃문화를 종합적으로 집약하여 그 역사·문화적 궤적을 그려냄으로써 꽃에 관한 우리 민족의 미의식과 자연관을 밝히고자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천학비재(淺學菲才)함과 연찬(硏鑽) 부족으로 오류를 범하거나 방치한 부분도 있을 것 같아 두려움이 앞선다”며 후학들의 연구 정진을 당부하기도 했다.
- 산림청장과 토지개발공사 사장을 지내셨으니 우리 국토환경자원이며 산림 같은 것이 전혀 낯선분야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맞아요. 산림청장 재임시절에는 가로수를 감나무로 하자고 주장했었지. 봄·여름·가을·겨울 철에 따라 잎과 열매의 아름다운 색을 볼 수 있는 유실수가 감나무 아닙니까? 그리고 일산에 있는 정발산을 왕벚나무와 산벚나무로 조림하는 개발계획도 세웠었고, 고양의 호수공원과 자유로는 내가 토지개발공사 사장시절에 설계해 만든 것이지. 호수공원에 물·나무는 있는데 꽃이 빠진 게 아쉽기는 하지만…”
숲·나무·꽃 얘기 끝에 우리나라 꽃 무궁화가 너무 홀대당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매화공원·개인기념관 조성이 ‘꿈’
- 술에 관한 책은 또 전혀 의외입니다. 평소 약주는 좀 하십니까?
“조금 하는 정도지만 맛은 제대로 몰라요.”
선생은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를 펴낸 다음에 곧바로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술을 마셨고, 과연 어떤 술문화를 형성했던가 하는 것을 똑똑히 규명함으로써 우리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한국인의 술문화 전반에 대하여 폭넓게 기술해 보기 위해’ 무려 1550여 쪽에(5·7배 변형판)에 이르는 <술, 한국의 술문화>를 펴내게 되었다고 했다.
이 책에는 한국 술의 역사와 전통주의 특징, 술과 관련된 민속·술집·주법과 주도, 술과 관련된 풍류놀이와 문학, 노동과 술, 주기(酒器) 등이 방대한 수집 자료를 토대로 사진과 함께 수록돼 있으며, 역사기록상의 주당들의 행적과 일화, 속담과 고사성어 등도 덧붙여 읽는 재미를 더해 주고 있다. 이 책 역시 ‘자료성’에 있어서는 여타 간행물의 추종을 불허하리만큼 백과사전적 의미가 강하다.
- 요즘은 어떻게 지내십니까?
“자료 수집하다가 고서수집이 취미처럼 돼 버렸어요. 그래 가끔 인사동에 나가 고서점가를 둘러보곤 하지. 그동안 그럭저럭 모아놓은 책이 많고 민속공예품도 1500여점 가지고 있어 개인주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돈도 없지만…(웃음)”
- 여생의 바람이 있으신가요?
“고향 성주 언저리에 매화공원 하나 조성해 놓고, 그동안 수집한 고서며 민속공예품을 전시할 내 개인기념관 세우는 게 남은 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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