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 영화감독 김규민

영화 ‘겨울나비’로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 현실 고발

‘북한 공권력’, 주민 탄압하는 도구로 전락
인권존중 차원에서 北 식량지원 지속되어야

[돌아가신 아버지와 군에 입대한 형을 대신해 산에서 나무를 해다 팔며 몸이 아픈 어머니를 모시는 11살 진호. 하루 종일 구해온 나무로는 그저 옥수수 한 주먹 정도만 살 수 있어 모자(母子)는 옥수수풀죽으로 겨우 입에 풀칠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느 날 진호는 친구와의 다툼으로 산에서 길을 잃고 다리와 손을 다친 체 집으로 돌아오는데… 겨우 입에 풀칠할 식량마저 어느 날 바닥이 나면서 마침내 두 사람은 몸져누워 버리게 되고, 이후 어머니는 배고픔에 환각을 일으켜 자신의 아들인 진호를 개로 착각해 몽둥이로 잔인하게 살해한다. 어머니의 몽둥이에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진호는 가마솥에 넣어 끓여지고 이를 모르는 어머니는 진호의 시신 일부를 개고기인양 허겁지겁 뜯어 먹는데…]
탈북자 출신 김규민 영화감독이 제작한 영화 ‘겨울나비’의 줄거리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아직까지도 식량난으로 허덕이는 북한 주민의 참담하고 비극적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북에서 못 다한 꿈, 남한에서 이뤄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브로드웨이시네마에서 2001년 월남한 북한 황해북도 출신 김규민 감독을 만났다. 영화 ‘겨울나비’의 시사회가 열린 날이기도 하다.
영화를 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묻자 김 감독은 “1998~99년 정도에 접했던 실화를 십 여년 만에 상업영화로 찍게 됐다.”며 “당시엔 이런 일이 드물지 않게 발생했던 까닭에 그렇게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었는데 한국으로 건너와 살다보니 과거에 듣고 접했던 이런 이야기들이 충격적인 뉴스라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주민의 처참한 참상을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이번 영화를 찍게 됐다.”고 영화제작의 뜻을 전했다.
탈북자 출신 김규민 감독은 지난 1974년 북한 황해북도에서 태어나 인민학교(초등학교)와 고등중학교(중·고등학교), 리계순 대학을 다니다 북한 체제에 염증을 느끼고, 지난 1999년 북한을 탈출해 2001년 월남했다. 김 감독은 이후 북한에서 꿈꾸던 배우가 되기 위해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지만 대학교수와 본인의 짧은 경험을 통해 진로의 방향을 배우에서 감독으로 전환했다. 이후 <국경의 남쪽>, <크로싱> 등 다양한 작품에 스태프로 참여하며 실력을 탄탄히 쌓아왔다.

<영화 겨울나비 스틸컷>

북한 모자(母子)의 비극 실화 영화로 제작
그는 “처음 ‘겨울나비’를 제작할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연 북한출신의 탈북자 감독이 영화를 잘 만들 수 있을까라는 편견을 갖는 것 같았다.”며, “한국에서 몇 번의 강연 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북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고, 북한의 실상을 리얼하게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은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로 이로 인해 일어나는 참혹한 사건들은 비일비재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북한에는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 살아남기 위해 지옥 같은 과정을 거쳐 탈북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북한의 식량난 속에서 일어난, 한 모자의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한 실화영화 ‘겨울나비’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지만 현재 북한의 여러 상황에 비추어 보면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슬픈 현재진행형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김일성 사진 불태운 게 문제라면 책임져야죠”
‘따뜻한 봄날, 꽃을 찾아다니던 나비가 겨울에 태어났다면 과연 행복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 영화의 모자(母子)가 북한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 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어 ‘겨울나비’라는 제목을 붙였다는 김 감독.
북한의 식량지원에 대해 “북한에 들어가는 원조식량의 80% 이상이 상당 부문 군부대로 들어가는 게 사실이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냐’는 말처럼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더욱 위험한 처사라 생각된다. 식량이 제대로 배급이 안 된다면 방법을 찾아서라도 북한 주민들에게 지원이 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하는 게 맞다. 지금 이 순간도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 동포와 민족을 떠나서 그들도 인간이다.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화 속 김일성 사진을 태우는 장면에 대해 “엄마가 아궁이에 불쏘시개로 사진을 넣는 게 바로 김일성의 사진이다. 엄마가 개고기를 먹을 때 자세히 보면 옆에 김정은 사진이 걸려 있다.  리얼리티에 맞게 하려고 했지만 내 생각을 담고 싶어 그렇게 연출했다.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한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국내 언론은 중국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오는 순간까지 톱뉴스로 다뤘다. 하지만 북한주민들의 고통과 고난에 대해서는 잘 다루지 않고 있다. 김일성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를 김정일이 통치하면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그런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문제가 된다면 책임을 질 것이라고 굳은 신념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을 묻자 그는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나는 북한에서 온 영화감독이다. 북한에 대해선 대한민국 감독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관객들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 계속해서 북한을 얘기하는 작품을 만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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