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1일 바다의 날에 즈음해-

오 거 돈
한국해양대학교 총장
전 해양수산부 장관

일반인에게 바다는 그저 낭만의 바다로 와 닿을 게다. 그러나 진정 바다를 아는 사람에게 바다는 소리 없는 전쟁터다. 전 세계 410여 개소에서 해양영토 분쟁이 진행 중인 것이 한 예이다. 한반도 주변만 해도 독도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대립, 센카쿠열도(조어도)에 대한  중국과 일본의 분쟁, 쿠릴열도의 북방 4도에 대한 러시아와 일본의 대립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분쟁은 바다의 미래가치의 중요성에 기인하며, 바다가 인류에게 주는 무한한 선물을 쟁취하자는 것이다. 
바다는 인류에게 있어서 생명의 근원이다. 태양열에너지 보존, 공기정화, 오염물질 정화 등 바다의 기본적인 기능이 우리 지구를 살리고 있다. 바다는 가장 경제적인 물류 루트(물류 고속도로)이기도 하다. 1m 길이의 교량과 고속도로를 건설하는데 각각 1억원, 1천만원의 돈이 소요된다. 바다 뱃길은 어떤가? 어느 국가가 바다 뱃길을 여는데 돈을 들였다는 얘기가 있는가?
해수온도차 냉난방, 수력, 조력, 파력, 풍력 등을 활용하는 측면에서 볼 때 바다는 신재생 해양 에너지의 공급원이며, 해양 광물자원과 해양 생물자원의 보고(寶庫)이자 해양 바이오의 실험장이기도하다. 해양 관광레포츠, 해양 친수공간 등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바다의 가치 역시 간과할 수 없다.
20세기 들어서 단절의 바다는 육지와 육지를 잇는 조화와 연결의 장으로 바뀌었다. 물류중심 해양 경영시대, 종합적 해양 개발시대가 도래하면서 ‘바다는 곧 땅’이란 개념으로 인식의 대전환이 이루어졌다.
현대사에서도 해양강국을 지향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세계 10위권의 해양강국으로 진입한 것이 예이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해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업과 함께 5대 산업의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해운업은 반도국가인 우리나라의 수출입 화물의 99.7%를 수송하는 우리의 삶과 밀접한 산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해운은 국가 경제의 생명선이다. 또한 무역 의존도가 70%가 넘는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는 해운이 없이는 지탱 할 수 없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점점 확산되고 있어 다행이다.
외항해운기업 단체인 한국선주협회는 지난해 6월 창립 50주년 행사를 가진 자리에서 ‘한국해운 비전 2020’을 선포하면서 오는 2020년 보유 선박 1억톤, 해운수입 100조원 달성을 통해 ‘세계 3대 해운강국’으로 도약하자고 강조했다. 선박보유량 면에서 중국과 독일을 제치고, 일본과 그리스에 이어 3위로 도약하자는 얘기이다. 해양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웅대하고, 가슴 설레는 비전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무척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 선박금융시스템 구축 등 해운경영 환경개선과 선박관리업, 해운중개업, 보험업, 조선기자재, 선박수리업 등 해운관련 부대산업 및 연관산업의 동반성장 전략 수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더욱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될 부분은 이에 필요한 전문인력의 양성과 공급 방안이 될 것이다.
2020년이면 불과 10년도 남지 않았다. 그동안 어떠한 방법으로 2배로 외형이 커지는 해운산업계에 필요한 해상 및 육상 인력을 양성 공급할 수 있을 것인가. 해양 전문인력 양성의 요람인 한국해양대학교 총장으로서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인력 부족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해운산업 및 부대산업계와 연관산업계에 필요한 인력에 대한 현재의 주소와 2020년에 필요한 인력 수요의 예측 및 그에 필요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그동안 국가가, 또는 개발도상 국가들이 그들의 필요에 따라 양성해 놓은 인력을 데려다 쓰던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우리 산업계에 필요한 인력의 일부는 스스로 양성하여 공급한다는 능동적인 생각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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