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치킨·위대한버거·착한모니터’까지… 초저가상품 봇물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상품마케팅으로 소비자 현혹

일반 햄버거의 4배 사이즈인 ‘위대한 버거’, 한 마리에 5,000원하는 ‘통큰 치킨’, 일반 패밀리사이즈 크기의 피자보다 3배가 큰 ‘대형 피자’까지…, 지난해 말 롯데마트가 ‘통큰 치킨’을 비롯한 ‘통큰 시리즈’ 상품으로 인기를 끌자, 대형마트별로 ‘위대한’, ‘착한’ 등 유사한 이름을 붙인 초(超)저가 상품마케팅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주요 고객인 주부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 개만 구입해도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도록 중량은 늘리고 가격은 낮추는데 초점을 뒀다. 하지만 이런 초저가 상품마케팅이 소비자를 현혹시키려는 상술이란 지적도 있어 현명한 소비가 요구되고 있다.

<롯데마트 ‘통큰치킨’>


“이왕이면 푸짐하게”…
경기불황에 저가제품 판매 급증

지난해 롯데마트는 5000원짜리 ‘통큰 치킨’을 내놓아 큰 논란을 불러온 뒤 ‘통큰 넷북’ ‘통큰 모니터’ ‘통큰 주유소’ 등을 연이어 내놓으며 히트를 쳤다. 이마트 역시 시중보다 훨씬 사이즈가 큰 ‘이마트피자’를 예약판매하며 매출상승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에 보다 못한 경쟁업체들이 최근 ‘착한’ ‘위대한’ 등의 수식어를 붙인 대항마를 띄우기 시작했다.
홈플러스는 ‘착한’이란 이름을 내건 초저가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한 마리에 1,000원하는 국산 생닭을 판매하기도 하였다. ‘통큰 치킨보다 싼 착한 생닭을 판매한다’는 홍보 문구를 내걸어, 롯데마트를 겨냥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GS슈퍼마켓 역시 상품에 ‘위대한’이란 이름을 붙여 초저가제품을 출시, ‘이마트피자’를 겨냥한 ‘위대한 피자’에서 일반 햄버거의 4배 크기인 햄버거를 5000원에 선보이면서 ‘위대한 버거’를 판매하고 있다. ‘위대한 버거’는 지름 25㎝, 무게 600g으로 피자 한 판 크기와 맞먹지만 일반 햄버거 한 개 값보다 싸다.
최근에는 젊은 층을 겨냥한 ‘위대한 도넛’까지 출시해 저렴한 패스트푸드를 어필, 매출상승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위대한 도넛’은 개 당 중량이 280~320g으로 일반 도넛(70~90g)의 3배 크기다. 중량은 3배 늘었지만 가격은 일반 도넛의 1.5배 정도로 개 당 1990원이다.
초저가제품은 식품분야뿐만 아니라 생활·가전용품까지 그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홈플러스는 ‘착한 LED 모니터’를 19만9000원에 선보였다. 롯데마트가 출시한 ‘통큰 TV’보다 10만원 싼 제품이다. 두 제품 모두 TV를 볼 수 있는 LED 모니터로, 24인치 크기다. 홈플러스는 “대기전력이 낮아 환경을 지키는 ‘착한’ 제품”이라는 홍보문구를 내걸었다.

<홈플러스 ‘착한 LED 모니터’>

일시적 홍보상품으로 상품 질 떨어져
하지만 이런 제품들이 무조건으로 싼 것만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초저가 상품마케팅이 소비자를 현혹시키려는 상술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홈플러스에서 판매한 ‘착한 생닭’은 목요일마다 품목을 바꿔가면서 할인해온 기존 행사를 ‘포장’한 것이다. 기간(일주일)과 수량(1인당 2마리)도 한정돼 있다. GS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위대한 버거’ 역시 처음 행사기간 동안 5,000원에 판매됐었고, 현재 일부 매장에서는 제값(1만2000원)에 판매되거나 상시할인 7990원으로 판매되고 있다. 통큰·착한 모니터 역시 그 정도 사양의 제품은 인터넷이나 전문상가에서 비슷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결국 값이 싼 게 아니라, ‘착한’ ‘통큰’ ‘위대한’ 등 홍보 문구를 이용해 싼 제품을 판다는 입지를 굳히기 위한 대형마트들의 전략인 셈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출혈을 무릅쓰고도 당분간 ‘착한’ 제품을 계속해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조사팀 강병모 박사는 “대형마트가 아닌 다른 곳에서 더 싸거나 비슷한 가격에 살 수 있는데도 대형 유통업체들이 ‘통큰’ ‘착한’ ‘위대한’ 등의 이름을 붙여 소비자를 호도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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