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에 생각나는 아름다운 이야기

동 열 모 大記者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은 인간사회를 구성하는 기초단위이며 萬福의 근원이다. 이렇게 소중한 가정이 지난날의 농경사회에서는 조용했는데 오늘의 산업사회에서는 흔들릴 뿐만 아니라 이혼율이 세계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니 그 까닭이 무엇일까. 남존여비 사조가 지배하던 유교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던 농경사회에서 가정의 위계질서는 오직 父子간의 ‘孝道’로 당연하게 유지되었다.
그러나 여성우위 시대의 산업사회에서는 위계질서를 父子가 아닌 미지의 남녀로 맺어진 夫婦에 의존하다보니 취약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오늘의 산업사회에서 가정의 행복은 오직 부부 사이의 원만한 관계 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부부 간의 원만한 관계에서는 ‘사랑’이 필수적이라고 하지만 ‘사랑’의 밑바닥에는 반드시 ‘신뢰’와 ‘존경’이라는 德目이 깔려야 한다. ‘신뢰’와 ‘존경’이 수반하지 않는 ‘사랑’은 하루살이의 사랑에 지나지 않는다. 미지의 남녀가 결합된 부부가 서로 ‘신뢰’하고 ‘존경’한다는 것은 쉽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사소한 일에도 자칫 오해가 생기고 충돌하기 쉬운 부부가 ‘신뢰’하고 ‘존경’하기까지에는 서로 인격적으로 대하고 이해하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가운데서 싹트는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가정의 달’에 꼭 들어맞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어떤 청빈한 공무원이 해외에 출장 갔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줄 선물이 걱정되었다.  본시 넉넉하지 못한 이 공무원은 백화점에서 이것저것 고르다가 하는 수 없이 ‘가짜’ 진주 목걸이를 사가지고 와서 아내에게 건네주었다. 
아내는 난생 처음 만져보는 이 뜻밖의 선물이 너무나 고마워서 옷장 속에 깊이 두었다가 때때로 꺼내서 만져보며 닦기도 하고, 중요한 나들이 때에만 목에 걸고 외출했다. 남편은 이렇게 기뻐하는 아내를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충정에서 ‘가짜’라고 실토하지 못해 늘 양심의 가책을 받으면서 그럭저럭 세월이 흘렀다.
어느덧 아들이 장성해서 며느리를 맞이하게 되었다. 새 며느리의 결혼예물을 걱정하던 남편은 궁리 끝에 그 목걸이를 예물로 물려줄 것을 아내에게 제의했다. 이때 아내는 뜻밖에도 “아무리 궁하다 해도 새로 맞이하는 며느리에게 어찌 ‘가짜’를 예물로 줄 수가 있겠습니까”라고 응답했다. 이에 남편은 고개를 숙인 채 할 말을 잃었다.
사실 아내는 이 선물을 받았을 때, 첫눈에 ‘가짜’임을 알았다. 그러나 가난한 살림에 시달리면서도 끝내 청렴하게 살고자 애쓰는 남편을 존경하던 아내는 남편이 백화점에서 이 ‘가짜’를 고르면서 괴로워했을 그 딱한 심정이 헤아려져서 이 ‘가짜’에서 오히려 더 큰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이 ‘가짜’ 목걸이가 아내에게는 ‘진짜’ 보다 더 귀하게 여겨졌고, 남편의 딱한 심정을 손상시키지 않으려고 이제까지 내색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짤막한 이야기 속에 함축된 의미는 매우 큰 것으로 여겨진다. 인간을 돈으로 평가하는 황금만능시대에 돈의 유혹을 극복하며 깨끗하게 살려는 남편이 매우 훌륭하게 보인다. 그보다 더 훌륭한 사람은 바로 이 바보 같이 무능해 보이는 남편에게 바가지커녕 그를 존경하며 뒷바라지하는 아내인 것이다.
특히 ‘가짜’를 선물한 남편에게 “돈이 없으면 차라리 빈손으로 돌아올 것이지 나를 어떻게 보고 이렇게 ‘가짜’를 사다주는가”라고 당연히 항의할 것인데 오히려 그 남편의 딱한 심정을 헤아려 내색도 내지 않은 아내의 婦德이 한층 우러러 보인다.
이 두 부부가 서로 힘을 합해 만들어가는 가정의 행복은 오직 ‘상대에 대한 배려와 협조’, 그리고 ‘상호간의 신뢰와 존경심’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정의 행복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부부가 힘을 합쳐 각고의 노력으로 하나하나 만들어지는 것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