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조 예산 추가 확보 미지수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우수교사 확보가 우선돼야

정부가 내년부터 전국의 만5세 어린이의 유치원·어린이집 비용(보육비)을 지원키로 했다. 이는 초등학교 취학 1년 전의 유아에게까지 무상교육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 지원정책은 지난 2009년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곽승준)가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긴다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만5세 무상교육이 본격 추진됐던 것이 배경. 정부는 선심성 ‘복지포퓰리즘’ 정책이란 비판을 우려해 지원정책 발표 시기를 재·보선 이후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주호 교과부장관은 “무상급식은 선진국 중 일부만 시행하고 있는데 비해 만5세 아동에 대한 정부지원은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실제로 OECD선진국 대부분은 3~5세 유아교육을 무상 혹은 무상에 가까운 공교육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영국·스웨덴·노르웨이에서는 0세부터, 프랑스는 2세부터 국가가 유아교육을 주관하고 있다. 네덜란드·멕시코·헝가리에서는 의무교육이다.
정책입안의 취지에서 보면 유아기에 얼마나 좋은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개인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빈부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할 때 고소득층 자녀에게까지 돌아갈 유치원·보육비를 아껴 저소득층 지원을 더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소득수준 하위 70% 가구에만 월17만7000원씩 지원하던 것을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30만원으로 올린다고 한다. 현재 유아 1인당 평균 유치원·보육비가 32만8000원이니까 사실상 무상교육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지원정책안에 따르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각각 다르게 가르치는 교육내용, 즉 교과과정도 ‘만5세 공통과정’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 지원대상과 지원규모
여기에서 항목별로 좀 더 자세히 지원정책의 내용을 살펴보자.
우선은 지원대상과 지원규모. 2006년에 출생한 아이를 둔 가정은 내년에 아이를 사립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낼 경우 평균교육비의 3분의 2정도인 월20만원을 지원받게 된다.
사립보다 교육비가 훨씬 싼 공립유치원에 다닐 경우에는 현재의 지원수준인 월5만9000원이 계속 유지된다. 그리고 2013년 이후부터 2016년까지 지원금 액수가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는데, 2013년에는 2007년생 어린이에게 22만원, 2015년에는 2009년생 어린이에게 27만원을 지원하고, 2016년에는 2010년생 어린이에게 30만원을 지원해 준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종일반 비용으로 현재 소득 하위 70%에 대해 공립은 최고 3만원, 사립은 최고 5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전체 만5세 중 원하는 가정에 한해 유치원·어린이집 비용과는 별도로 지원된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이른바 사설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만5세 어린이는 지원받을 수 없으며, 정부가 고시한 유치원 통합 공통교육과정도 가르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초·중학교처럼 의무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보내야 할 의무는 없으나 보내지 않을 경우에는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 예산 추가부담 없다는데…
자기계발의 기초 틀이 잡히는 유아교육지원을 장기적이고도 근원적인 처방책으로 마련한 것에 대해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정책이행의 실효성이다.
제일 큰 문제가 소요재원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 무상교육을 위해서는 2012년부터 매년 8000억~1조1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가게 된다.
이 돈은 교과부가 정부예산을 책정 받아 시·도 교육청을 통해 집행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지원하게 되어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교부금이 3조원씩 증가하기 때문에 추가부담 없이도 충분히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그 또한 미지수이다.
게다가 열악한 유치원·어린이집 교육환경과 우수한 교사확보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월평균 126만원을 받고 하루 꼬박 10시간씩 아이들과 씨름해야 하는 어린이집 교사로는 목적한 공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 저소득층의 가계 부담을 덜어준다며 무상지원을 통한 직접복지로 양극화와 불평등을 줄이려는 단기처방이 아닌지 우려를 갖게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무엇이 먼저인지 곰곰 살피는 배려가 먼저 있어야 한다. 교육은 그야말로 ‘백년대계(百年大計)’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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