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시골버스가 달리고 있었다. 먼지로 뒤덮인 버스는 화덕처럼 뜨거웠다.
얼마쯤 달리는데 가로수 그늘 밑에서 한 젊은 군인이 손을 들었다.
버스는 그 군인 앞에 멎었다. 군인은 커다란 배낭을 안고 버스 맨 앞좌석에 앉았다.
그런데 버스는 떠나지 않았다. 왜 안떠나느냐고 승객들이 소리를 쳤다.
운전사는 “저어기” 하면서 버스 창밖을 손짓으로 가리켰다.
승객들은 모두 운전사가 기리킨 곳을 바라 보았다. 멀리서 젊은 여인이 헐레벌떡 열심히 논둑을 뛰어 오고 있었다.
버스를 향해 손짓까지 하는 폼이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었다.
이때 한 승객이 여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빨리 오라고 손을 벌려 불렀다.
그리고 담배를 붙여 물었다.
그리고 얼마 후 여인이 버스에 다가왔다. 그러나 여인은 버스에 타지 않았다.
운전사가 빨리 타라고 소리쳤다.
여인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맨앞 좌석에 앉은 젊은 군인에게로 가서 내민 손을 잡고서 “몸성히 잘 가이소”하며 인사를 했다.
젊은 군인도 “걱정 말거래”하며 여인의 손을 아쉬운 듯 놓지 않았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승객들은 너나없이 한바탕 유쾌하게 웃었다. 즐겁고 흐믓한 웃음이었다.
버스는 다시 먼지를 일으키며 여인을 뒤로 남긴 채 가로수 사이를 힘차게 헤치며 달려갔다.
지난 토요일 오후 혼자 집을 지키다 불현듯 옛날 이 광경을 목격한 추억이 되살아 났다.
70년대 초 출장길에서 보았던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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