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Together(2) :편견과 차별의 다른 시각

■    연중특별기획
     정다운 동행 - Happy Together(2) :편견과 차별의 다른 시각

 

‘마음의 간극, 소통 부족 탓…배우자·가족동참이 열쇠’


▶레티 씨의 경우…동정, 연민, 무시

지난 2008년 4월 한국에 와서 경기도 화성시에 살고 있는 ‘레티 미란’씨는 먼저 시집온 언니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레티 씨는  화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베트남어 ‘언어영재교실’의 선생님으로 일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 한국에 시집가서 학대당하고, 속고, 심지어 단지 성적배출구로서의 비참한 생활을 강요당하는 동포들의 참담한 소식을 자극적인 베트남 언론을 통해 수없이 접했다. 하지만 레티 씨는 “ 한국에 가서 자기 꿈을 키워나가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베트남 출신 여성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라고 말한다.
먼저 한국에 온 베트남 여성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로는 언론이 부각하는 어두운 면은 일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결혼생활의 행, 불행은 사실 이런 식의 국제결혼이 아니더라도 사람 사는 곳이면 어느곳이나 있는 법 아니냐”고 반문까지 한다.
그녀가 말하는 ‘이런 식’의 결혼은 우리나라 남성과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 동남아 빈곤국 여성들 간의 비정상적인 ‘쇼핑 식’(한국남성)↔‘피 간택 식’(동남아 여성) 결혼행태를 말한다.
레터는 한국에 오기전 차별, 편견에 대한 걱정과 그로 인한 고립감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가졌다. 그러나 레티 씨는 “막상 한국에 와보니 그런 것은 괜한 걱정이었다”고 말한다.
레티 씨의 친구인 베트남 출신 여성들도 “흘끔거리며 바라보거나, 왠지 동정 어린 눈 빛, 또는 무조건 반말하는 사람도 꽤 있었지만 몇 년 전과만 비교해도 확실히 달라졌음을 느낀다”는 것이다.
오히려 “생각했던 것보다 친절 하고 자상한 한국 사람들이 많다”며 “표현하는 방식에서 오해가 많았던 것 같다”라며 한국생활에 꽤 잘 적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자의 25%가 그러한 한국인의 동정적인 시선, 깔보는 태도, 무시하는  듯한 행동 등의 차별을 느꼈다고 조사됐다. 캄보디아, 필리핀 출신 여성들도 비슷한 답변을 했다. (2009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

▶홍춘란 씨의 경우…불신, 의심, 경계

중국 헤이룽장성이 고향인 홍춘란(42) 씨는 지난 2001년 동두천에서 위생용기를 취급하는 신 모(47)씨와 결혼해 한국에 정착했다. 2004년에는 한국국적도 취득했다.
“처음에는 국적만 취득하면 남편과 헤어질 생각이었죠. 솔직히 결혼보다는 한국국적을 취득해 추방될 염려 없이 안정적으로 돈 버는 게 목적이었어요. 국적을 취득하면 고향의 가족들을 한국으로 초청할 수 있죠. 많은 중국교포(조선족)들이 이런 식의 결혼을 한답니다. 상대방 남성(한국인)에게 수수료를 주고 하는 위장결혼도 많아요.“
홍 씨는 아직도 대다수의 중국인들에게 한국은 돈 벌기 좋은 기회의 나라라고 했다.
양주의 한 다방에서 일하는 그 역시 남편과 함께 열심히 벌어 동두천에 작은 아파트도 마련하고 자기만의 차까지 샀다.
그가 느끼는, 한국인의 차별은 어떤 것일까?
홍 씨 같은 중국교포와 한족 및 기타소수민족 중국출신 이주자들은 약 45% 가량이 차별 경험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2009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
이들이 느끼는 차별과 편견이란.... “한국 사람들은 우리를 볼 때 자기들의 일을 빼앗는다, 뭔가 속인다, 결혼의 진정성이 의심된다...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또, 그런 시각으로 봐요. 느껴지죠. 독특한 억양이 나올 때 보이는 미묘한 표정들, 중국 애들을 어떻게  믿느냐고 대놓고 면박 주는 아저씨들...” 홍 씨의 말이다.
실제로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일용직 노동, 가사도우미, 간병인, 식당 종업원 등 저임금의 힘든 노동 분야에서 이들에게 일을 빼앗기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크리스티나 씨의 경우…경원, 막연한 거리감 조성

이탈리아 출신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Cristina Confalonieri ;30세)씨.
이탈리아 밀라노로 유학 온 남편에게 이탈리아어를 가르치면서 사랑에 빠졌고 한국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이 깊어졌다. 2005년 한국에 온 그는 KBS-2 TV의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면서 독특한 억양과 엉뚱한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다. 2007년 결혼해 경기도 안양시에 살고 있다.
현재 가톨릭대 법학부 겸임교수로 EU법과 국제법, 영어 등을 가르치는 재원이다. 2008년부터 역삼글로벌빌리지센터 센터장을 맡은 그는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 다문화연대 등 모두 9개 기관이나 행사의 홍보대사를 맡을 정도로 인기와 유명세를 구가하고 있는 전문직 여성이다.
크리스티나씨와 같이 서구ㆍ미주ㆍ호주 출신의 백인 여성들의 결혼이주양상은 동남아 출신이나 중국출신들과 그 성격이 많이 다르다.
이들의 결혼이주는 자기나라에 유학 오거나 직장관계로 파견된 한국의 엘리트들과의 연애나 그 자신이 한국에 전문직으로 취업하러 왔다가 한국 사람과 결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동남아ㆍ중국ㆍ우즈베키스탄 등 구 소련ㆍ몽골 출신 이주자들과는 직업, 생활여건, 경제상황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인들이 이들 서구 백인들을 보는 시각도 사뭇 다르다.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들이 이들을 볼 때 느끼는 감정은 ‘당당하다, 있어 보인다, 영어를 잘해 일종의 권력이 느껴진다, 전문직에 종사할 것 같다. 왠지 경원시돼 다가가기 어렵다’는 답변이 많았다.
그러나 의외의 답변도 나왔다. 이들 서구 출신들의 차별ㆍ편견 경험이 45%에 육박, 중국교포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당당하고 있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대한 차별?
크리스티나 등 서구출신들이 말하는 차별이나 편견이란 한국인들이 아예 그들을 경원시 해 잘 접근하려하지 않는 경향을 말한다.
“왠지 영어로 말을 걸 것 같은 공포심, 미리 서구인들을 비교우위에 두고 거기서 오는 위축감으로 거리감 조성...이런 부분들이죠.” 크리스티나 등 서구 출신들의 말이다.
그들은 이것을 비타협, 배타성, 심지어 불친절로 까지 느끼는 것이다.
비(非)서구 출신들과는 많이 다른 차별의 모습이다.
이와 같이 출신국 별 결혼이주자가 느끼는 차별이나 편견은 모습이 다양하고, 이런 부분에 대한 세심한 연구와 정책프로그램이 시급한 것이다.

김이선 한국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이 느끼는 차별의 경험은 한국인들과의 접촉이  빈번할수록 차별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며 직장ㆍ일터 > 마트ㆍ식당 > 학국인과의 모임장소 > 학교 등의 순으로 차별경험을 했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한국어에 능통한 중국교포들은 식당이나 도우미 활동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아 아무래도 불쾌한 경험에 노출될 확률이 더 많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한국인 종업원들과 똑같이 무례한 경우를 당해도 이를 깊이 생각해 ‘차별’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한국인의 이중적 다문화 의식

한국인의 다문화 의식은 어떨까?
조사에 의하면 아직까지는 이중적이고, 괴리감의 폭이 크다.
한국인은 다문화공존이 어려울 것 또는 반대한다(10.7%), 다문화의 다양성이 국가경쟁력에 기여하지 못할 것(11.7%)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10% 초반 대에 머물러, 유럽연합 시민들의 25%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2007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이와는 사뭇 다른 결과가 나온다.
전철에서 동남아출신이나 흑인들이 앉아있으면 왠지 옆에 앉기 싫다, 우리나라에 돈만 바라보고 온 것 아니냐, 결국은 이익만 취득하고 자기나라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에 비해 게으르다, 믿기 어렵다, 속는 기분...부정적 시각이 많으면서도 막연한 동행의식은 있어 다문화공존 바람직(60%), 다문화 국가경쟁력에 기여(57%)의 대답이 나왔다.
긍정적 마인드 속에 실제 행동은 이에 못미치는 것이다.

민무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의원은 “선입관과 편견은 정신적인 것이어서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면서도 “이주여성들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체단체의 다문화관련부서, 매스컴, 전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조직적인 멘토링과 일반국민이 갖는 편견, 특히 출신국가별 이중적 시각 해소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결혼이주자의 이웃이 되어 애로사항과 어려운 점, 극복하기 힘든 문화적사이점을 상담해 주고 도와줄 수 있는 ‘정신적 친구’ 멘토링 사업의 정책적 확대를 강조하는 말이다.

박충환 전국다문화지원센터협의회장은 “결혼이주자들도 지역이나 소속처에서 경조사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특히 고립되기 쉬운 이주여성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남편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라며 “교육이나 연수 시 정책적으로 남편들이 동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 결 같이 결혼이주자 자신과 배우자의 노력,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18만, 다문화자녀 13만...이제는 결혼이주자들의 동질성 확보뿐 아니라 그 자녀들의 미래와 이들이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국가재원으로 성장하느냐를 고민할 때다.
그 시작은 결혼이주자들과 우리국민들의 ‘서로에게 다가가고 이해하려는 노력’에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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