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미인계’란 중국의 병법서인 <손자병법(孫子兵法)>에 소개된 적을 이기기 위한 서른 여섯 가지의 전략, 이름해서 36계(計) 가운데 하나의 계략이다. 즉 미모가 빼어난 여인을 상대방 진영에 투입시켜 적장을 유혹해 혼란에 빠뜨리게 하고, 치밀하게 적 진영의 기밀이나 정보를 빼내 끝내는 적을 무력화시켜 무너뜨리는 전술전략이다.
고대 중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미인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패망의 길을 간 나라와 군주가 한 둘이 아니다. 상(商)나라 주왕은 달기라는 미녀와 음란행각을 일삼다 망했으며, 주(周)왕은 포사라는 여인의 미소 때문에 나라를 거덜냈다. 주왕은 도통 웃을 줄 모르는 애첩 포사를 웃게 하기 위해 끝도 없이 거짓 봉화를 올려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수만금의 재정을 탕진시켜 결국 나라를 잃었다.
뿐만 아니라 한(漢)나라의 성제는 조비연·조합덕 이라는 미녀자매의 유혹의 마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쇠퇴의 길을 갔으며, 당나라 현종은 저 유명한 양귀비라는 여색에 빠져 ‘안사(安史)의 난’에 무너졌다. 명왕조는 마지막 보루인 산해관을 지키던 오삼계가 한낱 기생인 진원원의 미색에 빠져 결국 끝장나고 말았다.
특히 춘추시대 말기에 ‘와신상담’고사의 주인공인 월왕 구천의 최고 브레인 이었던 범려가 그의 정부인 서시(西施)를 미인계의 제물로 오나라에 들여보내 오왕 부차를 무너뜨린 이야기는 실로 드라마틱하기까지 하다.
남의 빨래를 해주며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로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던 서시는 외모가 빼어났을 뿐만 아니라 매우 총명하고 지혜로워 당대 최고의 실세가 된 범려의 애인이 된 미인이다. 그 서시가 미인계 전략에 따라 오나라에 들어가기 전, 연인인 범려에게 남긴 말이 그녀의 비범한 그릇됨됨이를 가늠해 볼 수 있게 한다.
“군왕과 관리들이 오나라에 잡혀있다는 사실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나라의 일은 큰 일이고 남녀간의 정은 작은 절개 입니다. 제가 어찌 이 미천한 몸을 아껴서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바를 저버리겠습니까…?”
요즘 자고 새면 뉴스의 머리를 어지럽게 장식하는 얘기가 중국 상해 주재 한국총영사관 외교관들의 불륜행각에 관한 것들이다. 버젓이 한국인 남편까지 둔 서른 세살의 덩신밍이란 여인과 얽히고 설킨 그 섹스스캔들 밑바닥엔 그저 맹랑하기 짝이 없는 물신(物神) 들린 한 여인의 탐욕과 미색에 눈 먼 고위공직자들의 색욕(色慾)만이 가득차 있을 뿐인 게 가슴을 치게 만든다.
‘홍안화수(紅顔禍水)’ 즉 미인은 모든 화근의 씨앗이라는 중국 남자들이 곱씹는 경계의 말을 네 ‘외도관(外道官)’은 왜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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