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100년 전, 개화기의 미션계 여학교의 음악수업 광경은 실로 가관이었다. 음악담당 선생이 석판에 석필로 오선을 긋고 그 위에 음표를 그려 넣기만 하면 음표의 모양이 이상하게 생겼다며 여학생들이 마구 웃어댔다. 귀이개 같다느니, 밥주걱 같다느니, 똥바가지 같다느니 하며 킥킥거렸다.
그런 까닭에 결국 음악선생은 여학생들에게 음표 가르치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음악시간 내내 흡사 미친 광대처럼 마냥 노래만 목이 터져라 불렀다. 그런 학생들의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던지 다른 과목 강의를 들으러 가야 할 학생들까지도 몰려드는 바람에 음악시간은 만원이었다는 것이다. 그 북새통에 교실에 들어와서는 턱을 괴고 앉아서 마치 굿구경을 하는 기분으로 노래하는 선생을 지켜 보면서 실실 웃곤 하였다는 것이다.
이화학당에서는 찬송가를 영어로 가르쳤으며, 일본인 선생들이 대다수 였던 숙명여학교의 초창기 교과목은 국한문, 일어, 작문, 산문, 이과, 가사, 재봉, 수예, 음악, 도화, 습자, 체조였다. 동덕여학교는 재정이 넉넉치 않아 한문 담당선생 한 사람만 채용하고 조동식 교장이 모든 과목을 가르쳤다. 심지어는 가사와 재봉은 물론 단음과 창가로 구성된 음악도 손수 가르쳤다고 한다. 이화학당에 성악과 오르간 과목이 생긴 건 1891년 이었다.
그후 근·현대로 넘어오면서 음악교과서가 만들어 지고 수록내용은 우리나라와 서양의 클래식과 가곡 뿐이었다. 그런 까닭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재미없어 했는데, 최근 새학기를 맞아 전국 고교에 보급된 개정 음악교과서에 대중음악 이야기와 대중가수 노래 악보를 수록해 눈길을 끌고 있다. 도서출판 태성의 음악교과서에는 ‘대중음악의 세계로’라는 소단원에서 1920년대 대중음악 탄생기에서 2000년대 댄스음악과 아이돌그룹 출현까지의 대중음악사를 설명하면서 윤심덕·이미자·산울림·조용필 등의 가수들을 언급하고 “이문세의 ‘붉은 노을’(1988)과 아이돌그룹 빅뱅이 2008년 리메이크한 ‘붉은 노을’을 비교해 보자”며 악보를 실었다.
금성출판사의 교과서 역시 이미자가 부른 ‘아리랑목동’과 서태지의 ‘난 알아요’ 등 다양한 장르의 대중가요를 수록해 펴냈으며, 박영사의 음악교과서도 ‘우리의 대중가요’라는 단원에서 유영석의 ‘네모의 꿈’과 노래를찾는사람들의 ‘사계’란 곡을 실었다.
실로 뽕나무 밭이 변해 푸른바다가 되었다는 ‘상전벽해(桑田碧海)’ 성어가 실감나는 세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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