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자 수필가

오 경 자
수필가
21세기여성정치연합 부회장

 

농촌이 힘들다고, 못 견딜 정도로 아프다고 신음 아닌 절규를 토해내도 도시인들은 별로 귀 기울이지 않았다. 2000년대 쌀 수입으로 농민들이 위기감에 휩싸여 있을 때 대부분의 도시인들은 강 건너 불 보듯 한 것도 사실이다.
지금의 기성세대는 그래도 농촌에서 자란, 그곳이 고향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모든 일들이 도시 중심으로 흘러가는데 앞으로 태어나기를 도시에서 태어나 농촌의 문화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를 점하는 그런 세상에서는 농촌을 이해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매우 의심스럽고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작년의 배추파동은 그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엄청난 것이 아니었나 싶다. 게다가 구제역으로 온 나라가 앓고 있는 요즘에 와서는 농촌의 문제가 총체적 위기 상황으로 인식 될 정도로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렇지만 내 발등에 불이 아니어서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앞으로 농촌을 제대로 살리기 위한 근본적 대책으로 농협법 개정안이 마련되었다.

제 궤도 찾아나서는 농협으로의 개혁
농협의 설립 목적이라 할 수 있는 농협의 주요 임무를 규정한 농협법 제 6조1항의 ‘-이를 위해 회원의 발전을 도모 한다’는 포괄적 규정에 더해 ‘회원의 농산물을 판매하거나 가공 유통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시행 한다’는 2항을 추가 신설 함으로써 농민을 교육, 지원, 감독하는 농협에서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고 유통 시키는 일의 중심에 서는 농협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1961년 설립당시의 주요 임무를 확대함으로써 사실상 농협의 성격을 바꾸는 큰 전환의 시도인 것이다. 농협주요 임무의 무게 중심을 바꾼다는 것은 농협의 설립 목적 자체의 무게 중심을 바꾼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급변해 버린 농촌의 현실은 이제라도 받아들여서 현실화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며,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는 않으나 늦게라도 제 궤도를 찾아들어 서려고 하니 환영하고 축하할 일이라 생각된다.
농협 개혁의 초점을 경제사업 활성화에 두고 있다. 그동안의 금융사업 위주의 농협에서 농산물을 유통, 판매, 가공하는 경제 사업을 중점으로 하는 새로운 농협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것이다. 그 목적의 수행을 위해 개정안은 ‘농협중앙회가 농산물 판매, 유통을 위한 조직 및 시설, 자금, 판매처 등을 적극 확보한다.’는 내용(134조)도 신설했다. 이런 구체적 내용의 추가 뿐 아니라 경제사업의 우선순위도 바꾸었다. 기존의 물자구입 우선에서 농산물 제조, 가공, 판매와 유통 조절 및 비축 사업 우선으로 순위를 바꾼 것이다.

농촌여성들의 과감한 참여 절실
국회에서 심의 중인 이 개정안이 통과 되면 농협이 달라지고 농촌이 활력을 북돋우게 되고 농촌경제가 발전될 것임을 기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필자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134조의 신설이다. 농산물 판매와 유통을 위해 농협중앙회가 조직, 시설, 자금과 판매처 등을 확보한다는 내용은 새로운 농협의 또 하나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농촌의 주역으로 남아 농촌을 지키면서도 경제 행위의 주체가 되지 못 하고 가부장 시대의 형태대로 여성은 주변세력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농협의 패러다임에 맞추어 여성들이 명실상부한 주역의 자리에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여성들이 주로 가공하는 일에 그 판매 또한 여성이 더 잘 팔 수 있는 적임자일 것이므로 그동안 남성들이 주도권을 갖고 있던 농협에 여성들이 대거 기용되고 새로운 조직에 여성들을 의사결정기구에 과감하게 진입시키는 결단이 있어야 새로운 개혁이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여성 자신들이 이번에는 양보하지 말고 적극 참여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개선회 등 여러 농촌여성 조직들이 계획적으로 치밀하게 준비해서 제도권에 진입해야한다. 용기와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농촌건설에 참여해서 대한민국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을 우리 농촌여성들이 잘 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고 큰 바람으로 뒤를 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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