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주 박사의 흙과 비료이야기-61

동양철학에서는 세상만물을 음(+)과 양(-)으로 나누고 있다. 해와 달, 남과 여, 홀수(+)와 짝수(-), 하늘과 땅 등이 그것이다. 서양의 과학도 그렇다. 오히려 더욱 분명하게 나누는 것은 물론 음과 양이 결합하면 중성이 된다고 한다. 농업도 과학이라 흙과 비료를 음양의 개념으로 잘 이해한다면 훨씬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 
비료가 흙 속에 들어가면 어떤 것이든지 남성(+), 여성(-), 중성 3가지 꼴로 나뉜다. 염화칼륨을 주었다고 하자. 염화칼륨은 물에 잘 녹아서 남성인 칼륨(K+), 여성인 염소(cl-) 딱 두 가지로 갈라선다. 그러나 용성인비는 다르다. 남성인 칼슘과 여성인 인산으로 갈라서는 한편, 물에는 잘 안 녹는 인산칼슘이 중성으로 남아 있다. 용성인비에서 녹아나온 여성인 인산의 상당 부분은 흙에 많은 철이나 알루미늄과 같은 남성에게 붙잡혀서 중성이 된다. 이렇게 되면서 인산비료의 80% 정도가 흡수가 안 된다(인산고정이라 한다).
물도 남성(H+)과 여성(OH-)으로 분해된다. 남성과 여성의 수가 같으면 중성이고 남성의 수가 여성보다 많으면 산성, 반대면 알칼리성이다. 중성인 물은 산도(pH) 7, 이보다 낮으면 산성이고, 이보다 높으면 알칼리성이다. 순수한 물은 남성과 여성의 수가 꼭 같다.
자연조건에서는 끊임없이 남성이 더 많이 공급된다. 식물의 배설물, 빗물,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주범이다. pH6은 pH7에 비해 남성 즉 H+가 10배가 많고, pH5는 pH7에 비해 남성 즉 H+가 100배나 많다(수소의 개수를 역의 대수(pH=-log〔H+〕)로 표시하기 때문이다). 만일 내 흙의 pH가 5라고 치면 남성(H+)의 수가 중성보다 100배나 많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흙의 평균 pH는 논은 5.8, 밭은 6.1, 과수원은 5.9이다. 그러니까 중성에 비해 남성의 수가 10배나 많다. 남성이 많은 게 작물에 좋을까? 아니다. 벼, 감자와 감귤에게는 남성이 50배 많은 흙이 좋다(적정 pH 5.5~6.0). 그러나 쑥갓, 고추, 토마토, 피망, 수박, 무, 사과, 배 등 대부분의 작물은 10배 이상 많으면, 즉 pH 6이하로 떨어지면 자람에 지장을 받기 시작한다. 비효가 떨어지고, 알루미늄과 망간 같은 독성물질이 많이 녹아나온다. 유기산이 많아져서 이로운 미생물은 적어지고 토양병원균은 많아진다. 남성이 강한 우리 흙에는 여성(OH-)이 강한 석회를 주면 둘이 결합해서 중성으로 중화돼 물이 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