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은 자의 시체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특히 힘이 있던 절대권력자의 시체를 보존하면 그의 영혼이 부활하여 자기들을 보호한다는 신앙 때문에 미라(Mummy)를 만들었다.
미라 제작과정이 최초로 소개된 것은 기원전 5세기 중반에 이집트를 방문했던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저서 <역사>에 의해서였다. 이 기록에 따르면, 미라 처리는 해가 지는 서쪽을 죽음과 연관시켜 나일강 서안에서 행해졌다.
나일강 서안으로 옮겨진 시신은 먼저 강물로 정결하게 씻긴 다음 방부처리의 한 방법으로 향유 또는 향료가 발라졌다. 이렇게 방부처리가 끝난 시신에서 뇌를 제거하고, 심장을 제외한 간·허파·위·장을 끄집어 낸 다음 소다에 절여 방부처리 하거나 건조시킨 뒤 아마포로 싸 용기에 보관한다. 장기를 꺼낸 시신 안에는 자연산 방부염을 헝겊에 싸 채워 넣고 작은 구멍을 뚫어 사체에서 나오는 체액이 밖으로 빠져나오게 했다. 뿐만 아니라 완전한 탈수를 위해 사체 외부에는 소다수를 발랐다.
이러한 방부처리 과정에는 약 70일 가량이 소요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방부처리 과정이 끝난 뒤 완전히 건조된 미라는 강물에 씻고 각종 향신료를 바른 뒤에 전신을 송진을 입힌 아마포 붕대로 스무겹 쯤 감아 생전의 몸집 크기로 만들어 다양한 형태의 관에 안치했다. 유명한 투탕카멘 왕의 미라는 금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사람모양의 관에 넣어 매장했다.
과거 국내에서도 미라가 출토돼 화제가 된 적이 있긴 했지만, 최근 남편에 의해 12년 전 살해된 50대 여성의 시신이 반(半)미라 상태로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굵은 혈관이 지나는 목을 찔려 살해 된 것으로 보이는 이 시신은 피 묻은 이불과 김장용 비닐봉지, 난방용 은박지, 종이박스 등으로 총 17겹 싸여 있었고, 비닐봉지로 쌀 때마다 테이프로 빈틈없이 동여매 미라화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더더구나 어처구니 없는 것은, 올해 열아홉살난 딸이 이혼한 아버지의 물건이 담긴 것으로만 알고 방 한구석에 자신의 어머니의 시신이 담긴 종이박스를 보관하듯 놓아두고 8살 때부터 12년간 함께 살아 왔다는 것. 이 얼마나 기가 찰 노릇인가.
하마터면 미궁에 빠질 수도 있었던 이 끔찍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살인극의 진실을 부인이 미라의 몸으로 증언하려 했던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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