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한국인처럼 고향애착, 고향감각이 예민하고 발달한 민족은 없다고 본다.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최초의 친화공간(親和空間)이며 부모가 정착한 고향을 쉽게 못 잊는다.
그러나 고향에서 한평생 살기가 어렵다. 고향을 떠나 위화공간(違和空間)인 낯선 타향에서 살게 마련이다.
한국인은 타향살이에 대해 아주 심각하고 예민한 위화의 감정을 좀체 떨쳐내지 못한다. 고향에 대한 광적인 집착과 편애를 가진다.
고향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신뢰하며, 타향인에게는 배타의 감정을 갖는다. 이 타향 배척의 일환으로 정치 쟁점이 되는 지역감정이 대두돼 정치 후진화를 유발한다.
어쨌거나 음력설이 목전에 다가서고 있다. 이제 한국인들은 연약한 새들이 귀소본능을 발휘하여 태평양 널푸른 바다와 험한 산을 헤쳐헤쳐 수십만km를 날아 귀소하는 것처럼 귀성전쟁에 돌입하기에 이르렀다.
교통당국에서는 예년보다 많은 3,000만명 이상의 귀성객이 있을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다.
당국은 귀성차량의 러쉬피해를 줄여보고자 톨게이트 진입예정 시간대별로 진입예정 신고를 받는다고 한다. 이같이 귀성전쟁이 심각하다고 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귀성발길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 안타깝다. 바로 지난 연말이후 발생한 구제역 발생지역에서는 구제역방제를 위한 고육책(苦肉策)으로 고향 부모님들께서 자식들의 귀성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뿐만이 아니라 자치단체장들도 귀성자제 공한(公翰)을 발송중이란 얘기도 들리고 있다. 모처럼의 애틋한 귀향발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마땅한 위로의 말을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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