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자 수필가

오 경 자
수필가
21세기여성정치연합 부회장

 

새해는 언제나 새로운 희망으로 가슴 설레지만 올해는 유난히 설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백호의 해라고 크게 기대했던 2010년이 좋은 일도 있었지만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격사건으로 우리 가슴을 쥐어뜯어 놓았다. 우리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자긍심의 잔치 G20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의 회의를 성공적으로 마친 으쓱한 마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의 뒷덜미를 후려친 연평도 피격 만행은 우리에게 종전 아닌 휴전상태임을 생생하게 되살려 준 교훈적 사건이 되어 주기도 했다.
이런 참담한 심정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더 새해가 빨리 밝아오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금년은 토끼해인데 우리는 토끼의 영민함을 닮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위기관리의 명수 토끼의 순발력과 지혜를 닮고 싶다. 우리 여성들도 이제 우리의 권익을 위해서 때로는 간을 집에 두고 왔노라고 국면 전환의 시간을 버는 적극적인 자세로 모든 일에 임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명절행사는 여성이 주도

전통적으로 우리의 여성상이나 여성 역할을 보면, 특히 명절을 중심으로 보았을 때 매우 열악하고 뒷전에서 일만 한 것처럼 오해 되는 부분이 많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명절 음식과 모든 준비의 기획과 관리 및 진행의 총지휘권은 안방에 있었고 그 주역은 안주인인 여성이었다. 물론 그 권위의 근본이 남편에게서 나오는 것이기에 가부장제의 극치라고도 말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구체적이고 원칙적인 기획이 여성의 머리에서 나온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안방마님이 짜주는 구매 계획표를 들고 남정네들이 장에 나가서 제수거리와 설 차림에 쓸 모든 것을 다 사들여 온다.
여인들은 설빔을 만들고 설 음식을 준비하느라 동짓달부터 분주하게 새해맞이 행사를 시작하게 된다. 살림의 크기에 따라 이웃과 나눌 것도 다 그 계획 속에 들어 있다. 유과·정과 등 과자류를 먼저 만들기 위한 준비 작업이 제일 먼저 시작 되고 안팎을 말끔히 청소한다. 오히려 양성이 평등해 졌다는 요즘에 청소까지도 여성에게 전담시키는 가정이 더 늘지 않았나 의심스럽다. 예전의 남성들이 여성 위에서 군림만 한 것 같지만 실상은 합리적으로 역할이 잘 분담되어진 부분들이 꽤 있었다. 그리고 차례나 제사를 모실 때도 집안에 따라 좀 다르기는 하지만 제사 음식을 만드는 것까지만 여성이 하고 상을 차리고 사당을 치우는 일등은 남성들의 몫이었다.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생밤을 쳐서(비늘을 벗겨 곱게 깎는 일)잘 고이는 일 같은 것은 으레 남성들이 맡아 주었다.
 
주위 밝히는 귀한 사람
오늘날 양성평등이 되어서 살기 힘들다고 하는 남성들은 우리 생활 속에서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살았던 옛 조상들의 지혜를 겸허히 배워야 할 때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음력 정월 첫 번째 드는 토끼날을 ‘톳날’ 이라고 해서 여자의 외출을 금하고 특히 남의 집을 방문하는 일은 절대금기로 삼았던 풍습 등 매우 기분 나쁜 일들이 있었지만 이제 그런 것은 역사 속에 묻힌 지 오래이니 여성들은 전통 속에서 합리적인 것들에 눈을 돌리고 활기차게 살아갈 일이다.
특히 토끼해인 새해를 생각하면서는 왜 그런지 토끼의 이미지가 여성을 더 생각나게 하는 것 같아서 자꾸 토끼이야기가 하고 싶어진다. 물론 이미지를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지어 생각하는 자체가 금물이지만 지혜와 부의 상징인 토끼가 새해 2011년 한 해 동안 우리 여성들의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들어서 우리여성들도 순발력 있는 지혜의 지도력으로 선 자리에서 주위를  밝히는 귀한 사람들이 되어 존경받으며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새해에는 모든 농촌 가정이 아내와 함께 앉아 농업계획을 진지하게 세우고 합리적인 역할 분담으로 행복하고 평등하게 잘사는 유쾌한 동네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가정들은 틀림없이 연말에 훨씬 풍성한 바구니를 앞에 두고 함박웃음을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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