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올리고칩’ 이용 진단시스템 개발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에 감염된 오이잎. 납작해진 부위가 생기고 기형이 되며 차돌박이 무늬가 군데군데 발생한다.>

 

바이러스병 신속·정확 진단…수입검역에도 도움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는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 등 500종이 넘는 식물바이러스를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진단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농촌진흥청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공동으로 식물바이러스 538종을 동시에 진단하고 신종 바이러스까지 탐색할 수 있는 ‘올리고 칩을 이용한 식물바이러스 진단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한 진단기술은 538종의 바이러스 유전자와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진단용 프로브(탐침, probe)를 개발, 이를 손톱정도 크기의 판에 부착해 ‘올리고 칩’을 만든 것이다. ‘올리고 칩’은 다른 약 4천개의 프로브들로 구성돼 있으며, 분석시료로부터 추출한 표지핵산을 칩과 반응시킨 후 해당 프로브들의 형광반응으로 식물바이러스를 진단하게 된다.
이 ‘올리고 칩’은 유전정보를 알고 있는 모든 식물바이러스로 진단대상을 확대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 염기서열이 알려진 538종을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다. 또한 신종 및 변이종 식물바이러스까지 발견이 가능해 이 ‘올리고 칩’으로 콩, 인삼, 큰조롱 등의 작물에서 세계적으로 보고되지 않았던 4개의 신종 바이러스도 발견했다.
그동안 식물바이러스 진단을 위해 이용해왔던 ‘항혈청진단법(ELISA)’과 ‘중합효소연쇄반응(PCR)’은 진단대상으로 하는 몇 종의 바이러스만 검사가 가능했으며, 진단대상이 아닌 바이러스와 새로운 바이러스는 진단하지 못했다.
이번 진단기술의 개발로 앞으로 식물바이러스병에 대한 신속 정확한 원인구명과 발빠른 대책수립은 물론 진단에 따른 노동력·비용·시간도 크게 절약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그동안 정밀 검사법을 갖추지 못해 새로운 바이러스에 감염된 식물체의 수입을 막는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해외에서 들어오는 식물체에 대한 엄격한 검역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농진청은 이번에 개발한 ‘올리고 칩을 이용한 식물바이러스 진단시스템’에 대해 특허 출원을 준비 중에 있으며, 올해 안으로 산업체에 기술 이전해 상용화시킬 계획이다.
한편, 식물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약 900여 종, 국내에는 약 100여 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직까지 일반 병해충처럼 방제할 수 있는 농약이 없어 한번 발생하면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에 발생하지 않았던 토마토황화잎말림바이러스(TYLCV) 등 10여 종의 식물바이러스가 갑자기 출현해 큰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농진청 작물보호과 이수헌 박사는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와 농산물 교역 확대 등으로 새로운 식물바이러스병의 출현이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최첨단의 식물바이러스 진단기술과 바이러스 방제법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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