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앞서가는 비전추구는 본질적으로 고독을 불러들인다고 한다. 음양의 원리에 의해 빛이 있는 곳에는 그림자가 있다. 낮이 있으면 밤이 있다. 우리의 인생도 시련과 고통, 통찰과 사색의 뿌리에서 출발해 행동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된다.
조선시대 계속적인 가뭄으로 흉년이 들어 민생이 도탄에 빠져 있는 모습을 목격한 세종대왕은 ‘백성을 잘 살게 하는 일이 치국(治國)의 근본’이라고 생각했다. 백성이 농사를 잘 짓도록 도와주기 위해 측우기를 직접 고안 했고, 지역별로 농사를 잘 짓는 방법을 정리한 ‘농사직설(農事直設)’을 펴내게 했다. 하지만 한문으로 되어 있는 농사직설을 농민이 직접 읽을 수 없으므로 한글창제의 뜻을 굳힌 것이다.
그러나 한글창제는 당시 궁중의 신하 거의 모두가 반대했다. 한문과 중화문물을 숭상하고 있던 전국의 유생들도 상소를 올려 반대했다. 세종대왕은 사면초가의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오로지 백성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굳게 결심하고 결국 최만리 같은 청백리로 이름난 학자를 옥에 가두고 한글을 반포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오늘날 세계적 기업인 삼성전자의 탄생도 마찬가지다. 1983년 9월 12일 경기도 기흥에서 반도체공장 준공식에서 삼성그룹의 임직원들은 그날을 ‘암울한 날’로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선진국과 10년 이상 기술격차가 나는 반도체 첨단기술에 삼성이 도전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또 반도체 기술의 짧은 라이프사이클로 인해 2~3년만 되면 이미 그 제품과 시설은 구식이 되어 도저히 미국, 일본 등과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선대 이병철 회장의 고독한 결단으로 과감하게 추진했던 것이다. 지도자의 확고한 비전 설정을 실천으로 옮겨 오늘날 세계적 기업으로 탄생되도록 만든 것이다.
마을공동체 발전을 위해서 지도자는 고독한 결단이 필요하다. 그게 마을이 나아갈 이정표가 될 수 있다. 내일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10년 후를 바꾸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미래 지향적 비전 아래 실천하는 행동은 서서히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마을주민들이 함께할 공감의 메시지를 만들어보자. 그게 미래로 나아가는 비전인 것이다. 결국 고독한 결단으로 태어난 훌륭한 리더십은 공동체의 발전으로 구성원들의 공감을 창조한다. 지도자에게 요청되는 자질은 고독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다. 비전을 만들고 그리고 나아가자.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부원장
본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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