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예년같지 않게 무척 춥다. 그리고 웬일인지 눈이 많다.
춥다 보니 어릴 적 10살 전후에 겪었던 혹한에 얽힌 몇가지 아련한 추억이 그립게 떠오른다.
8살 즈음 초등학교 시절의 겨울, 6살 위 누이 손에 이끌려 학교 가다 너무 추워 집으로 되돌아 가자고 떼썼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는 지금보다 무척 추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따뜻한 방에서 나오려고 문고리를 잡으면 손이 문고리에 쩍 달라 붙었다.
방 근처 화장실이 없어 방 위 머리맡에 요강을 들여놓고 잤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그 요강이 얼어붙어 있었다. 그리고 갈증을 면하려고 떠 놓았던 숭늉대접도 바짝 얼어붙었다.
어머니가 따뜻한 날 빨래하기 위해 내복을 갈아 입으라고 재촉하면 찬 내복을 갈아입기 싫어서 버티기 일쑤였다. 그럴라치면 어머니는 방 아랫목 이불속에 넣어 덮혀 주셨다. 그도 힘들 땐 어머니의 따뜻한 가슴에 품어 체온으로 덮힌 뒤 내주셨다. 어머니의 모정이었다.
그뿐 아니었다. 감기약을 먹이려고 약물을 데워 손가락을 담가 뜨거운지 찬지를 가늠한 뒤 약을 먹였다. 어머니는 겨울이면 몇차례 가족이 혹한을 이기고 보양을 할 음식을 마련해서 밥상에 올렸다.
찹쌀 옹심이에 싱싱한 동태와 생미역 쇠고기 한 웅큼 넣어 끓인 옹심이국의 별미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아버지는 아침에 화롯불을 지펴 방안에 들여 놓는 게 일상이었다. 그리고 겨울맞기 전 장작 패는 일꾼을 모아 겨울내내 쓸 장작을 장만하는 아버지의 노고는 참으로 크셨다. 그리고 설렁탕 한 동이를 사와 함께 나눠 먹던 구수했던 그 맛도 잊지 못한다.
올 겨울, 특히 어머니 몸으로 덮힌 내복을 받아 입던 따사로운 모정이 너무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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