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주 박사의 흙과 비료이야기-56

그저 덩어리에 불과한 흙에 대해 쓴 교재들을 들여다보면 너무나 복잡해서 “아이고 이렇게 복잡한 흙을 가지고 어찌 농사를 지을꼬.”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 농업인을 대상으로 ‘흙과 비료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어떻게 설명하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이다.
흙은 무생물이지만 살아 있는 거나 다름없다. 찻숟갈 하나만큼의 흙 속에 미생물이 무려 2천만 마리(2천 마리가 아니다)나 살고 있다. 수 백 종의 화학물질이 끊임없이 반응한다. 물을 주면 수많은 화학변화들이 동시에 일어난다. 이렇게 움직이고 변화하는 것이 소리를 낸다면 시끄러워서 살 수 없다.
뿌리가 양분을 빨아먹으면 먹는 만큼 수소이온(H+)을 배설한다. 그 때문에 뿌리주변은 강산이 된다. 흙은 가지고 있는 화학물질로 강산을 중화시킨다. 그대로 두면 인산과 칼슘, 마그네슘의 흡수가 떨어진다. 석회를 지나치게 주면 철분 등 대부분의 미량요소가 앙금으로 변해 뿌리가 먹을 수 없다. 그걸로 그치면 그래도 다행이다. 흙이 산이나 알칼리로 치우면 질소성분(흙 속에 가장 많은 성분이다)이 가스가 되어 공기 중으로 날아오른다. 질소를 잃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꽉 막힌 하우스에서는 갑자기 생긴 질소가스는 농사를 망가뜨린다.
질소보다 2.1배나 비싼 염화칼륨을 준다.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칼륨(K)은 흙 알갱이에 붙어 있는 칼슘(Ca)과 마그네슘(Mg)을 몰아낸다. 비가 내리면 칼슘과 마그네슘은 지하로 씻겨 내려간다. 그걸로 끝나면 고맙다. 이미 흙에 축적된 칼륨을 더 보태면 하우스에서는 곧바로 염류장해로 이어진다. 어떤 곳에서는 몇 년에 한 번씩 20~30㎝ 흙을 깎아 내다버리거나 복토를 한다. 그러나 지혜로운 농업인은 농업기술센터에 흙을 분석하고 화학비료나 가축분뇨를 아주 조심조심 주고 녹비를 재배해서 염류를 제거한다.
먹을 게 흔해지자 사람은 성인병과 비만이, 비료가 흔해지자 흙은 과잉장해로 애를 먹는 것이 요즘의 문제다. 흙과 비료의 이해는 농사의 기본이다.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농사를 지으면 농사짓기도 쉽고 병도 적게 걸리고 생산량도 많아져 저절로 돈이 벌린다. 이 연재가 좀 어렵다고 느껴도 새해부터는 오려두고 몇 번씩 읽으면 자연이 흙과 비료를 이해하게 되고, 아는 만큼 즐겁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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