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여걸 - 전남 해남군 황산면 원호리 명시정 이장

 

마을주민 설득해 90%이상 친환경농업
오토바이로 현장 누비는 ‘친환경 파수꾼’

전남 해남군 황산면 원호리. 총 70여세대가 모여 사는 이 마을은 모든 작목의 90% 이상을 친환경으로 재배한다. 배추와 쌀, 밀, 보리 등 원호리에서 생산되는 작물들은 이곳 주민들이 무농약으로 정성껏 키운 농산물로 이름을 점차 알려가고 있다.
원호리가 친환경농법 마을로 정착되는 과정에서 현재 이장인 명시정(49) 씨의 노력이 큰 역할을 차지했다. 젊은 여성이장이지만 흙 살리기를 기본으로 한 명시정 이장만의 꼼꼼함은 기초적인 농자재 구입은 물론 보조 퇴비구입까지 철저한 관리로 정평이 나있다.
지금은 대부분 작목을 친환경으로 재배하지만 원호리에 친환경농법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건 오래되지 않았다.
“5년 전쯤에 시댁과 살림을 합치면서 원호리로 들어와 본격적인 농사를 짓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주변의 세 농가가 뜻을 모은 정도였지요”
농사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친환경농법이 생소하고 힘들었지만 농업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시작하게 됐다고 그녀는 말한다.
관행농법에 인이 밴 노인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마을의 분위기는 냉랭했지만 몇 년 사이 저농약 인증을 받고,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자 주민들도 관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지금은 논농사로 시작한 친환경농법이 배추 등 밭작물까지 확대됐고, 저농약을 넘어 무농약 재배까지 인증을 받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는 마을 이장을 맡아 본격적으로 친환경마을 만들기에도 돌입했다.
“마을에서 농약통을 메고 밭을 다니는 모습이 눈에 띄면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와 설득하는 이장님 모습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처음에는 어르신들의 거부감도 있었지만 이장님 스스로 행동하고 실천하는 모습에 큰 믿음이 생겨 열심히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원호리 토박이 박응섭 씨의 이장 자랑이다.
이러한 명시정 이장의 노력과 함께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마을 주민 개개인과 마을 전체의 이익으로 돌아왔다. 친환경 배추농가를 시작으로 판로 개척에 성공했고, 올해는 법인체 계약재배로 농가들의 소득 창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친환경 재배와 이를 통한 판로 확보에 더욱 힘을 실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마을 주민의 권유로 이장일을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지만 친환경 마을로의 발전과 주민 화합을 이루겠다는 소신을 갖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요.”
명시정 이장의 오토바이는 여물어가는 배추밭 농로를 힘차게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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