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주 박사의 흙과 비료이야기-53

근래 들어 귀농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도시에서 살아서 농업에 대한 지식이 빈약하다보니 농사에 걱정도 많고 겁도 많다. 그 중 하나가 화학비료에 대한 걱정과 불신이다. 화학비료를 주면 농산물에 독이 들어갈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언론매체와 유기농들이 화학비료는 사람에게 해롭다고 말해 왔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화학비료는 전혀 독이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화학비료를 주면 작물이 죽는데 독 때문이 아닌가?”라고 묻는다. 화학비료의 원료는 공기와 암석이다. 질소비료는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해서 만든다. 인산비료는 인회석(apatite), 칼리비료는 실비나이트(sylvinite)라는 광물이 원료이다. 화학비료는 이것을 농축한 물질이라 뿌리에 닿으면 삼투압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다. 소금을 주어도 죽는다. 그렇다고 소금이 독인가?
질소비료를 많이 주면 해로운 물질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질산태 질소(NO3-N)가 그것인데, 이 성분이 핏속으로 들어가면 헤모글로빈과 결합해서 메트헤모글로빈이 생긴다. 메트헤모글로빈은 산소를 공급할 수 없게 되어 몸에 해롭다. 그러나 질소비료를 주고 열흘쯤 지나면 단백질로 되어서 위험요소는 사라진다. 흔히 유기질비료는 안전하다고 믿는데 이것도 오해이다. 질소가 많은 가축분뇨를 주어도 메트헤모그로빈이 생기기는 마찬가지다.
유기질비료에서나 화학비료에서나 모두 작물이 먹는 꼴은 이온이다. 질소는 질산태(NO3-,)와 암모늄태(NH4+), 인은 인산(H2PO4-, HPO42-)등과 같은 꼴이다. 콩 한 그루를 심고 한 쪽에는 유기질비료, 반대쪽에는 화학비료를 주면 뿌리가 어느 쪽에 더 많이 뻗을까? 콩 뿌리는 차별하지 않고 양쪽으로 다 뻗는다. 왜냐하면 이온 꼴로 먹기 때문이다.
그럼 왜 화학비료를 준 작물은 몸에 해롭다고 말할까? 유기물에는 50가지 이상의 이온이 들어 있어서 작물은 다양한 양분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화학비료에는 몇 가지 성분만 들어 있어 양분의 종류가 매우 빈약하다. 인체에 필수성분인 셀렌, 코발트, 요오드 등 다양한 미네랄을 섭취할 수 없다. 독이 있어서 해로운 게 아니라 양분이 불균형해서 해로운 것이다. 개간지같이 인산이 매우 부족한 경우는 인산비료를 써야 한다. 병의 치료를 위해 양약과 한약을 함께 쓰는 것처럼 유기질과 화학비료를 함께 쓰는 것은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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