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박 대 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자녀들의 이혼, 별거, 사별 등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손자녀를 양육해야만 하는 농어촌의 조부모들이 증가하고 있다. 농어촌 조손가족의 문제는 가난의 대물림뿐만 아니라 농어촌·노인·여성·아동이라는 사회적 약자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그러나 농어촌 조손가족은 소득·건강·보육·교육 등의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도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조손가족 지원체계 실상
현재 우리나라에는 조손가족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지원체계는 없다. 그리고 조손가족을 전담하는 기관이나 관련 단체도 없다. 다만 농어촌 조손가족과 부분적으로 관련되는 지원 정책으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한부모가족지원제도, 기초노령연금, 건강보험료 경감제도, 건강가정지원제도, 지자체의 조손가족 지원조례 제정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 정책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경우에는 조손가족은 손자녀에 대한 주민등록상의 부양의무자 혹은 보호자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급여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부모가족지원제도의 경우에는 조손가족은 한부모가족지원법 상의 특례조항으로 규정되어 지원받게 된다.
그러나 한부모가족과 조손가족의 사회경제적 상황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이들을 같은 법령 하에서 지원한다는 것은 조손가족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기초노령연금의 경우에는 연금액(월)이 최고 9만원~14만 4천원에 불과해 생계비로는 크게 부족하다. 건강가정지원제도는 2005년에 제정된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라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하여 지역별로 다양한 가정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조손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문기관이라기 보다는 가족 해체적 위기를 겪고 있는 가정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조손가족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보다는 프로그램 중심으로 참여 가족에 대해 일회적인 행사에 그치고 마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지자체의 조손가족 지원조례에 의한 조손가족수당은 월 5만원 정도에 불과해 조손가족의 생활안정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삶의 질 위한 개선방향
농어촌 조손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 개선방안은 다음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먼저, 조손가족을 가족의 정규 형태로 인정하고 확실한 정책 대상으로 설정하여 제도적 지원방안을 체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칭 <조손가족지원법>을 제정하여 농어촌 조손가족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며, 지자체의 <조손가족 지원조례>도 좀 더 적극적인 내용을 담아서 전국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다음은 농어촌 조손가족에 대한 통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조손가족의 문제는 한부모가족, 소년소녀가족, 노인문제, 아동문제 중의 하나로 취급될 문제가 아니라 이들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통합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최근 건강가정지원센터,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조손가족 통합지원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실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조손가족의 다양한 복지욕구를 감안하는 맞춤형서비스가 필요하고, 조손가족의 역량강화에 초점을 둔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지속적인 가족상담, 지역사회 자원 연계 등을 지원하여 조손가족의 결속력과 자생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끝으로, 손자녀들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학습 도우미 지원을 확대하고, 손자녀 양육이나 가족관계 등에 관한 조부모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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