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이원복 교수

 

역사는 어제의 연속이고 내일은 오늘의 연속이다

역사 알기, 하나의 사건을 보지 말고
그것을 둘러싼 배경을 살펴라

늦가을 끝자락의 정취가 물씬한 도봉구 쌍문동의 덕성여대 캠퍼스에서 ‘먼 나라 이웃나라’의 작가 이원복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1400만부 팔린 베스트셀러 작가로 우리나라 국민의 역사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지하고 근엄한 교수 보다는 위트 넘치고, 인생을 즐기는 만화가로 불리고 싶다는 이 교수와의 인터뷰는 재미있으면서도 교훈적이었다. 마치 그의 만화처럼...

# 그리고 싶은 이야기 아직 무궁무진해
48년간 줄곧 만화를 그려오고 있으며 쉼 없이 만화책을 내고 있는 이원복 교수다. 그의 작품 욕심은 끝이 없어 보여 성급하게 다음 계획부터 질문했다. 어디까지 그의 먼 나라 이웃나라를 볼 수 있을가 하는 마음에서다.
“작품 욕심이 아니라 다루고 싶은 나라들 이야기가 아직도 줄 세워져 있지요. 지금 그리고 있는 중국 편 뒤에는 러시아의 혁명사를 다뤄 어떻게 사회주의 혁명을 꿈꾼 인간의 꿈이 좌절되었나 하는 과정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또 우리에게 전혀 낯선 북한 역사 만화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이 교수가 이렇듯 작품을 그려낼 수 있는 원동력과 저력도 무척 궁금한 점이었다.
“골프도 바둑도, 고스톱도 안하죠. 이렇다 할 사교 모임도 없어 시간이 많습니다.”
이렇게 본인은 얘기하지만 사실은 “진정한 프로는 마감을 지키는 것”이란 게 이 교수의 신조이고 여태껏 결코 단 한 번도 작품 마감을 어긴 적이 없다는 사실로 미루어 그의 성실함이야말로 그의 삶과 작품의 커다란 ‘무기’임을 알 수 있었다.

# 만화에 역사를 접목하다
이원복 교수는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후 기운 집안의 가세를 회복하는 일은 소위 가방 끈 늘리기 밖에 없다는 형제들 간의 결의를 다졌다. 그후 형이 먼저 유학길에 올라 밑의 동생의 편도 항공편을 보내주는 릴레이식의 비행기표 조달로 어렵사리 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리고 독일에서 공부한 10년의 문화 경험은 그의 인생길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고, 그의 인생 행로를 결정짓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 유럽에 갔을 때 정말 놀랐죠. 가장 감탄했던 것은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곳은 어디를 가도 문화재가 잘 보존돼 있었기에 신기하고 부러웠습니다. 문화재와 역사는 내일의 바로미터죠. 역사를 모르면 내일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역사는 과거로부터의 스토리텔링이기 때문입니다.”
만화에 역사를 접목한 이유다. 덧붙여 이 교수는 역사를 배운 그대로만 실천하면 ‘참 재미없는 세상’이 될 것이고 그러기에 역사는 창조되는 게 아니겠냐며 웃었다.
하지만 역사란 이미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내일로 이어지는 연속성을 지닌 것이기 때문에 꼭 우리가 알아야할 할 기본이란 말은 잊지 않았다.

# 독일의 ‘건강한 사회’ 바람직
한달에 한번 정도의 꾸준한 해외 여행 경험, 그리고 많은 자료 수집을 거치며 여러 나라의 만화역사책을 펴낸 이 교수가 동경하는 선진국 모델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이 교수는 각 나라마다 특성이 달라 바람직한 나라의 모델을 찾기 힘들지만 ‘건강한 사회’라는 측면에서 보면 독일의 모습이 ‘가장 바람직한 나라의 모델’이라고 추천했다. 독일은 법 안에서의 무한한 자유가 보장되며 상식이 통하는,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이란다.
“독일은 한 가지 문화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문화가 혼재하며 2차대전으로 오히려 인종차별이 없어진 흥미로운 나라입니다.” 이 교수는 프랑스나 영국은 승전국으로 늘 그대로의 사고 방식을 유지, 자신을 바꾸지 않았으나 독일의 경우엔 패전국 실패의 경험으로 민족성까지 바뀐 나라라는 부연 설명을 곁들였다.

# 독일형 다문화보다 더 나은 우리의 다문화
“독일은 다른 민족과 타문화에 관대해서 여건상 다문화가 성공할 확률이 높았음에도 얼마전 수상이 다문화에 실패했다고 선언했죠. 그 원인은 다문화를 인정하되 무관심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한 예로 독일엔 300만 명의 터어키인이 사는데 터어키 사람은 독일어를 배웠지만 독일인들은 터어키 말을 안 배운 것이죠. 모든 문화는 역지사지해야 융화가 되는데 그 점에서 실패한 것입니다.”
이 교수는 사회통합위 위원이기도 하다. 그가 국제화와 세계화로 상징되는 인물이므로 퍽 잘 어울리는 직책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들면 이웃’이란  따뜻한 정서를 가지고 있고 더구나 시대변화에 수용하는 능력도 뛰어나 다문화를 수용할 준비가 잘 되어있다고 봅니다.”
이 교수는 정부의 정책방향만 잘 세우면 우리나라 다문화사회는 성공할 것이란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 농촌이 잘사는 선진국
“이제 대한민국도 자부심을 가질 만큼 훌륭한 나라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선진국의 특징 중 하나가 농촌과 도시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선진국 도시 노동자의 꿈이 농사짓는 거랍니다. 우리나라 농촌도 점점 살기 좋아 질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잘 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이 교수는 영농기술, 품종선택을 특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 꼬리 보다는 닭의 머리가 되야 합니다. 작은 분야에서 우두머리가 되는 게 중요하지요.”
만화와 역사를 접목시킨 교육만화가로서 독보적 존재인 이원복 교수의 말이기에 더 신빙성 있게 들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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