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시조에 곡을 붙여서 국악관현악에 맞춰 창으로 부르는 우리의 전통 성악곡인 가곡(歌曲,중요무형문화재30호),전통 목조건축의 최고 책임자를 이르는 대목장(大木匠,중요무형문화재74호),매를 훈련시켜 야생 먹이를 잡는 매사냥 등 3건의 무형문화재가 16일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가 결정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2001년), 강강술래·남사당놀이·영산재·제주칠머리당영등굿·처용무(이상 2009년)에 이어 모두 11건의 세계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물론 이 결정은 우리나라가 등재를 신청한 것을 심사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웃나라 중국은 전통 침구(침술과 뜸)와 경극(京劇)이 등재됐다. 특히 중국 침구의 등재로 꼭 중국만의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동양 전통의술인 침구에 관한 종주국 지위를 중국이 선점해 다지게 되었다는 것이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는 ‘프랑스 식사’를 유네스코의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해 등재됐다. 프랑스식 식사란 포도주와 요리의 조화, 포도주잔·물잔·접시·식기의 배열, 나이프의 날과 포크의 날을 각각 안쪽과 아래쪽으로 놓는 배열, 손님을 초대할 때 메뉴를 별도로 인쇄해 손님에게 나눠주는 예절, 전채요리-본식-후식(치즈와 디저트, 코냑)으로 이어지는 기본 3가지 식사코스 등을 모두 포함해 이르는 종합적인 문화 개념이다.
이 ‘프랑스 식사’의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주도한 프랑스 유산·미식사절단은, “식사는 음식문화의 실험적 연구소이며 관습을 모두 모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모로코 등 지중해 연안국들이 ‘지중해식 식사’를, 멕시코는 옥수수를 주재료로 한 음식 타말레·토르티야에 데킬라를 곁들이는 ‘멕시코 식사’를 각각 세계무형문화유산 으로 신청해 함께 세계문화유산에 올랐다.
이런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도 그에 못지 않은 전통음식이 있는데, 왜 저들처럼 나서서 제 것 자랑과 알리기를 못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특히 중요무형문화재 38호인 궁중음식(기능보유자 한복려)은 오히려 외국사람들이 가장 한국적인 음식문화의 정수로 꼽는데도 말이다. 그들의 발상이 별난 게 아니라 우리가 그에 못 미치는 건 아닐까.
말로만 한식세계화를 떠들어 대고, 이도 안들어갈 반짝 이벤트만으로는 세계화는 요원하다. 머리가 모자라면 몸과 발만 고단하다더니만 꼭 그런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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