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출로 활력 찾는 결혼이주여성들 - 경북 상주 다문화음식점 ‘행복하우스’

<‘행복하우스’를 꾸려나가는 이들. 사진 맨 왼쪽이 상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곽희주 센터장.>

 

동남아국가의 음식을 만들며 돈도 벌고 주변의 결혼이주여성들과 얘기도 나누며 한국 손님들에게 자국 음식의 맛을 전파하는 공간이 생겨 관심을 끌고 있다. 경북 상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운영하는 동남아 요리 전문음식점 ‘행복하우스’가 바로 그곳이다.

경북 상주시 남성동 중앙시장 옆 골목(통계청 앞)에 동남아 8개국 국기가 새겨진 ‘행복하우스’라는 간판이 눈에 띤다. 100㎡(30여평)의 이 음식점은 여성가족부 지정 상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운영하는 동남아요리 전문음식점이다. 음식점 내부는 동남아 나라들의 각종 장식물과 사진으로 꾸며져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지난 5월 중앙시장 내 50㎡(15평) 남짓으로 시작한 이 식당은 하루에 70~100여명이 찾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뤄 두 달 만에 규모를 늘려 현재의 공간으로 이전했다.
행복하우스의 주요메뉴는 동남아음식 전문점이란 이름에 걸맞게 분리우꾸아(베트남식 정통 쌀국수), 월남쌈, 오꼬노미야끼(일본식 부침개), 일본식 샤브샤브, 야끼소바(일본식 볶음면), 비빔밥 등이다. 최근에는 이곳을 찾는 결혼이주여성들의 남편이나 시댁식구들, 일반 손님들을 위해 육개장, 보쌈 등의 메뉴도 추가했다.
점심식사로 분리우꾸아를 주문해 먹던 응원티녀(26) 씨는 “한국에 온지 2년이 됐지만 베트남 음식을 먹지 못했다”며 “행복하우스가 생겨 이제는 베트남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식사를 마친 이 손님은 베트남 음식을 포장해 가져갈 정도로 단골이 됐다.
식당 메뉴 중 한우등뼈와 고기, 각종 야채로 우려낸 쌀국수는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아 지역주민들의 인기메뉴로 자리 잡았으며, 간단히 동남아산 차와 간식을 즐길 수 있어 결혼이주여성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매장과 주방 관리를 위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파견된 2명의 한국 주부들을 제외한 9명의 종업원은 결혼이주여성들. 베트남(5명), 필리핀(2명), 캄보디아(1명), 일본(1명) 등에서 시집온 이들이 2교대로 식당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상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교육을 받은 후 행복하우스에 취업했다. 일을 하며 돈도 벌고 자국 음식으로 향수를 달래는가 하면, 동남아 음식에 목마른 이주여성 손님들과 사는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시댁식구들로부터의 잠깐의 해방과 일을 통해 가정경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는 자부심으로 그들의 표정은 너무나도 밝다.
상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곽희주(53·상주교회 담임목사) 센터장은 “결혼이주여성들의 장점을 살린 일자리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이 음식점을 개업하게 됐다”며 “타국에 와서 사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잠시나마 자국의 음식과 분위기로 향수를 달랠 수 있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문의. 054-534-6660)


■  홀서빙·소스 담당... 판티피이엔(25) 씨

“저도 어엿한 워킹맘입니다”

농사를 짓는 남편과 결혼해 한국에 정착한지 5년이 됐다. 상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교육을 받다가 행복하우스에서 일을 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남편의 반대가 심했다. 육아와 시어머니를 모시며 농사일까지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을 설득해 지금의 일자리를 얻게 됐다.
지금은 하는 일이 너무 재미있다. 베트남 음식도 먹을 수 있고, 친구들과 얘기도 나누며 모임도 갖고, 식당에 오는 다른 나라 친구들도 사귈 수 있게 됐다. 워킹맘으로서 적지만 가정에 보탬이 되고 시어머니 용돈도 조금 드릴 수 있어 보람이 많다.


■  인터뷰 - 상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정선 부센터장

 

“이주여성 사회진출 적극 지원”

다문화가족지원센터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결혼이주여성들의 원활한 한국가정 정착을 위한 사업들을 자체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3년 전 보건복지부로부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로 지정받아 다문화가족의 한국사회 조기 적응과 사회·경제적 자립을 체계적으로 도울 수 있게 됐다.
현재 우리 센터에서는 기본사업으로 한국어 교육(기초반, 초급반, 중급반, 고급반, 자격증반)과 가족통합 및 다문화사회 이해 교육, 취업·창업 지원, 자조모임, 상담, 방문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언어발달지원사업과 결혼이민자 통역·번역 서비스 등 특성화사업과 외부지원사업으로 결혼이민여성 우리말공부방, 여성발전기금 지원사업(외국인 등록, 체류연장 신청, 귀화신청), 다문화가정 열린아버지학교, 맞춤형 취업지원 등 외부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5월 문을 연 ‘행복하우스’는 결혼이주여성 취업 지원사업의 결실로 타 지역에서 벤치마킹의 모델이 될 정도로 호응이 좋다. 결혼이주여성의 장점을 살린 공동작업장 형태의 이 음식점은 이주여성 일자리 창출과 다문화가족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전환 및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수입식재료와 한우 등 좋은 국내산 재료를 사용하다보니 매출의 절반이상이 재료비로 나간다. 재료비에 비해 음식값은 싼 편이다. 하지만 큰돈을 벌려고 하는 사업이 아니고 다문화가족의 경제적 자립을 도우면서 그들이 향수를 달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수익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여기서 발생되는 이익은 다문화가족의 안정적 정착과 제2창업을 위해 쓰인다. 행복하우스의 인기에 힘입어 내년 1월경 이주여성들을 위한 제2창업장인 커피전문점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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