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 호 정

 

최근 종영 ‘이웃집 웬수’로
제2전성기
훌륭한 배우는 연기(演技)는
어렵다는 성찰로부터

얼마 전 인기리에 끝난 sbs 드라마'이웃집 웬수‘에서 연하남의 절절한 애정공세를 끝내 뿌리치며 ’사랑의 절제미‘를 보여주었던 윤지영 역의 배우 유호정씨.
지난 1991년 mbc 특채 탤런트로 연기를 시작한 유호정은 깜찍하면서도 단정한 외모로 데뷔 초부터 주목을 받았다. 1999년 드라마 ‘청춘의 덫’을 계기로 스타 대열에 들어서고 결혼 전까지 활발한 활동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영원한 소녀로 남을 것만 같았던 그녀도 어느덧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으며 40줄의 나이에 들어섰고 그만큼 원숙미와 우아함을 풍기는 중견배우가 됐다.
1995년 탤런트 선배 이재룡과 결혼하면서 화제가 됐고 이후 뜸한 방송활동으로 팬들의 뇌리 속에서 멀어지는가 싶더니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에서 최민식(장승업 역)의 연인으로 등장, 녹슬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그 이후로 몇 년 동안 1, 2년 터울로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큰 반향은 없었다. 올해 출연한 ‘이웃집 웬수’는 그녀를 다시 팬들에게 성큼 다가서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녀에게 가정이란 무엇이고 연기자로서의 인생이란 어떤 것일까?

이웃집 웬수가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끝났습니다. 특히 극 중 장건희와의 아쉬운 사랑의 결말이 여운에 남는데요.
“시청자들께서는 왜 장건희(신영록 분)의 진실되고 애절한 사랑을 끝내 거부했냐고 물으세요...저도 그러고 싶었는데요...어떡해요...대본이 그런 걸” (웃음)
“요즘 드라마들이 하나같이 복잡한 인간관계와 자극적인 설정으로 좀 독한(?) 내용이라면 이웃집 웬수는 상식적이고 잔잔한 삶의 모습이 그려졌는데요. 중년의 이혼남녀가 살아가는 이야기, 그들의 잔잔한 사랑 등을 그렸는데요, 장건희의 사랑을 끝내 거부하고 그의 앞날을 위해 돌아 선 지영....실제 삶이라면 대부분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요?”

유호정은 연예계에서 잉꼬부부로 손꼽힌다.
최수종-하희라, 손창민-오연수, 차인표-신애라 커등 등과 함께...
그녀는 1995년 동료이자 선배 탤런트 이재룡과 결혼해 현재 7살 아들 태연 군과 4살 된 딸 예빈 양을 두고 있다.

이재룡씨와의 결혼으로 화제가 됐고 아이 둘을 둔 주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남편도 유명인이니 만큼 두 분의 살아가는 모습이 궁금합니다.
 “결혼 전 저는 남자들에게 크게 관심이 없는 스타일이었고 그런 까닭에 처녀 적에도 동료 남자 탤런트들과 스스럼없이 지냈죠. 이재룡 선배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냥 데면데면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녀의 이야기다.
1991년 유호정과 이재룡은 kbs 1 TV 드라마 ‘옛날에 금잔디’에 함께 출연했다.
동료 탤런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사이였던 이재룡이 어느 날 느닷없이 그녀에게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야! 정말 큰 일 났다. 큰 일 났어.”  영문을 몰라 쳐다보는 그녀에게 그가 말했다. “나 네가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어”
그 이후로 이재룡은 유호정을 열심히 수발(?)했다. 방송국에서 먼 유호정의 집까지 데리러 오고 데려다 주고...
“얼떨떨함과 약간의 경계심 속에 한번, 두 번 만나다보니 ‘아 그럼 그냥 이 사람이랑 결혼해야 되는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두 사람은 몇 년의 교제 끝에 1995년 결혼했다.
이재룡이 방송이나 매체에서 밝힌 유호정은 늘 침착하고 슬기로운 아내이자 엄마였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아내의 말을 거역한 적이 없다”고 말해왔다.
이재룡은 연예계 대표적인 주당(酒黨)인데다 일을 저지르는 스타일이라 여러 번 말썽을 저질렀다고 한다. 그때마다 아내의 조언대로 일을 처리하면 잘 됐고 무난하게 넘길 수 있었다. 아내의 판단과 조율이 항상 옳았다는 것이다. 남편이 그렇다는데 남들이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최근 항간에 돌던 부부의 별거, 이혼설 등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스러졌다.
유호정-이재룡 부부의 가정을 생각하면 ‘화목’ ‘단란’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간의 대화라고 생각해요“

연기 잘 하는 선배가 좋다는 이야기를 하시던데 본인의 연기에 대해 평가한다면?
“이 정도 나이가 되 보니 연기란 역시 어느 정도의 연륜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젊은 사람, 나이 든 분 제 각각의 역할과 포지션이 필요하지만 지난 번 틀리고 이번에 틀리고...내 자신이 연기가 매 번 달라지는구나라는 것을 느껴요. 점점 잘한다는 느낌보다는 아 연기란 정말 어려운 작업이구나 하는 성찰이랄까요?”
유호정은 사실 데뷔 초나 지금이나 그다지 외모가 변하지 않았다. 워낙 동안인데다가 연기자로서의 자기관리가 철저했던데 기인하겠지만 이런 부분은 연기자에게 역할의 폭을 제한시켜 마이너스적인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유호정은 그런 부분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연륜’이라고 했다.
이웃집 웬수’에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원래 생모를 만나 오열하는 장면도 그런 부분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장면을 찍으면서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났어요. 6년 전 어머니를 사별했는데 최근까지 어머니의 전화번호를  휴대폰에서 지울 수 없었죠.”
“기쁜 일이건 슬픈 일이건 삶 속에서 겪는 다양한 경험은 자연스레 연기자의 역량으로 녹아난다고 생각해요” 유호정은 연기자의 연륜이란 것을 그렇게 설명했다.
“윤여정 선배처럼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는 배우, 발전하는 배우가 돼야지...그런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있어요. 저도 점점 나아지고 있는 거겠죠?”(웃음)

팬들에게 어떤 연기자로 기억되길 원하세요.
“보기 좋게 나이 든 배우요. ‘보기 좋다’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겠죠. 말씀드린 대로 점점 나아지는 배우, 나이에 걸맞고 배역에 녹아들 수 있는 배우가 되길 원해요.
외관에서 느끼는 이미지와 다르게 예민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인데요, 예전에는 이런 성격 때문에 경직되고 자연스럽지 못해 연기에 부정적요소가 되기도 했어요. 지금은 ‘잘 해야지’ 하는 조급함보다는 일단 단점을 보완하려는 느긋함으로 일해요. 그러니까 훨씬 편해졌어요. 이런 것도 역시 ‘연륜’이겠죠?

1969년생인 유호정은 올해로 만 41세가 됐고 그녀의 연기경력도 햇수로 올해 꼭 20년이다.
예쁘고 청순했지만 다소 어설펐던 신인탤런트 시절부터 원숙하고 실력 있는 연기자로 발전해 오면서 유호정은 그렇게 20년을 팬들과 함께했다.
앞으로도 ‘연기 잘하는 배우, 행복하고 모범적인 생활인 유호정’으로 남아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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