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채 희 걸
본지 발행인

 

금년 여름의 유례없는 기상난조로 배추파동이 일어났다.
이번 배추 파동을 계기로 우리는 배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다.
첫째, 우리 국민 모두가 배추김치에 대하여 상상초월의 지극한 총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되었다.
총애의 증거로는 이번 배추 부족사태 수습을 추궁받은 정부 당국자는 배추대신 다른 채소로 김치를 담가 먹을 것을 종용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같은 정부당국의 종용에 즉각 반발, 언론을 통해 거친 반감(反感)과 불만을 표출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는 자랑스럽게도 열무, 미나리, 파 심지어는 우엉김치 등 200여종의 김치를 가지고 있다.
정부당국은 이를 상기(想起)하여 다른 김치 운운했다가 큰 곤욕을 당한 것이다.
이에 정부당국은 중국배추를 긴급히 수입하여 시장에 내놓자마자 배추를 사기 위해 국민들은 새벽부터 장사진을 치고 줄을 서서 배추에 대한 애착을 새삼스럽게 입증시켰다.
이같은 배추에 대한 국민의 지대한 애착을 감안하여 정부당국은 배추수급에 있어서 쌀 못지 않은 관심과 노력으로 배추의 원활한 공급에 힘써주기 바란다.
이번 배추 파동을 기상이변 탓이라고 한다. 물론 기상난조로 배추 부족사태가 발생된 것은 부인하지는 않는다.
배추대란 전에 작황관측을 보다 면밀하게 했다면 배추 한포기가 15,000원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당국은 배추 한 포기 값이 막상 15,000원까지 폭등한 뒤에야 중국배추 수입에 나섰다. 중국배추를 들여오려면 20여일이 걸린다고 한다. 배추 작황을 보다 세심하고 면밀하게 관찰해 수입을 서둘렀다면 이번과 같은 큰 폭의 인상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배추는 장마비에 약하다. 만약 사전에 장마예보를 정확히 제시했다면 이번 배추파동과 같은 배추 감수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장마 통보를 받은 농가가 배추고랑의 경사를 높여 배수(排水)에 대비했다면 감수경감이 되었을 것이다.
정확하고 면밀한 장기 기상통보 서비스도 강화해야 한다.
배추는 도농국민간 직거래가 되지 못하는 품목이다. 배추의 시장유통은 밭떼기 수집상이 좌우한다.
배추수집상들은 배추를 밭떼기로 매수하였다가 성수기(盛需期)때 내놓는다.
이들은 사 놓은 배추밭을 매일같이 둘러보며 배추의 풍흉(豊凶)을 정부측보다 정확히 파악한다.
이들은 감산이 예측되면 업자들간 담합하여 배추값을 한껏 올린 뒤 시장에 내놓는다. 이번 배추값이 고공행진한 것도 수집상들이 크게 개입했기 때문이다.
이번 배추값 실익의 수혜(受惠)는 아마도 수집상들이 최대로 거뒀다고 본다.
배추파동 후 TV방송 인터뷰에 응한 한 농가주부는 배추한포기에 2,000원 밖에 못받았다고 불만스런 표정으로 얘기했다.
정부는 이같은 도농국민 보호에 반하는 왜곡된 유통단계의 개선을 서둘러주어야 한다.
즉 농협이 배추재배 농가와의 계약재배를 뒷받침하여 중간 폭리를 추구하는 수집상의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
정부는 농협의 경제부문 투자지원을 확대하여 도농국민 모두를 돌볼 공익적인 유통기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빨리 서둘러야 한다.
끝으로 김치가 세계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된 사실에 주목하여 김치종주국의 위상을 굳건히 지켜 나가야 한다.
김치종주국인 한국에 값싼 중국김치가 밀려들어와 국산 김치로 둔갑하여 소비자들을 현혹시킨다. 이런 사태는 결단코 막아야 한다.
일본의 기무치가 세계 김치시장을 제패하려 한다. 이를 방치해서도 절대 안된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세계 각국의 저명요리사, 음식 평가저널리스트 등 저명인사를 초대하여 우리의 전래 200여가지 김치를 선보이고 시식을 하는 김치전시회를 개최했으면 좋겠다. 한국 국민의 김치에 대한 애뜻한 사랑과 김치의 묘미를 전 세계인에게 널리 파급시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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