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지소연

 

지난 10월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청명하고 푸른 가을하늘 아래 관중석을 꽉 메운 3만 3천 축구팬들의 형형색색 옷 색깔이 융단처럼 깔린 초록잔디와 어우러지며 장관을 이뤘다.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선 관중들은  대표팀을 응원하며 특히 한 선수의 동작 하나하나에 탄성과 환호를 질렀다.
중요한 국제대회 결승전이라도 열린 것일까? 아니면 국가대표 축구 한일전(韓日戰)이라도? 아니다. 이날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시합은 웬만한 축구팬들에게조차 이름이 생소한 피스퀸컵 국제 여자축구대회로 한국과 뉴질랜드의 경기였다. 그것도 예선 1차전.
예전 같으면(불과 1달 전만해도) 여자축구경기를 보러오는 관중은 기껏해야 2~3백 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나마 선수 가족들이나 시합관계자 또는 무료입장객과 인근 학교의 축구부원들을 빼면 순수한 유료관중은 손가락에 셀 정도. 조금 과장하자면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이 더 많아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이날은 무슨 일이었을까? 이 상상할 수 없는 변화는 어떻게 생긴 것일까?
이 열풍의 중심에는 19살 지소연이 있다.

20세 이하 여자축구대표팀의 월드컵 3위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쾌거였는데 한 달 후에는 후배인 17세 이하 여자대표가 월드컵 우승을 했어요.
-동생들의 우승은 정말 저희도 깜짝 놀랐어요. 하지만 우리(20세 이하)나 동생들(17세 이하)이나 월드컵에서 4강 정도의 성적은 어느 정도 자신하고 있었어요. 아시아 대회에서 워낙 압도적으로 우승을 했고 조직력도 역대 최강이라 자부했죠. 어린 시절부터 경직된 환경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적인 축구를 구사 할 수 있는 훈련을 받았어요. 축구를 즐긴다는 생각으로 운동한 세대인데, 언론에선 우리를 월드컵어린이(worldcup kids)라 부르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기본기를 탄탄히 다져왔고 축구센스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들을 해주고 계세요.

지소연은 월드컵 열기로 가득했던 2002년, 11살의 꼬마였다. 소연은 이문초등학교(서울 동대문구) 2학년 때부터 운동장에서 남자아이들과 축구하기를 좋아했다. 우연히 축구하며 노는 소연의 모습을 본 김광열 당시 이문초교 축구부감독은 “소연이가 공을 다루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고 회고한다. “축구에 대해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어린여자아이가 어찌나 볼을 잘 다루던지...” 김 감독은 소연을 축구부에 데려 와 남자선수들과 함께 훈련시켰다. 소연은 다른 팀에 지면 울며 분해했다. 왼발, 오른발을 다 잘 써야 한다며 이를 악물고 연습했다. 김 감독은 “내가 가르친 아이들 중 남녀불문 최고의 선수”라고 단언한다.
지소연은 어린시절 부모의 이혼과 어머니의 암 투병, 반 지하 방에서의 가난한 생활 등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인간승리를 이뤄냈다. 하지만 본인은 많은 매체가 이를 다루자 조금 부담스럽다는 말을 했다.

올해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8골을 넣고 실버슈(은상)를 수상했습니다. 우승팀 독일의 베른하이드 선수가 골드슈(금상)을 수상했는데 아쉽지 않았나요?
-개인 타이틀도 솔직히 욕심이 났지만 독일에 져 결승에 못 오르른 것이 더 아쉬웠어요. 3, 4위전에 멕시코를 3-1로 이겨 3위를 차지했지만 아쉬움은 진하게 남네요.
독일의 힘과 조직력은 탁월했습니다. 하지만 성인무대에서 다시 만난다면 꼭 설욕하고 싶어요. 우리 여자축구의 잠재력을 볼 때 머지않아 세계여자축구강국으로 등극할 수 있다고 봐요.

독일은 여자축구선수가 100만 명이 넘고 우리는 1500명이 안 된다고 한다. 일본이 5만명, 북한만해도 1만 명이 넘는다. 지소연, 여민지 등 신세대 선수들 조차도 통풍도 안 되고 여름에는 찜통, 겨울에는 냉장고 같은 임시 막사에서 합숙하며 운동했다. 저변과 환경의 열악함을 딛고 이뤄낸 여자청소년 축구선수들의 쾌거는 놀랍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유명세를 타고난 후 많은 변화가 있었을 텐데...
-저 개인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지만 여자축구를 보는 시선이 180도 달라졌다는 데서 보람을 느껴요. 17세 대표 동생들이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증폭됐는데요,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반짝한 후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팬 여러분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대표팀 최인철 감독은 지소연선수의 미래를 위해 어떤 조언을 하시던가요?
-저는 키가 작고(161cm) 체격이 작은 편이라 근육량을 늘려 파워를 키우라고 하세요. 체력도 좀 더 키워야하고요. 가장 염려하시는 것은 부상입니다.
부상 안 당하는 것도 실력이라시며 무리한 플레이는 삼가라고 말씀하십니다.
감독님의 말씀을 명심하면서 약점을 꾸준히 보완해 나가 세계 최고의 여자축구선수, 세계최강의 한국여자축구에 올라서는 것이 꿈입니다.

전문가들은 지소연의 패스, 슈팅, 드리블, 경기 전체를 읽는 능력 거기다 악바리 같은 근성까지 완벽에 가까운 선수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실력은 축구에 미쳤다고 할 만큼 지독한 연습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의 은사들은 모두 지소연의 엄청난 노력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앞으로도 좋은 플레이로 우리 국민들과 축구팬들에게 큰 기쁨을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국민여러분, 농촌여성신문 독자여러분 여자 축구 많이 사랑해주세요.


□ 지소연 선수는
1991년 2월 서울생. 키 161cm, 현 한양여대 여자축구부 소속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여자축구 국가대표 2010년 FIFA U20 여자월드컵 국가대표
2010년 FIFA U20 여자월드컵 실버볼, 실버슈 수상2009년 베오그라드 하계유니버시아드 여자축구 MVP 

한국여자축구는?
지소연이 태어나기 1년 전인 1990년 국가대표여자축구팀이 처음 창설됐다. 육상, 핸드볼, 투포환 선수 출신들을 급조해 만든 대표팀은 첫 공식경기에서 일본에 13-1로 대패했다. 아시아에서도 약체를 면치 못하던 대표팀은 꾸준히 발전해 2003년 여자월드컵에 첫 출전했으나 큰 점수로 예선 3경기 모두 패하고 탈락했다. 내년 성인월드컵에도 못나간다. 하지만 올해 20세 청소년월드컵 3위, 17세 이하 월드컵 우승으로 국민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고 이들 황금세대의 등장으로 밝은 미래가 기대된다.
지소연 선수는 한국 여자축구의 미래의 대들보로 손색이 없는 선수다.
그녀가 청소년여자축구의 히로인을 뛰어넘어 세계여자축구의 슈퍼스타로 우뚝 서주길 독자여러분과 함께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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