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아카데미아 원장 이 동 원 박사

 

가족기능 상실의 시대, 새로운 규범이 필요하다

한국 가족의 현주소를
가족의 위기가 아닌
가족의 변화로 봐야 합니다.
시대에 따라 가족의 구조나 기능은
변화하기 마련이니까요.

지하철에서의 할머니와 어린 학생간의 난투극에서 보듯이 어른에 대한 공경심 등 우리나라 아름다운 미풍양속은 이미 먼 옛날 이야기인 듯해 걱정 어린 시선들이 많다. 부부간의 갈등으로 이혼가족이 늘고, 부모자식간의 대화 단절, 싱글족의 급속한 대두, 그리고 심각한 저출산률 등 고전적인 화목한 가족의 그림과는 거리가 먼 사회현상들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요즘 가족은 무너지고 있는 게 아니라 변화하고 있는 것”이란 게 가족사회학자인 가족아카데미아 이동원 원장의 말이다.

종로구 신영동, 서울의 한복판이어도 새소리를 들을 수 있고 졸졸 물소리도 정겨운 자연이 느껴지는 세검정 근처의 동네다. 이동원 박사(73)는 3개월 전 집의 뒷산에 턱 버티고 있는 커다란 바위에 반해서 두말 않고 집을 계약, 이곳에 가족아카데미아의 새 둥지를 틀었다.
가족아카데미아는 이동원 박사가 남편인 이근후 박사(전 이대부속병원 신경정신과 교수)와 함께 직접 운영하고 있는 가족연구기관이다.  이동원 박사는 우리나라 가족사회학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로서 오랜 기간 동안 공을 들여 가족문제를 연구해 왔다. 가족아카데미아는 ‘건강한 가족, 건강한 사회’를 실천한다는 취지로 1995년부터 사회봉사와 사회교육, 연구조사를 병행해 오고 있다.

가족, 현장을 연구해야
이 박사는 이화여대 사회학과에 재직할 때부터 가족문제는 학문적 연구도 중요하지만 직접  현장에서 발생되는 여러 문제를 다루어야 학문과 실제의 괴리가 줄어든다는 생각이었고, 철저한 현장 중심의 여러 가족문제 현상을 다루며 행복한 가족 만들기에 애써왔다.
“가족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게 변하는데 가족만 변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그런 면으로 가족문제를 접근해야 합니다.”
요즘 가족문제를 걱정하며 혀를 차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교수는 안심할만한 메시지를 넌지시 남겼다.
“요즘 발생하는 일련의 가족 문제들을 보면 굉장한 폭풍의 한 복판에서 소용돌이 치고있지요. 그러나 이런 모든 상황이 끝나는 지점은 어디엔가 있기 마련이고, 그때부터 새롭게 방향을 잡아나가리라 봅니다. 이런 가족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긍정적으로 가족의 모습이 변화하길 희망합니다.”
이 박사는 과거의 가치관에서 바라보는 것이 가족해체고 가족 위기지 새로운 가치관에서는 변화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복지정책도 개인위주의 복지가 아니라 가족 중심의 복지정책이 이뤄져야합니다. 가족을 기본으로 하는 정책이 이뤄져야 가족이 해체되지 않습니다. 찢어져야 사는 개인위주의 정책이어서는 안됩니다. 근래 들어 가족 중심의 복지정책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나눔, 배려, 공평의 새 규범
이 교수는 요즘 가족의 큰 문제는 바로 본받을만하고 바람직한 기성세대의 롤 모델이 없는 것도 그 영향이 아니겠냐고 지적한다.
“정치판에서의 계속되는 진흙탕 싸움, 걸러지지 않고 낱낱이 들춰지는 정보들로 우리사회에서 존경할만한 사람을 만들지 못하고 건강한 중산층을 만들어내지 못했어요. 이런 점은 지도층 인사들의 각성이 필요한 부분이고요.”
미국이 마약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겪으면서도 일류 선진국가로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것은 건강한 중산층이 있기 때문이라며 건강한 중산층 양성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이 박사는 한국사회의 전통적 가족의 모습이 무너진 것은 교육과의 연관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수험생 위주의 가족환경으로, 가족의 중심이 자녀 입시만을 위한 환경으로 조성돼 가족 본연의 기능 중에서 편안함을 얻는 휴식과 정서적 안정의 기능이 상실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가치관으로는 지금 우리사회가 버티지 못합니다. 기본적인 새로운 사회규범이 지금 우리사회에 필요합니다. 새로운 기본적 사회규범으로 ‘나눔과 배려와 공평’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박사는 요즘 가족은 전통적 규범이 아닌 새 규범과 가치관에 맞춰가며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족은 바로 공유입니다. 그리고 나눔입니다. 자녀들과 생활문화를 공유하는 가족관계의 성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직장이나 지역사회에서는 가족의 생애주기에 따른 가족친화적인 제도와 인프라의 마련에도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저출산 현상도 그것만 중요한 정책의제로 부각시킬 게 아니라  ‘균형 있는 가족’ 이라는 큰 틀에서 사회제도의 구비와 가족친화적인 환경조성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이 박사는 말한다.

자연속에서 행복한 삶 부러워
이 박사는 농촌지역의 여성들은 TV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자신의 현실과 환경은 생각하지 않고 TV 드라마 속 도시환경을 동경하며 추종하는 경향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자연환경의 혜택을 누리고 사는 축복받은 삶의 터전을 잘 느끼지 못하는 점을 아쉬워했다. 농촌지역의 여성들은 도시문화를 해바라기 하지 말고 꿋꿋하게 농촌문화 속에서 참 행복을 가꾸기를 바랬다.
“농촌은 우리 사회의 뿌리입니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뀌죠. 농촌을 다녀보니 각박한 도시의 삶보다 여러 측면에서 부러운 점이 많았습니다. 농촌의 자연환경을 즐기며 행복한 가족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가족사회학자로서 이 동원 박사의 농촌여성을 위한 충고의 메시지이다.
이동원 박사는 우리나라 전통적 가족의 모습, 종가집의 역할, 옛 여성들의 생각 등을 체계화해 정리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여성가치관의 변화를 기록 정리해 두는 일은 가족의 긍정적 변화를 이루는데 큰 몫을 하리라 여기기 때문이다.
이동원 박사는
경북 안동에서 출생했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석사,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가족학회,  한국가족문화학회 회장을 지냈다. 가족사회학 분야의 선두주자며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1995년부터 가족아카데미아를 운영하며 건강한 가족, 행복한 가족 운동을 해오고 있다. 다문화가족을 위한 복지재단인 인클로버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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