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정 명 채
한국농어촌산업학회 회장

 

지금 우리농업이 당면하고 있는 시대적 과제는 국제무역기구(WTO)가 추구하고 있는 무역자유화를 위한 시장개방과 그에 따른 농업부문의 대응방안의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농업개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UR협상이후 DDA협상과 각국과의 FTA협정으로 농민들의 어려움은 더해지고 농업의 전망은 흔들리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WTO회원국이며 무역으로 경제를 유지해 가고 있어 WTO가 추구하고 있는 ‘관세 없는 자유시장으로의 세계화’의 방향과 질서에 따르고 참여해야 한다.
자원이 부족하고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가 무역으로 경제를 일구어가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농업개방은 선택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WTO는 없어서는 안될 버팀목이며 WTO가 추진 중인 DDA협상이나 각 회원국 간의 양자간협상(FTA)에서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한 가지 국내적 여건이 조성되지 못한 부문이 있다. 아직도 취약한 우리의 농업부문이다. 우리농업부문의 안정기반을 조성하고 농어민의 소득보장기반을 갖추며 농어촌의 활력기반을 확립하는 것이 그래서 시급하다. 시장개방이 진행되는 몇 년 동안의 기간 내에 우리농업을 경쟁력이 있는 농업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농업의 붕괴를 막을 길이 없게 된다. 나라의 운영에서 농업은 또한 농민의 생활안정기반일 뿐만 아니라 식량주권과 직결된 국가자존산업이어서 선진산업국들도 농업문제는 안정기반을 확립해 놓고 그 위에서 산업발전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농업은 모두가 경쟁력이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농업은 기술수준이나 품질, 생산성 등이 어느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이제 농업개방은 이미 발등의 불이고 구조개선은 시간을 요한다. 농업기반은 한번 무너지면 다시 복구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농업도 세계시장으로의 도전이라는 과제를 회피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술과 노력으로 적극적인 수출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농산물의 국제경쟁력은 가격과 품질 그리고 그 가공 산업화와 마케팅능력에서 나온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농경지의 면적이 좁아서 규모화를 바탕으로 하는 가격경쟁력은 한계가 있으므로 우리는 품질경쟁력과 가공산업화를 포함하는 마케팅경쟁력에 주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뒷받침할 조직경쟁력을 키워 나아가야 한다. 농산물은 원료상태로는 경쟁력이 없어도 이를 잘 가공하면 그 기술과 품질에 따라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농수산물의 가공산업화는 우리농촌사회의 활력요소가 되고 농촌경제를 키우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 농수산물과 지역의 특산물들을 가공하여 부가가치를 높이고 경쟁력을 키워내는 농어촌산업육성정책은 그래서 지금 시급하고 긴요하다.
또한 농업은 타 산업에 비해 소득이 낮은 취약성을 가지고 있어 농민들의 소득활동이 생산 뿐만 아니라 그것의 가공과 저장, 유통(직거래)활동을 통해서도 소득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농민경제활동을 위해서도 협동의 모티브가 가장 강한 품목별 협동조직의 지원육성은 매우 긴요한 과제이다. 농민들이 그 지역의 특산물이나 농산물을 이용한 가공, 저장, 유통사업 활동을 활발히 하게 되면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도 생기며 지역발전을 가져올 수 있게 될 것이다.   
농업이 농민들의 직업, 농산물을 생산하는 산업으로만 인식되어서는 안돤다. 시장의 세계화시대에 식량은 경제전략의 무기이며 종속과 독점의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우리는 지금 식량자급률 26%, 농산물자급률 23%수준의 식량주권을 위협받는 대외의존국이다. 농업은 국민의 생명산업이며 지역활력의 기반이고 가공산업의 기초다. 농산물에서 식품 외에도 화장품과 의약품이 나오고 섬유와 에너지도 나온다. 그래서 어느 선진산업국들도 농업을 포기하고 발전한 나라는 없다. 이제 우리도 주어진 농업개방의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우리농업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유지발전시켜 나아갈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전략을 만들어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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