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병 성 기상청장

 

자연재해 비상대응체계 구축해
농림재해 최소화 하고,
변화하는 기후에 적합한 작물 선정,
재배관리 기술 배우는 게 최선이다.

올 한해는 유난히 이상기후로 고생이 심했다. 새해 연휴를 마치고 출근하는 첫날부터 폭설에 발이 묶이고, 4월에는 이상저온 현상으로 일조량이 모자라 농업인들이 시름이 유난히 깊었다. 또 여름에는 무더위로 지치고 힘들었다. 추석 바로 전날엔 서울 도심 한복판을 물바다로 만든 집중호우도 경험했다. 잦은 비로 엽채류의 뿌리까지 녹아내려 사상 유례없는 김치없는 밥상도 만들었다.
이 모두는 한마디로 요약해 이상기후 때문으로 사람들의 기상과 기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신대방동의 기상청에서 전병성 기상청장을 만나 우리나라 기후변화와 대처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금년 이상 기후로 농가의 시름이 깊습니다. 우리나라 기후변화의 실태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지난 100년(1912~2008년)동안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1.7도가 상승해 전 지구 평균기온(약 +0.74도 상승)에 비해 상승폭이 두 배 이상 컸습니다. 계절적으로는 겨울철의 기온 상승과 여름철의 강수량 증가 경향이 뚜렷하며, 특히 여름철에는 집중호우와 고온현상이 반복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최저기온은 평년보다 1.5도가 높아 1973년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9월 전반에도 무더운 날이 계속되어 9월 1일부터 21일까지 평균기온과 최저기온은 각각 평년보다 3.0℃, 3.7℃가 높아 모두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하였습니다.
뿐만아니라 금년 여름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 남쪽으로 치우쳐 발달하면서 그 가장자리가 중국남부와 우리나라에 걸치는 형태가 자주 나타났습니다.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덥고 습한 열대지방의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어 우리나라에서는 무더운 날씨가 오래 지속되고 폭염과 열대야가 많이 발생하였습니다.

-날씨가 예전과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날씨에 대한 예측을 해주신다면?
최근 폭염이나 폭우 발생을 보면 그 강도가 세어지고 빈도도 잦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에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이상기후는 전 지구적인 온난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구온난화는 점진적인 기온상승 뿐 아니라 기후의 변동폭이 커지고 규칙성을 상실한다는 두 가지 위험성이 있습니다. 즉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이상기후가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농사짓는 분들은 기상과 기후에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금년 가을과 겨울 날씨의 특징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10월 이후에는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날씨가 자주 나타나며 일교차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온은 대체로 평년보다 높겠으며,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시베리아 부근에는 이미 찬 대륙고기압이 발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차고 건조한 성질을 가진 대륙 고기압이 일시적으로 우리나라 쪽으로 확장해 기온이 다소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내륙지방에서는 얼음이 얼고 서리가 내리는 곳도 있겠으니 농작물 관리에 만전을 기하시기 바랍니다.
올겨울 기후전망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라니냐 현상의 발달 정도와 가을철 기압계 변화 특성 등에 따라 다소 유동적일 수 있으나, 대체로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고 강수량은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11월 23일에 발표될 예정인 올겨울 전망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농촌지역은 노령화로 폭염 등에 따른 피해를 받기 쉽습니다. 기상정보를 활용하면 이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건강상 농촌에서는 더운 여름철에도 뙤약볕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이 농촌에 계신 분들은 야외활동이 많고 도시보다 평균연령이 높아 폭염, 일사병, 자외선 피해에 쉽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농촌에서는 건강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TV나 라디오 등을 통해 수시로 예보를 확인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읍면동 단위로 자기지역의 ‘동네예보’도 발표하고 있으니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농촌에서의 기상정보 활용은 일반적인 도시생활과 비교하여 볼 때 더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세계적 과제이고, 국가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말씀해 주신다면?
국내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 실현을 위해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정과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문제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이며, 양날을 가진 검과 같습니다. 기후변화를 사전에 대비하고 준비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곧 맞게 될 것입니다. 다행히도 우리는 녹색성장이라는 좋은 도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도구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 기업, 국민 등 사회 구성원이 혼연일치되어 움직이지 않는다면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은 요원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의 리더십과 기업 및 국민들의 에너지 절감과 친환경 소비활동 노력이 우리나라와 나아가 지구를 살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 농촌지역에서 특히 기후변화에 대비해 준비해야 하는 일은?
기후변화는 기온의 상승뿐만 아니라 여름철 강수량의 뚜렷한 증가와 가뭄, 집중호우와 같은 극단적인 기후현상의 증가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극한기후현상은 자연재해 및 농작물의 생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2080~2090년에는 쌀 수확량이 14.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식량 안보가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될 전망입니다.
따라서 농촌지역은 단기적으로 농림재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촌 지역단위 별로 자연재해 비상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중장기적으로 기후변화 적응 차원에서 변화하는 기후에 적합한 작물을 선정하고 재배관리 기술을 확립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기상청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농촌지역의 적응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2010년 4월부터 기후변화 시나리오로부터 산출된 최고·최저·평균기온, 강수량과 일교차, 생장 개시·종료일, 생장유효적산온도, 발화·개화기 등의 자료를 기후변화정보센터 홈페이지(www.kma.go.kr)를 통하여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후가 인간생활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는 있다고는 하지만, 농업에 만큼 큰 영향을 미치는 곳도 없습니다. 금년 봄은 3월 평균 최고기온이 10℃로 평년기온을 1.5℃ 밑돌 정도로, 이례적으로 낮은 기온 분포를 보였는데요. 이로 인해 경상북도 지역의 농촌에서는 참외, 딸기, 수박, 토마토, 오이 등 시설채소단지 중 90%가 동해 피해를 입었습니다. 또한 9월 초에는 태풍 곤파스가 서해상을 지나면서 추수를 앞둔 벼가 수해를 입었고 과수농가에서는 낙과 피해를 보았습니다.
불행하게도 앞으로 기후변동성이 더욱 커지면서 농업재해는 한 층 더 늘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농업 지원을 위한 날씨 정책이 이루어져야 하며 기상청은 국가농림기상센터 지원을 통해 이러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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