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이 참 사장

 

현장에서 만난 사람…다문화가족 선배의 조언

"다문화는 우리사회 다양성과
역동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지난 9월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다문화전문가 네트워크를 위한 다문화가족포럼 창립 모임이 있었다. 이곳에서 다문화 가족 '원년 멤버'라고 할 수 있는 한국관광공사 이참(56) 사장은 ‘다문화 인식과 사회통합'을 주제로 자신의 다문화 경험담을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다문화 선배로서 자신이 한국에 살면서 느낀 포용력과 좌절, 그리고 희망을 담은 이야기 보따리는 우리나라 국민의 다문화 인식의 진행 속도와 맥을 같이 한다.

다문화 수준 어디까지 왔나?
“저 한국사람 같아요? 외국사람 같아요? 저 한국사람입니다. 얼굴의 피부색이나 머리색보다는 언어와 문화로 내외국인을 구분 짓는 게 올바른 판단 아닐까요?”
이참 사장은 대뜸 이런 질문을 던지며 사람들의 의식을 파고들었다. 
“단일민족이란 개념은 이제 와서 보면 참으로 어이없고 엉뚱한 발상입니다.”
그는 한국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우리나라에서의 다문화 역사를 짚어주었다. 예전 가야시대의 허황옥은 인도 출신으로 금관가야의 집권층이 되었고 또 고려시대 과거제를 도입한 쌍기는 중국 후주 출신이고 조선의 발명가 장영실은 아버지가 원나라 후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외국계 인재를 흡수하여 활용하는 개방의 역사가 이리도 길었고 다양한 출신의 ‘최초’들이 이렇게 많았던 것에 자신도 새삼 놀랐다는 것이다.
 한국문화에 불교, 유교, 기독교 등 외래문화가 두루 어우러질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한국 사회의 역사적 개방성이 토대가 되었고 일시적으로 단일 민족이란 개념이 생겨났지만 다시 최근 들어 다문화 인식이 상당 부분 개선되고 있다고 이 사장은 지금의 다문화 현상을 진단했다.

다문화 세계적 모델 국가 될 수 있다
“한국에 온 지 32년의 세월이 지났고, 또 귀화인 최초로 공기업 수장이 된 것이 작년 7월이니까 어느덧 1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태어난 독일에서의 25년 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한국에서 살고 있는 셈이죠.”
이 사장은 1982년, 처갓집에 처음 인사갔을 때 지금의 장인이 일부러 자리를 피했던 일화를 들려주며 자신이 출연했던 드라마 ‘딸부잣집’과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그 당시는 지금보다 훨씬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했다는 것. 하지만 자신이 출연했던  1990년 초반의 드라마 ‘딸부잣집’이 국제결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흐뭇해한다.  드라마 방영 당시에는 시청자 의견 45%가 국제결혼 결사반대 의견이었지만, 지금은 ‘사랑하면 국제결혼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일 정도로 국민 정서도 포근해졌다.

외국인 근로자 배려해야
“외국인 근로자들은 잠재적 우리나라 홍보대사들입니다. 공평하게 대해줘야 합니다.”
그는 70년대, 독일로 일하러 갔던 우리나라 간호사와 광부들이 결국 독일에서 다시 귀국해 독일제품의 홍보 역할을 자청했고 한국에서 독일 제품이 비싼 값에 팔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며 우리도 똑같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잘 대해주면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많은 혜택이 돌아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사장은 우리 사회에 잠재된 이런 개방적인 문화가 발휘하도록 하려면 제도적으로 준비가 필요한 문제는 남아있지만, 외국인에 대한 배려가 많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고 주장했다.
“고려, 조선 시대에 걸쳐 1천년 이상 철학, 예술을 공부했던 선비들이 우리나라를 다스렸습니다. 철학과 예술이 원래 개방적이기에 철학ㆍ예술의 사회적 리더십을 가졌던 한국 사회가 외래 종교나 문화를 잘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지요.”

제도적 준비...사회를 열어놓자
“내 아이들 같은 국제결혼 가족들은 우리나라의 엄청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내 딸과 아들은 어릴 때부터 국제학교를 보냈고 교육에 신경 쓴 부분도 있지만, 3개 국어를 모국어처럼 하는 유창한 인재로 자랐습니다.”
이렇듯 다문화 2세들이 국제적인 마인드를 갖고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로  제대로 가르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풍부하고 다양하고 매력적인 나라로 우리나라를 더욱 성장시키려면 다문화가족을 아껴야 합니다.”
 이 사장은 이를 위해 다문화 가정의 2세 교육 문제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대안으로 다문화 가정의 엄마 나라 말을 가르치는 ‘다문화 놀이방’을 제안했다. 또 그는 나아가 열린 마인드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개성적인 표현을 허용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자가 마음대로 표현하고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뿐아니라 그렇게 해서 잘하는 사람에게 마음껏 손뼉 칠 수 있는 사회가 될 때 한국의 잠재력은 가히 폭발적일 것이라며 지금같이 앞으로도 더 다문화가족을 포근히 감싸 안아 자신 같은 세계적 열린 마인드를 가진 한국인이 많아지기를 이참 사장은 진심으로 바랬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1954년 독일에서 태어났고 1977년 독일 구텐베르크대 졸업했다. 1978년 주한 독일문화원 강사로 한국에 정착, 1986년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귀화 당시 이름을 ‘한국의 도우미’라는 뜻에서 이한우로 지었다가 ‘한국 사회에 참여하는 사람’이란 의미에서 이참으로 개명했다. 한독상공회의소 이사, 참스마트 대표이사, KTF 사외이사, 기아자동차 고문 등을 지냈다. 2007년 대통령선거 한반도대운하 홍보대사 및 대통령후보 특별보좌역, 2009년 7월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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