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지난 13일 모 일간지 광고란에 한뼘 크기의 사람 찾는 광고가 났다. ‘어머니를 찾습니다’란 큼지막한 활자 밑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인자한 모습의 할머니 사진과 함께 배××라는 이름과 나이(74세), 그리고 키와 외모특징이 고딕활자로 박혀 있고, 그 밑에 실종사유가 적혀 있었다.
‘학교(경남 창원의 C전문대)를 설립한 어머니를 해임시킨 이사회의 무효를 다투는 소송 중에 원고인 어머니가 갑자기 실종되었습니다.…(중략)…모시고 살던 딸들과 친지들은 어머니를 애타게 찾고 있으며 어머니가 어서 집으로 돌아와 편안히 여생을 보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가족대표’ 이름으로 되어 있는 이 광고 내용을 보면서 느낀 것은, 흡사 툭하면 재벌가의 상속을 둘러싼 암투를 그리는 통속적이고도 상투적인 3류드라마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씁쓸함 이었다. 저간의 속내야 알 수 없지만, 진흙탕 싸움을 보다 못한 그 어머니가 오죽해서랴 ‘너희는 싸워라, 난 간다’며 홀연 자취를 감추었을까 싶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우리나라 부자들은 대부분 평생을 피땀으로 일군 제1세대의 부(富)를 그대로 손쉽게 물려 받은 제2, 3세대들이어서 그 피와 땀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고, 조금 힘들다 하여 빌딩에서 뛰어내리고, 목매고, 강물에 뛰어든다. 자신만 귀한 줄 알았지 가난한 내 이웃의 눈물을 닦아줄 줄은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미국의 갑부들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 얼마 전 미국의 주식전문 사이트 ‘인베스토피디아’가 미국 억만장자들의 6가지 검소한 습관을 소개했다.
검소한 집에서 살며, 통근할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실용적인 옷차림에, 외모에 과도한 투자는 사치로 여긴다. 차(車)도 검소한 것으로 하고, 명품은 가급적 멀리한다는 것이다. 그 예로 자산규모 606억달러로 세계 최고 부자인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은 30살 때 구입한 집에서 살고 있으며, 개인 전용비행기나 요트가 없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53년 전 고향 오마하에서 사들인 방 5개짜리 단독주택에 살며, 영국 코드웰그룹 총수 존 코드웰은 매일 자전거로 회사에 출퇴근 한다. 세계 최대 기업 월마트의 짐 월튼 사장은 15년째 똑같은 픽업트럭을 직접 몰고 다닌다. 빌 게이츠가 그렇고, 버핏,스티브 잡스 등 모두가 자신들이 모은 재산 거의 모두를 사회에 기부하고, 장기기증 서약까지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성실한 실천이다. 수 백 잡종이 뒤섞여 있는 미국이란 나라가 전세계를 호령하며 맏형노릇을 하는 것도 그런 정신과 도덕심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것들이다.
고작 학교 재단 이권 싸움으로 집 나간 어머니 찾는 광고라니… 다음 광고문구는 이런 게 아닐까… ‘모든 것 다 잘 해결됐으니 제발 집으로 돌아오세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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