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주 박사의 흙과 비료이야기-41

미국 미네소타대학에서 연구생활을 할 때 일이다. 주말이면 깡통을 들고 콩밭으로 가나곤 했다. 잠간 동안 흙을 뒤져도 지렁이가 한 깡통이나 잡혔다. 낚싯대를 들고 미시시피 강으로 간다. 댐 밑에는 물 반, 월척이 넘는 잉어가 반이다. 잉어들은 멍청해서 한 시간이면 한 바구니가 잡혔지만 맛이 워낙 없어서 화초 밑에 묻어주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종일 콩밭을 뒤져도 지렁이 한 깡통을 채울 수 없다. 이토록 우리 흙은 척박하다.
지렁이가 많은 곳은 농사가 잘 되는 곳이다. 이런 곳은 양분, 특히 유기물이 풍부하고, 통기가 좋고, 습기가 높고, 칼슘이 많기 때문이다. 지렁이가 살면 흙은 더욱 더 좋아진다. 하루에 제 몸 무게의 최고 30배나 먹어 10a에서 연간 100톤까지도 먹어치운다. 똥(분변토라 한다)은 물에 잘 깨지지 않는 최고 품질의 떼알조직이다. 지렁이의 장을 통과하는 동안 흙은 더욱 잘게 부서지고, 유기물도 잘 소화돼 곧바로 작물이 이용 가능한 꼴로 변한다. 더구나 유기물과 잘 섞여 흙 알갱이가 딱딱하게 굳지 않도록 한다.
지렁이는 뿌리가 가장 많이 분포하는 15~35cm 깊이를 오르락내리락, 왔다 갔다 하며 활동하므로 그 범위의 흙은 물리성이 잘 개량된다. 그래서 뿌리가 큰 도움을 받는다. 지렁이는 절대로 살아 있는 잎이나 뿌리는 먹지 않아 전혀 해롭지 않다. 유기물이 밥이므로 덮어주면 흙 속으로 끌어들이거나 굴 입구에 쌓아놓고 먹는다. 그러는 과정에서 흙과 유기물을 잘 섞어준다. 0℃ 이상이어야 살 수 있기 때문에 날씨가 추워지면 굴을 파고 지하 1m 깊이까지 숨는다. 봄이 되면 다시 올라온다.
이렇게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굴은 물을 지하에 저장하는 통로가 되고 나쁜 가스가 나가고 신선한 산소가 들어오는 공기의 통로가 된다. 새 뿌리가 나오면서 자연이 뻗기 쉬운 이 통로를 이용해서 그 깊이까지 뻗을 수 있어서 자라는데 매우 좋은 조건이 된다. 지렁이를 잡아다 밭에 놓아준다고 사는 것은 아니다. 유기물을 충분히 주면 저절로 생겨 한 마리가 일 년에 천 마리까지 불어나서 10a에서 30만 마리까지도 산다. 총무게는 100㎏이 넘고 죽으면 좋은 비료가 된다. 그래서 지렁이를 많이 불러들이는 농업인은 친환경농업을 성공시킬 수 있다.

(도움말. 녹색성장위원회 나영은 박사 02-735-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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