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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이 된 교수, 전원일기를 쓰다
강수돌 / 지성사

이 책은 경영학 교수이자 시골 농부인 저자가 들려주는 살림살이 농사와 참된 삶의 경영에 관한 얘기다.
 저자는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라고 주장한다. 그 방법으로‘오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주문한다. 참된 삶의 경영, 곧 행복은 ‘인간성, 효율성, 생태성’이라는 세 가지 가치 사이에 ‘조화와 균형’을 도모하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행복은 자본주의가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돈 많이 버는 삶’ 또는 ‘과시적인 소비에 몰두하는 삶’도 아니다. ‘자아실현’이나 ‘자아완성’ 등 서구 계몽주의가 이상화한 개인주의적 행복도 아니다. 이 세상을 초탈하여 ‘저세상에서의 구원’을 추구하는 종교적인 행복도 아니다. 인위적인 문명을 거부하고 현세 초월적인 사유에 노니는 고고한 행복도 아니다. ‘온 사회가 불행한데 나 혼자 행복한 것이 어떤 면에서는 죄악일 수도 있다’는 그러한 공동체 지향적 삶이다. 이러한 행복을 위해 저자는 ‘생태적 마을 공동체’를 자본주의나 사회주의가 공유하고 있는 산업주의, 팽창주의, 위계주의와 성장 신화를 모두 넘어서는 대안적 삶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이런 생각을 농사꾼의 평범한 삶에 녹여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저자의 경영학은 ‘기업’과 ‘이윤’을 위한 경쟁과 탐욕의 경영학이 아니라 건강하고 주체적인 삶을 위한 자연과 인간의 경영학이다. 이름 없는 ‘들풀’과 ‘잡초’에게서 배운 경영학이기도 하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 현대문학

‘또 책을 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내 자식들과 손자들에게도 뽐내고 싶다. 그 애들도 나를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있어서 행복하다.’ 라고 책 머리말을 쓴 노작가의 글은 독자로 하여금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이 문장들이 휘몰아쳐 간다. 그가 어떻게 그렇게 오래 ‘정신의 탄력’을 잃지 않고 팔순이 다 되는 지금까지 어느 젊은 작가 못지않게 작품 활동을 해왔는지의 토대가 드러날 때면 경건해지기도 한다. 자서전격으로 읽어도 좋을 대목들이 수두룩하다.
노년의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의 미미하고 보잘 것 없는 생명들을 향한 예찬이 또한 음표처럼 수두룩하게 불려 나온다.
작가는 명분이 있다 하여 무작정 받아들이지도, 옳지 않다고 하여 날을 세워 비판하지도, 해결되지 않는 쪽에 서 있다 하여 그저 옹호하거나 감싸지도 않는다. 오직 살아 있는 것들을 향한 감탄만이 쏟아져 나온다.
 “쓰는 일은 어려울 때마다 엄습하는 자폐의 유혹으로부터 나를 구하고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속시켜주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유쾌한 공생을 꿈꾸다 
요로 다케시/ 황소연 / 전나무숲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곤충 채집을 열정적으로 좋아하여 그 연구를 희망하였지만 최종 진로는 결국 의과대학을 선택하고 해부학자의 길을 걷게 된다. 은퇴 후 평생 원했던 곤충 채집에 다시 발 벗고 나섰던 이 일본 지성인의 『유쾌한 공생을 꿈꾸다』는 곤충이야기만은 아니다.
이 책은 활동하는 지식인의 철학 에세이기도 하고 또 자연과학에 관한 이야기기도 하다. 아니 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해부하는 행동하는 비판가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저자는 곤충을 매개로 환경 파괴의 문제를 심각하게 이슈화하고 이것이 인간 자신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본인이 곤충 채집을 중도에 포기해야 했던 이유, 그리고 외국에서 곤충 채집을 하며 흐뭇했던 경험들, 이 일의 즐거움과 행복함을 환경 문제 차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곤충의 이야기를 통해서 미래 세상을 변하게 하는 것은 정치 논리가 아닌 과학과 경제라고 역설한다. 기초 순수 연구의 지원 문제에 관한 저자의 확고한 의견을, 진정한 학문이 무엇인지, 학자로서의 태도와 마음가짐까지도 잔잔하게 수필 형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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