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주 박사의 흙과 비료이야기-40

최근 담근 김치마다 맛이 무덤덤하고 지리기까지 한 것도 있다. 언제나 여름철 떠난 입맛을 찾아주던 양배추김치 조차도 영 제 맛이 아니다.
아내는 나름대로 분석하고 나서 말한다. “동네에서 얻어다 담근 김치는 감칠맛도 있고 몇 달을 먹어도 싱싱한 채로 맛이 변하지 않았어요. 맛없는 김치는 시장에서 사온 김칫거리예요. 화학비료만 주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아내의 말이 맞다. 오산으로 이사 온 후에 농사짓는 이웃과 친한 덕으로 자주 채소를 얻어다 먹는데, 지난해 가을, 맹 선생 댁에서 얻어다 담은 무청김치는 가을 내내 밥상을 즐겁게 해 주었고, 올 유월에 얻어온 포기배추도 정말 감칠맛이 있었다. 맹 선생은 일 년에 한 번씩 돈분을 차로 사다 밭에 듬뿍 뿌려줄 뿐, 화학비료는 전혀 주지 않는데도 콩, 토마토, 옥수수, 상추 등 어떤 작물이든지 잘 자란다.
질소-인산-칼리 3요소만으로도 얼마든지 농사가 된다. 그러나 유기질비료 없이 화학비료만 주면 맛이 없는 것은 물론, 시고 떫고 저장성도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영양가도 떨어진다. 화학비료만 주면 왜 맛이 떨어지고 유기물을 주면 좋을까? 특히 질소비료는 채소에 들어가 단백질이 되면서 시고 떫은 유기산을 만든다. 반면, 유기물에는 수많은 종류의 양분이 들어 있다. 아미노산을 비롯한 유기성분과 맛을 좌우하는 황과 여러 가지 무기물이 골고루 들어 있어 유기산의 맛을 누른다. 맛은 한두 가지 성분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오미자에는 신맛, 단맛, 쓴맛, 매운맛, 짠맛 등 다섯 가지 맛이 있다. 여름철 오미자를 우려 마시면 시금털털하지만 또 마시고 싶은 묘한 맛이 있다. 여러 가지 성분이 함께 있을 때 이렇게 오묘하고 깊은 맛이 난다. 유기물을 주면 다양한 성분이 흡수돼 맛이 좋다. 유기농산물이 몸에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기물의 또 다른 장점은 흙의 수분과 양분저장능력을 키워 작물이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편안하게 자랄 수 있게 만든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화학비료에 치우쳐서 양분균형을 깨왔다. 유기물은 소비자가 좋아하는 농산물을 안전하게 생산하도록 하는 가장 좋은 농자재이다. 화학비료만으로 생산한 농산물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메마르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