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훈 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본지 칼럼니스트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농촌의 황금계절은 여름철이다. 목가적인 전원풍경은 그 모두가 삶의 축제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농업을 다루는 최고의 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의 캐치프레이즈는 ‘국민과 함께, 자연과 함께’다. 도시에 사는 국민은 농산물 최대소비자다. 국민과 함께해야 농업, 농촌이 산다. 자연은 스스로 자(自)에 그럴 연(然), 스스로 그렇게 되어간다는 뜻이다. 억지로 꾸며대지 않은 본래 그대로의 순수함이 자연이다.
녹색성장시대에 미래농업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비농업분야에 있는 이들이 우리 농업과 농촌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요즘 지구촌 곳곳에서 일고 있는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다가오는 남북통일에 대비해서도 농업과 농촌의 중요성을 가늠 해보는 작업은 시의 적절한 착상임에 틀림없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명사와 나누는 농업이야기 ‘여기, 길이 있었네’라는 표제로 이들의 농업관(農業觀)을 담아 한권의 책으로 내놓았기에 그렇다.
우리 시대 농업·농촌이 가진 변화, 문화, 생명의 길을 찾자는 의도다. 수천 년 동안 우리 삶의 근간이 되어온 농촌, 먹을거리의 공급원이자 마음의 고향인 농촌이 어떻게 변해야 또 다른 천년을 이어갈 수 있을까하는 그들이 머금고 있는 진솔한 생각을 행간에서 읽을 수 있어 좋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계각층을 아우르는 120여명의 명사들의 생각이 모였다. 농업에 몸담고 있지 않은 그들의 농업관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생각이란 사물에 대한 방향의 제시 또는 지시다. 우리는 생각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는 존재다. 살고 있다는 것은 그대로가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는 뜻이다. 각자의 안경으로 세상을 본다. 자기의 시각에서 사물을 보고 판단한다. 그래서 비농업인사들의 생각이 소중한 이유다. 그들은 제3자적인 입장에서 정부정책수립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농촌문제는 더 이상 다른 정책과 떼어 생각할 수 없기에 그렇다. 
아무쪼록 이들이 드러낸 소중한 농업관을 대한민국의 미래가치를 실현하는 새로운 농업·농촌 진흥의 모델을 가꾸어 가는데 활용되길 바란다. 마음이 가지 않는 곳에 발도 가지 않는다.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억지로 이루기 어렵다. 돈이 있어도 사람의 주장을 사기 어렵듯이 평소 비농업인의 견해와 주장을 아는 것은 대단히 소중한 일이다.
이들이 바라보는 농업시각도 다양하다. 믿음을 가질 수 있고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우리 농산물에 대한 수요는 날로 증가 추세에 있다. 이제까지 해오던 방식에 머물지 않고 배우고 익혀서 더 가능성 있는 사업영역을 개척해가는 중요한 책임이 농업경영인들의 열정과 헌신이 한층 더 필요하다고 일침을 가하고 있다.
농촌체험관광이 늘고 있는 때, 농촌에 어울리는 콘셉트를 꾸준하게 밀고 나가 귀농하는 외지인에게 주민들이 마음을 열어주는 개방적문화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밝히고 있다.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진다. 수입쌀, 수입소 등의 문제로 아무 대책 없는 우리 농업정책만 비판했다. 자신의 무지가 부끄럽기도 하다고 실토하는 이들도 있다. 미래에 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면 미래를 얻을 수 없다. 생각은 때론 우리들을 자주 불보다 더 뜨겁게 만든다. 대저, 지식인이란 자기 생각이 다른 이들의 가치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보지 못하던 것을 눈으로 보면 생각도 완전히 달라진다.
실크를 생산하던 양잠산업인 누에와 뽕이 기능성식품, 화장품, 식품의약 등의 고부가가치제품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도 그 한 본보기다.
대한민국농업은 결코 사양산업이 아니다. 무한한 가치가 숨어 있는 생명산업이자 미래 희망산업이다. 다양한 색깔의 생각과 따끔한 충언 하나하나가 담긴 ‘비농업인의 농업관’이 새삼 소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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