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 숙 자 소장

 

우리떡 전도사, 이제 전통주 보급 위해 팔 걷고 나섰다

“우리떡도 아름다운 상점에서 깔끔하게 진열돼 팔렸으면... ”
떡을 유난히 좋아했던 윤숙자 소장의 이런 작은 바람은 이젠 그 뜻을 이뤘다. 예쁜 떡카페도 많아졌고, 떡도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로 인식되고 있다. 윤 소장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다.
“떡의 고급화와 대중화에 바친 노력들이 어느 정도 결실을 맺고 있는 게 큰 보람입니다. 이제는 우리네 전통주 보급을 위해 또 그만큼 공을 들일 차례입니다”
우리 음식에는 아무래도 우리 전통주가 곁들여져야 제격이란 게 윤 소장의 생각이다.

단정히 빗어 곱게 올린 머리, 사계절 고운 한복의 윤숙자 소장의 모습은 우리 전통음식, 특히 떡과 술을 빚는 그를 더 돋보이게 한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께서 한복을 해주셨어요. 자주 입다보니 편해졌고, 전통음식을 하는 제 모습과도 어울리고, 한복도 계승해야 할 전통문화의 하나란 생각에 즐겨 입게 됐죠.”
한식의 세계화 바람이 불기 이미 오래 전부터 윤 소장은 우리전통음식, 그중에서도 특히 떡에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 고향이 개성인 윤 소장은 종갓집 맏며느리였던 어머니의 음식 만드는 모습을 보며 음식냄새 가득한 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각종 대소사로 집안은 늘 북적였고 음식냄새로 가득했죠. 엿을 고르고 떡을 만드는 모습을 보며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키워진 것 같네요”
대학에서 궁중음식을 전공하고 가르치며  자연스레 우리 떡의 우수성을 알게 됐고, 의외로 떡을 집안에서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데 그 방법들이 전수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떡 전도사’를 자처했다. 1998년 서울 종로구 와룡동에 한국전통음식연구소를 세우고 떡을 포함한 우리의 전통음식의 보급과 교육에 힘썼다.

쌀 소비촉진에도 한 몫
“우리 떡이 대중화, 세계화 되지 못하는 게 아쉬웠어요. 그래서 요즘 입맛과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떡의 모양과 크기를 바꿔 우리 떡을 선보이고 알렸죠”
윤 소장은 우리 떡의 입에 달라붙는 질감 때문에 외국인들이 썩 좋아하지 않는다고들 얘기 하는데  자신이 만든 떡을 맛본 외국인 중에는 단 한명도 그런 사람이 없었노라고 자신감을 보인다.
음식은 우리 농산물 소비와도 직결된다. 남아도는 쌀로 인해 골치가 아픈 요즘, 윤 소장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리라 짐작돼서 쌀 소비 촉진 방안의 아이디어를 질문했다.
윤 소장는 일제강점기에 그 맥이 끊긴 우리네 전통주를 부활시키는 일련의 노력들을 해오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쌀 소비 촉진과도 연계되는 작업이라고 대답한다. 우리네 전통주 문화를 살려 각 가정에서 직접 술을 빚는다면 건강에도 좋고 쌀 소비도 촉진하는 길이 될 것이라 조언한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전통주 생산시설을 갖추고 직접 술 빚는 법도 가르치며 본격적인 전통주 생산에도 나서고 있다.

평상시 밥상의 모습은?
평소 그가 즐겨 차리는 밥상이 궁금해졌다. 호기심보다는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자연의 순수한 재료의 특성을 고스란히 살린 음식을 좋아하고, 콩으로 만든 두부와 된장찌개, 그리고 나물류의 밥상을  마련합니다.”
또 가장 자신있는 음식은 ‘떡’이라고 귀띔한다. 떡 중에서도 호박을 넣어 빚은 호박떡은 노란색의 은은함도 정겹고 설탕을 첨가하지 않아도 달큰한 맛과 향이 있어 아주 좋아한다고.
윤 소장은 국내외의 귀빈을 대접하는 수많은 상차림, 우리음식 강연회와 전시 시식과 체험행사를 진행하며 한식의 세계화에 선봉장에 서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상차림은 무엇이었을까?
윤 소장은 2007년 뉴욕의 UN본부에서 열린 ‘고궁으로의 초대’란 한국음식축제를 잊지 못한다.  2주간 행사 동안 우리네 음식 맛에 반한 외교사절의 수가 날이 갈수록 점점 늘더니 마지막 날에는 첫날 50명의 10배인 500명이 찾았다. ‘한국음식 맛보러 한국을 꼭 찾겠다’는 인사말들을 남기는 이들도 있었다. 음식을 통해서 마음이 하나 되는 축제의 장을 활짝 펼친 것이다.
그러면 윤 소장이 생각하는 우리 음식 중 특히 세계화 시키면 좋을 음식은 무엇일까?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우리네 음식 종류는 너무 많아 고르기도 힘들죠. 굳이 베스트12를 선정한다면. 비빔밥, 김밥, 호박죽, 냉면, 삼계탕, 순두부찌개, 잡채, 쇠갈비구이, 불고기, 해물파전, 배추김치, 호박떡을 꼽겠어요.”
나라별로 선호도에는 차이가 있어도 특히 비빔밥은 공통으로 전 세계인이 좋아하는 음식이며 더구나 비빔밥은 넣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변신이 가능해 세계인의 입맛에 맞춰 재료를 선택해 비빔밥을 만들면 색다른 맛도 가능하리라 본단다.

농촌여성이 나서야 할 때
“자기 고장의 특산물을 이용한 음식을 만들고 그것을 관광 자원화하는 것은 농촌여성의 몫이겠죠.”
윤 소장은 특히 농촌의 여성들을 보물로 여기며 애정을 보인다. 기존의 장류, 한과, 떡, 김치와 더불어 각 지역의 다양한 특산품을 이용한 가공식품을 개발해 도시 소비자의 높아져가는 입과 눈을 붙잡을 수 있는 재목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식세계화는 우리네 입맛부터 살펴서 사로잡고 우리네 전통음식에 세계인의 기호를 접목시켜 발전시키는 것으로 방향성을 잡아야 하며, 그 음식의 재료를 가꾸고 수확해 가공하는 농촌 여성들의 역할은 수레를 앞장서 이끄는 역할이라 용기를 북돋운다.
윤 교수는 그런 농촌여성들에게 진정한 박수로 응원하며 그들의 음식개발과 연구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며 음식 맛의 비결을 살짝 공개해 준다.
“음식을 만드는 마음가짐은 음식을 먹는 이를 배려하며 만들고 차리는 것이겠죠? 그런 마음과 정성을 담아 음식을 차리면 다 맛있습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