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천적 이야기(14)-천적유지 식물

<하우스내 천적을 적절히 유지하려면 이들의 근거지가 될 수 있는 천적유지식물(뱅커플랜트)가 필요하다.>

 

많은 종류의 생물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자연 생태계에는 해충이 크게 발생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산이나 들의 자연생태계는 먹이사슬 관계에 따라 알맞은 균형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천적이 지속적으로 존재하면 이렇게 편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효과는 생태계가 단절되고 생물상이 단순한 시설재배 하우스에서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천적은 생물이므로 하우스내에 발생하고 있던 해충을 다 잡아먹고 난 후 먹이가 없으면 더 이상 살 수 없지요. 이 때문에 천적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그 자리에서 죽고 말게 됩니다.
천적을 이용한 생물적 방제의 약점이라 할 수 있지요.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소위 ‘뱅커플랜트’란 것입니다. ‘뱅커플랜트’는 우리말로 ‘천적유지식물’이라고 하는데 해충이 사라졌을 때 천적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먹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답니다.
진딧물의 천적유지식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보리랍니다. 보리는 딸기, 고추, 파프리카 등 대부분의 시설재배 작물과 유연관계가 먼 식물이어서 여기에 발생하는 보리수염진딧물이라는 진딧물은 딸기 등에 피해를 주지 않지요. 진디벌은 많은 종류의 진딧물들에 기생하기 때문에 작물에 진딧물이 발생하지 않는 동안에는 보리에 있는 진딧물에 기생하여 살고 있다가 작물에 진딧물이 생기면 이동하여 박물에 발생하는 진딧물을 방제해 줄 수 있지요.
또 진디혹파리나 무당벌레 풀잠자리 꽃등에 등의 진딧물 천적도 거의 대부분의 진딧물을 잡아먹기 때문에 이들을 뱅커플랜트에 발생하도록 하여 이용하기도 합니다. 
담배장님노린재는 온실가루이의 중요한 천적인데 이놈들은 토마토 등의 식물에서 즙액을 빨아먹고 삽니다. 이놈들은 참깨를 토마토보다 좋아해서 온실가루이가 발생하지 않는 동안에는 참깨를 천적유지식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작물을 재배하는 중간에 한 두 개의 뱅커플랜트를 심어두고 천적이 잘 살고 있는지, 먹이곤충은 잘 번식되고 있는지, 잘 관찰하여 부족하면 보충해주는 것이 정도로 해충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 정말 편리한 방법이지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기술원
최 만 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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