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상상연구소 홍사종 대표

 

"아름다움은 미래의 핵심 동력, 농촌도 아름답게 가꾸자"

바람이 머무는 소리가 느껴지는 곳, 옥란재 (玉蘭齋). 앞에는 서해가 펼쳐지고 뒤편으론 야트막한 산이 포근히 안아주는 경기도 화성군 용두리의 홍사종 대표(55)가 태어나고 자란 고택의 이름이다. 옥란재란 이름은 그의 어머니 호에서 따온 것. 400 여년 전 조상이 터잡아 놓은 곳, 3대가 태어난 100여년 된 집을 그는 정성으로 가꿔 평화와 고요의 마음이 드리우는 곳으로 만들었다. 교통 편한 곳을 두고 굳이 인터뷰 장소를 이곳으로 잡은 것은 미래상상연구소 홍사종 대표의 ‘생각의 보물창고’라는 이곳을 구경하고픈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조상 덕인가, 후손 덕인가?
수련이 활짝 꽃을 피운 연못에는 물오리와 거위가 떠 놀고, 철없는 수탉의 울음소리가 바람을 가르는 곳, 고택 본채의 중정에는 우물이 자리하고, 비밀의 화원 같은 문을 지나 사랑채를 만날 수 있는 옥란재 곳곳은 눈을 호사롭게 했다.
“조상을 잘 만나셨네요”
수채화 같은 옥란재 풍경에 불쑥 튀어나온 기자의 말에 홍 대표는 빙긋 웃으며 대꾸한다.
“조상도 후손을 잘 두었다고들 하던데요.”
그도 그럴 것이 사시사철 번갈아 때맞춰 피우는 꽃나무를 일일이 심고 새 연못을 파고 산자락을 숲으로 가꿔서 이곳을 찾는 이들의 감탄사를 자아내는 지금의 모습으로 가꾼 것은  땅 한 평도 소중히 여긴 홍 대표의 정성과 노력 때문이다. 
홍 대표의 농사이야기는 샘 솟듯 나온다. 다른 사람한테 맡기지 않고 직접 묘목을 개량하고 벌통 치는 것 하나하나를 직접 하는 농사꾼이기 때문이다. 산에 심어놓은 엄나무와 메타스퀘어로 적지 않은 소득도 올린단다. 어머니와 둘이 손발 맞춰가며 가꾼 산에서 봄에는 나물 캐고 두릅보다 더 맛있는 엄나무 순도 따고 또 가을에는 밤과 호두 따며 산을 보물단지로 만들어 놓았다.
“숲은 단일 품종으로만 이루어지면 망가지는 걸 경험으로 알았지요. 우리 산에는 200여 종의 다양한 수종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숲은 목재뿐만이 아니라 휴양의 개념을 접목한 새멀티플렉스 정책이 필요하고 산림을 식량자원기지로 만들어야 합니다.”
옥란재는 바로 홍 교수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얘기하고 있는 ‘아름다운 농촌 가꾸기’의 생생한 현장이기도 하다.
“인간의 본연적 그리움은 자연과 물에 있죠. 문명이 발전할수록 자연과 멀어지는 현실 속에서 인간은 본연적 그리움의 대상인 자연을 찾게 됩니다. 요즘 유행인 웰빙이니 로하스운동, 슬로우시티 운동 등도 모두 자연을 향한 그리움의 발로라고 봅니다.”
FTA로 어려운 농촌의 관광산업을 활성화 하려면 농촌을 먼저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꿔 찾고 싶은 농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가치야말로 미래의 핵심 동력입니다. 도시인의 잃어버린 꿈과 먹을거리를 파는 곳으로 농촌이 자리 잡을 겁니다.”

 

 

어머니의 유물을 지니자
홍 대표는 대화 중에 어머니 얘기를 참 많이 했다. 왜 어머니의 호로 이곳을 명명했는지 알 것 같았다.
“제대로 배우셨다면 아마 이름 난 시인이나 화가가 되셨을 분이죠. 여든을 넘기신 지금도 신간 서적을 사오라고 주문하십니다. 어머니는 제 상상력을 응원해 주고 언제나 저를 지켜주는 등불 같은 존재입니다. 아버지는 쌀이나 돈이 되는 손에 잡히는 일만을 생각하시며 현실에 머물렀으나 어머니는 창의로운 영혼의 소유자셨죠.”
초등학교 시절, 공부를 마친 밤 늦은 시간의 고갯길에서 호야등불을 들고 나와 깜깜한 어둠 속에서 “아들아”를 외치던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을 홍 대표는 간직하고 있었다. 그 깊은 사랑은 오늘까지 힘이 된다고. “아버지가 무책임하게 잠든 밤에 어머니의 호야등불이 지켜준 세상”을 아는 홍 대표는 헌신과 희생의 가치에 주목하자는 어머니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고향집이 소중한 것은 어머니의 웃음과 눈물이 담겨있기 때문이겠죠. 더구나 장독대는 제가 속 썩일 때  장독대에 정안수를 떠놓고 새벽이슬에 치마를 적셔가며 어머니가 기도하던 장소죠. 장독대를 보며 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립니다. 우리네 인생은 작고 사소한 것으로 삶의 에너지가 용솟음 칠 때가 있습니다. 각자의 인생 속에 대물림하여 전해주고 싶은 감동의 이야기가 있고 대를 이어 가꿀 생명의 에너지, 미덕의 가치가 바로 어머니 유물 갖기 운동으로 퍼졌으면 해요.”
상상의 나래를 끊임없이 펼치며 사는 홍 대표는 극장을 떠난 바보음악가들을 후원하고 있기도 하다. 문화에 소외된 계층을 찾아 지속적으로 문화예술을 공급하고자 하는 모임이다. 또 지난 5월부터는 어린이들에게 상상력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프로그램도 따로 마련해 운영 중이다. 창의력 학교가 바로 그것. 싱그러운 자연 속에서 신나고 재미있는 갖가지 인문적 체험을 통해서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학교로 미래를 위한 일이다.
요즘 홍 대표는 메타스퀘어가 늘어선 풍광을 즐길 수 있고, 장소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옥란재를 문화재단을 만들어 모두가 공유하는 공간으로 만들 구상으로 긴 여름 밤을 보내고 있다.


홍사종 대표는
고려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서울 정동극장장, 숙명여대 정책대학원 주임교수,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등을 역임했다. 정동극장장 재임시 역발상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혁신적 경영모델을 만들어 낸 공로를 인정받아 공기업 경영혁신 최우수상과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현재 미래상상연구소 대표, (사)농어촌문화미래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미 오래 전에 스토리텔링을 주장했던 홍 대표는 이어령 선생으로부터 우리시대 가장 뛰어난 상상력의 소유자란 소리를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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