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주 박사의 흙과 비료이야기-34

질소 이야기를 할 때 자주 쓰는 말이 ‘초산태 질소’이다. ‘비료를 주면 흙에서 암모니아태로 되었다 초산태로 되어서 작물에 흡수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초산태’를 ‘질산태’로 고치면 나무랄 데 없이 좋은 설명이 된다.
초산태는 일본식 표현이다. 우리는 이미 ‘초산’이라는 말이 있다. 식탁에서 사용하는 신맛의 ‘식초산 또는 초산’, 즉 아세트산이 그것이라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 질산으로 쓰기로 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우리의 초산(醋酸)을 한문으로 ‘초산(삭산, 酢酸)’으로 쓰고 있다.
‘황’과 ‘유황’도 혼동을 준다. 다량원소 중의 하나인 황(S)를 일본식으로 쓰면 유황이다. 우리는 예로부터 황으로 써왔는데 일본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유황으로 소개하기 시작해서 굳어져 버렸다. ‘유안’비료도 ‘유산암모늄’에서 온 일본식 이름이라 요즘 ‘황산암모늄’으로 바꿔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요즘은 그렇게 쓰는 사람이 적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황산을 유산(硫酸)으로 쓰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질소비료를 주었을 때, 작물이 주로 먹는 꼴은 질산태(NO3-)와 암모니아태(NH4+) 두 가지이다. 벼와 차는 암모니아태를 주로 흡수하는 반면에, 대부분의 작물은 질산태를 흡수한다. 벼와 차에게 질산태만 주거나 옥수수나 콩에 암모니아태만 주면 중독이 걸려 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중독증상이 나타난다. 우리가 비료로 주는 꼴은 요소태(NH2+)의 요소와 암모니아태인 황산암모늄이다. 그런데도 옥수수나 콩은 중독이 왜 안 일어날까? 요소를 주면 흙 속의 미생물이 일단 암모니아태로 바뀌고, 이어서 질산태로 바꿔 작물에 흡수된다. 논에 요소를 주면 암모늄태로 바뀌고 나서는 더 이상 질산태로 바뀌지 않는다. 왜냐하면 물에 잠겨 있어서 질산태로 바꿔주는 미생물(질산화성균)이 활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히 벼가 좋아하는 암모니아태를 빨아먹을 수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