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쇼 진품명품’의 양의숙 감정위원

 


생활수준 높아진 만큼 문화수준도 발맞춰 가야하고,
‘우리것’을 귀히 여기는 사명의식도 가져야 합니다

반질반질 손때 묻어있는 반닫이들, 한땀한땀 정성스레 수놓은 베갯잇들, 이름모를 부인이 사용했을 비녀들과 가락지... 경복궁 맞은편 소격동의 민속품 전문 화랑 ‘예나르’엔 굳이 옛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일반인의 눈길을 사로잡는 고풍스런 물건들이 가득하다. 화랑 ‘예나르’의 대표이자 KBS ‘TV 쇼 진품명품’의 민속품감정 전문위원인 양의숙 대표의 콜렉션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정감 넘친 분위기기가 물씬하다.

국민의 고미술품 감정수준 높여준 장본인
“예전에 집에 있는 유물을 감정 받아보고 뜻밖에 귀한 것으로 판명돼 깜짝 놀라는 경우도 간혹 있었으나, 요즘은 그런 일은 드물죠.”
양 대표는 고미술 감정프로그램인 ‘쇼 진품명품’의 첫 회부터 15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마 그동안 고미술품에 대한 국민들의 안목을 높여준 결과, 뜻밖의 귀한 유물들을 찾기 어려워졌는지도 모르겠다.  양 대표의 유물 하나하나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정보가 국민 모두를 전문가 수준의 식견을 갖게 한  탓도 컸으리라 짐작된다.
“출장감정을 다니다 보면 보석같은 분들을 더러 만날 때가 있지요. 예전에는  집으로 직접 찾아가서 감정할 때가 있었고, 소중하게 조상의 유물을 보존하고 가꾸는 종부들을 보면 그집의 장래가 보였습니다. 맥을 끊지 않고 대물림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데 말이죠...”
양 대표는 인터뷰 바로 전날에도 함안으로 출장 감정을 떠났다가 밤늦게 귀가 했다고 한다. 전국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민속품 감정을 하다보면 더러 소장하고픈 개인적 욕심이 나는 물건들도 있을 법했다.
“물론 탐날 만큼 좋은 물건들도 있었지요. 하지만 그것은 개인적 감정일 뿐 그 외에 사적인 것은 일절 배제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이 있습니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고요. 물론 그 후 따로 연락관계도 맺지 않지요.”
작가와 PD가 바뀌어도 한 프로그램에서 15년 동안 감정전문위원으로 활약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기본 룰에 충실하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감정한 물건에 개인적 욕심은 철저히 배제
그동안 진품명품에 소개되었던 의뢰품 중에서 최고 가격은 12억원이란 감정가격이 나온 ‘고려역상감청자장고’가 있고,  추사 김정희의 그림 ‘불기심란’(不欺心蘭)은 10억원이란 감정가격이 매겨진 바 있다.
이런 감정가격은 어떻게 매겨지는지 궁금했다.
“서화는 서화, 도자기는 도자기 전문위원 등 각 전문 분야 전문위원들의 감정을 먼저 존중합니다. 그리고 다른 감정위원들의 의사가 종합되어지는데 희한하게도 거의 모든 감정위원들의 감정결과가 서로 비슷하게 나옵니다.”
그래서 합의하기가 수월하지만 의견차이가 있을 때는 그 분야의 전문위원의 의사에 따르게 된단다.
양의숙 대표는 대학원 논문을 준비하며 전국을 답사하고 민속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게 오늘날 그를 있게 한 시발점이었단다. 양 대표는 대학원 석사논문으로 제주도 반닫이를 중심으로 목공예 장식변천사를 쓰면서 고가구에 심취, 그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대학원 졸업 후 경희대 등에서 강의를 병행하기도 하며 ‘아는만큼 보이는’ 민속품의 세계에 흠뻑 빠져 오늘날에 이르렀다.
“떡살, 반닫이 등 우리 조상들의 숨결과 손때가 묻은 물건들이 맘에 와 닿았어요. 그냥 무작정 옛날 것이 좋았죠.”
양 대표의 예나르 화랑에는 값나가는 귀한 물건들만 있는게 아니다. 소박한 초등학교 걸상의자도 눈에 띈다. 어디 폐교에서 얻어왔을 법한 아주 자그맣고 낡은 의자는 양 대표가 주로 앉아 쉬는 의자란다.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단다.
“원래가 시골(제주도가 고향) 출신이라 소박한 것을 좋아해요. 집에 냉장고도 17년 째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건도 오래 쓰다보면 주인의 숨결이 머문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주 바꾸고 버리는 요즘 사람들을 보면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생활수준만큼 문화적 소양도 키워나가야 합니다. 우리 문화재에 대한 사명감이나 의식도 마찬가지죠. 조상의 얼이 담긴 그 소중함을 깨우쳐야합니다.”

민속품에도 유행이 있다
민속품도 은근히 유행을 타기도 한다. 몇 해 전이던가. 집집마다 반닫이를 테이블로 사용하는 게 유행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늘어놓는 것을 싫어하는 요즘의 인테리어 추세로 민속품에 대한 선호가 뜸한 상태다.
“물론 시대적인 흐름이 있죠. 10 여 년 전에는 도자기의 경우 소품들을 선호했어요. 애호가들이 그런 것을 구입해서 자기가 혼자 감상한 뒤 장롱 속 깊이 간직하곤 했죠. 요즘은 ‘과시형’으로 바뀌어  큰 달항아리 백자를 하나 사서 ‘나도 즐기고 방문객도 같이’...하는 식으로 선호도와 취향이 바뀌었습니다. 나만의 ‘은밀한 감상’에서 집을 찾는 방문객과 감상을 공유하는 쪽으로 선호도가 달라졌지요. 일종의 과시죠. 그래서 예전엔 별 인기 없던 커다란 달항아리 등의 가격은 많이 올랐습니다.”
쓰던 것의 소중함을 아는 것은 어찌 보면 우리네 발자취가 담긴 유물을 귀히 여기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얼마 전 미국의 경매시장에 덕수궁 유물들이 나왔다는 사실에 양대표는 우리 유물을 반출한 그들을 원망할 게 아니라 우리 것의 귀함을 알지 못하고 지키지 못한 우리 탓을 먼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양 대표는 앞으로 20~30년 후에는 우리 선조들의 유물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평가받게 될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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