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오 경 자
수필가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법규위원장

 

누구에게나 목숨은 하나 밖에 없다. 인생은 연습도 없고 그 길도 오직 편도일 뿐 왕복이 없다. 단 한 번 밖에 살 수 없는 귀중한 기회이다. 이런 목숨을 누군가를 위해서 버린다든가 무엇인가를 위해서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대가가 아무리 귀중한 것이라 할지라도 한 사람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것도 자신의 목숨값 보다 비싼 것은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을 먹고서야 나라라는 것은 살아남을 수 있고, 백성이라는 사람들의 충성이라는 희생을 바탕으로 해서만 존립이 가능한 본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반만년을 이어 온 우리의 역사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어려운 고비 때마다 섬광처럼 빛나는 영웅들의 순국이고 그 앞에 옷깃을 여미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 영웅은 장군이나 명재상처럼 역사에 이름 석자를 뚜렷이 남긴 분들도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무명의 사람들이 아낌없이 자신의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면서 지켜낸 강토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 일이 고맙고 미안해서 6월 한 달을 현충의 달이라고 정하고 조국을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들의 값진 희생을 묵상하고 고개 숙여 보은의 절을 올리기로 온 국민이 약속하였다.
하루의 존경과 절 만으로 무슨 보은이 될까만은 그냥 있기는 너무 송구하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하는 것으로 자위하고자 하는 면도 있는 것 아닌지 모른다. 그러나 그보다는 하기 어려운 희생이기에 그 일을 생각하게 함으로써 우리들이 앞으로 그렇게 지켜야 될 나라임을 다시 한 번 다짐시키는 교육적 효과를 생각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통한과 울분만 남은 분단 60년
올해로 우리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지 100년이 되고 나라를 되찾은 지 65년이 된다. 그 일로 인해 억울하게 묶여진 분단의 허리띠가 잡아매어진 지도 어언 60년, 즐겁지 않은 환갑이 되었다. 인생의 환갑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나름대로 조금씩은 거둔 열매의 바구니가 들려진다. 잔치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분단 환갑은 통한과 울분 이외에 거둔 열매가 없기에 우리를 화나게 하고 가슴 저리게 한다. 그 바구니에는 이산의 아픔과 동족상잔의 비극적 역사만이 우리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공산주의는 20세기에 실험을 끝내고 실패로 종언을 고했건만 아직도 그 망령은 우리를 감싸고 목을 조이고 있다. 60년 전, 신록의 산야에 붉은 피를 쏟았던 우리의 호국용사들은 아직도 눈을 못 감고 있으련만 우리는 아직도 잡아 매인 허리띠에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있는 형국이다. 35년 동안 잃은 나라의 광복을 위해 가족도 자신도 아낌없이 버리고 독립운동에 매진했던 자랑스런 투사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의 대한민국이 있건만 그들의 후손은 아직도 가난과 싸우는 분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니 미안하고 죄송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나라를 반듯하게 지키고 허리띠라도 풀렸다면 그 분들은 아마 편히 눈을 감으셨을지도 모른다. 이래저래 우리는 조상께 죄만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앉은 자리가 편치 않다.

더 늦기 전에 우리가 할 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아버지 덕에 평생 그 이름 한 번 불러보지 못한 통한을 가슴에 안고 살았을 우리의 수많은 유자녀들도 이제 환갑을 넘어섰다. 그분들이 더 늙기 전에 바로 선 나라의 굳건한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것이 살아남은 우리들이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어떻게 하면 그 몫을 다하고 나라를 잘 세울 수 있을까? 그것은 아주 쉽고도 간단 하다.
국민 모두가 각자 자기 선 자리에서 주어진 일을 성심을 다해서 해냄으로서 최대의 성과를 내는 일이다. 내가 하는 일이 가장 소중하고 나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자부심을 회복하는 일이다. 이것이 분단 60년의 벽을 깨고 새로운 통일의 새 지평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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