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농업인의 창의적 기술이 푸른농촌에 희망을…

■  기획특집 - 농업인의 창의적 기술이 푸른농촌에 희망을…
     농업인기술개발사업 현장취재① -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매곡리 풀잎농장 황광남 대표

<녹비작물을 이용한 시설하우스 비료절감 및 연작장해 예방 효과를 실험하고 있는 황광남 대표.>

 

28년 유기비료 연구…농사꾼으로 유기농 실천
“땅이 살아야”…인근 농가에 ‘유기농 전도사역’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매곡리. 15년 전 7명이 유기채소농업을 시작하면서 하우스가 점차 늘어 현재는 132,000㎡(4만여평)의 면적에 10명의 농업인이 유기농으로 채소를 재배, 대규모 친환경농업단지로 성장한 곳이다.
이곳 매곡 유기재배 채소단지에서 녹비작물을 이용한 윤작체계 확립과 비료절감 효과 실험을 하고 있는 박사급 유기농업인이 있다. 그 주인공은 ‘풀잎농장’ 황광남(65) 대표. 그의 실증시험 하우스는 마치 농업연구기관의 실험포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깨끗하고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추진하고 있는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을 실천하듯 농장주변도 깔끔했고, 하우스 입구에도 이를 강조하듯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푸른농촌 희망찾기 사업장’이라고….

아들과 채소 유기재배 하우스 운영
황 대표는 농진청 농업과학원 식물영양과 유기비료연구실장을 지냈다. 유기농업을 하면 미친 사람 취급 받던 시절부터 평생을 유기농업 연구를 어깨에 지고 연구에 매진해왔던 그다. 지난 1999년 28년간 다니던 농촌진흥청을 퇴직하고 일반회사에 잠깐 근무하다가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아들과 함께 채소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풀잎농장의 하우스는 현재 11동. 1995년 먼저 농사를 시작한 아들은 21동을 관리하고 있다.
2001년까지 식품대기업에 녹즙용 채소를 공급했던 이 단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유기재배로 농사를 짓고 있다. 황 대표가 이곳에서 농사를 짓게 된 것도 그의 전공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농진청 재직 시의 연구 노하우를 자신의 농사에 접목시켜 양배추, 신선초, 대파 등을 유기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다. 생산한 채소는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등에 중간상인을 거쳐 납품하고 있다. 조수입은 4억 정도다.

농업인기술개발사업으로 녹비작물 효과 실험
외형적으로는 훌륭한 농사지만 애로점도 있다. 시설채소 유기재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토양 염류집적 현상으로 인한 농작물 품질 저하, 병충해 등이다. 또한 유기재배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윤작이 필수적인데 주변의 농가들은 이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지 않은 것이 문제다.
“일반 노지에서는 헤어리베치나 자운영 등 녹비작물을 이용해 토양에 환원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시설하우스에 적용한 실험은 미흡한 현실입니다. 농업인들도 녹비작물 등 윤작작물과 주작물과의 상호관계가 구명돼 있지 않아 윤작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고요.”
그래서 그가 직접 나섰다. 호밀, 헤어리베치, 수단그라스, 완두콩 등 화본과식물과 두과식물을 이용한 시설하우스 엽채류 윤작체계 확립과 비료절감 효과 구명에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해 농진청 지도개발과에서 추진하는 농업인기술개발사업을 신청했고, 이에 선정돼 예산을 지원 받아 실증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부터 호밀과 헤어리베치, 청예옥수수 등을 단파와 혼파, 시비량도 달리하며 다양한 실험을 해오고 있다.
“화본과 식물은 지난해 6월 파종해 한 달간 7톤이 넘는 생체량을 보였어요. 바이오매스량도 대단했구요. 청예옥수수와 수단그라스를 재배하니 토양 내 염농도가 30~40% 줄어들고, 양배추 수확량도 제법 높아졌어요. 하지만 두과작물은 고온 영향으로 생육이 저조해 생체량이 적게 나타났습니다. 또 녹비작물을 혼파(호밀+헤어리베치)해 보았는데 호밀의 타감작용(allelopathy. 식물이 주변에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도록 어떤 화학물질을 분비하는 것)으로 헤어리베치의 생육이 저조한 것도 알아냈죠.”

“친환경농산물 제대로 대접받아야”
“녹비작물과 윤작하면 채소류의 품질이 확실히 달라집니다. 수량성도 좋고, 비료량도 적게 투입돼 생산비도 절감되지요. 특히 유기재배 인증을 위해서는 윤작이 필수적인데 녹비작물 재배가 거기에 딱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유기재배 농산물은 일반농산물보다 내적인 품질은 우수하지만 외적인 품질은 인정을 해주지 않는 게 현실이에요. 가락시장에서도 3등이나 등외품으로 취급받고 있죠.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아요. 유기농업이야말로 사람과 땅 모두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농업이니까요.”
그 동안의 연구결과를 논문과 영농활용자료로 작성하기 위해 자료수집 차 다음달 일본을 방문한 계획인 황광남 대표. 논문도 중요하지만 농업인들이 직접 보고 녹비작물의 효과를 깨닫게 하기 위해 현장평가회도 열 예정이다.
그간의 연구노력이 결실을 맺어 유기농업을 하는 시설농가에 새 희망을 주길 기대해본다.


■  미니인터뷰  - 이천시농업기술센터 오명선 소장

 

“이천 친환경농업 비전 밝다”

 

호법면 매곡리 유기재배 채소단지는 15여 년 전부터 시설하우스가 들어서기 시작해 지금은 단지화 된 곳으로 주로 엽채류 유기재배를 하고 있는 지역이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지열난방시스템, 살수장치 등의 시범사업도 투입된 지역이다.
이론과 실제 농사경력을 겸비한 황광남 대표 같은 분이 귀농해서 우리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수십 년 간 유기농업을 연구한 분이라 우리가 배우는 부분이 많다.
농진청 농업과학원에 근무한 분이라 이론에 해박하고 농사도 직접 짓다보니 인근 농가들에게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박사’로 통하고 있다. 황 대표의 말이라면 다 인정할 정도다.
이러한 유기농 노하우를 농업인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황 대표님을 교육에 강사로 초빙하기도 한다. 우리 센터에서 실시하는 교육에 교육생으로 참석할 때는 되레 우리 직원들이 긴장을 하게 된다. ‘공자 앞에서 문자 쓰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황 대표님은 교육을 받다가도 뭔가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면 꼭 질문을 하는데 강사가 당황스러워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래도 황 대표님 같은 유기농업 전문가가 이천지역의 친환경농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친환경농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천시농업기술센터는 2008년 가을 미생물제제 생산시설을 준공하고 농가에 무료로 미생물제제를 보급하고 있다. 이 미생물제제는 특히 축산농가에서 반응이 좋다. 양돈의 경우 생균제를 사료에 혼합해 급여하면 돈분 냄새 저감은 물론 파리 발생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한우의 경우도 육질 개선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관내 1천여 농가가 20만리터의 미생물제제를 보급 받아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고 있으며, 시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배양기를 추가로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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